19.07.21(주일)
"아빠. 나가자여엉"
"그래. 나가자"
"아빠. 왜 암 나가여어엉?"
"아. 나갈 거야. 잠 좀 깨고"
"아빠. 나가자여어엉"
"그래그래"
자기 누나가 하던 걸 그대로 물려받았다.
시간과 동선을 고려했을 때 오늘도 12시 10분 예배를 드리는 게 나아 보였다. 수면과 기상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는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우리 오늘도 12시 10분 예배드릴까?"
"그럴까?"
"그게 더 낫겠어. 오늘 축구도 신원구장에서 하니까"
"그래. 그럼 난 좀 더 자야지"
안방 문을 잠그고 나왔다. 그러고는 거실에 앉아 놀고 있는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얘기했다.
"소윤아, 시윤아. 잠깐. 지금부터 안방에는 들어가지 않는 거야? 알았지?"
"왜여?"
"엄마 주무시니까. 조금 더 주무시라고. 시윤이도 알았지?"
"아빠. 왜여어엉? 엄마 왜 암 나와여어엉?"
"엄마 조금 더 코 잔대. 그러니까 안방 들어가지 말자? 알았지?"
"네에. 아빠아"
소윤이랑 시윤이는 책을 잔뜩 골라왔다.
"아빠. 책 읽어주세여"
"아빠. 이거 져여엉(읽어줘여)"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데 시윤이가 굉장히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밥 왜 암 져어엉?"
"아. 아빠가 책 읽고 밥 차려줄게"
"왜 밥 암 져여엉?"
"밥이 없어 아직"
"왜여어어엉?"
"어제 안 해놓고 자서. 책 읽고 얼른 해줄게"
계란과 파만 들어간 볶음밥을 해줬다. 아내는 엄청 늦게까지 잤다.
"소윤아, 시윤아. 이제 엄마 깨워야겠다. 우리 교회 가려면. 문 열어줄 테니까 엄마 깨우고 와. 출동"
"여보. 피로가 다 풀린 거 같아"
"잘 잤어?"
"어. 완전. 계속 푹 잤어"
소윤이는 어제 성경학교에서 좋은 것 한 가지와 나쁜 것 한 가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좋은 건 밥이 맛있어서 좋았구, 안 좋은 건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게 안 좋았어여"
그러더니 오늘도 성경학교 하는 거냐고 물었다. 어지간히 재밌긴 했나 보다.
예배시간에 오늘은 내가 엄청 졸았다.
"여보. 나 왜 이렇게 졸지?"
"여보. 아침에 혼자 둘 본 게 피곤했나 봐"
"괜찮았는데"
오늘도 아내는 내가 목장 모임 하는 동안 교회 로비에서 애들과 함게 기다렸다. 아침을 워낙 늦게 먹여서 따로 점심을 먹이지는 않았다. 1시간 30분쯤 목장 모임을 하고 나왔는데 아내가 많이 힘들어 보였다.
"여보. 많이 힘들었어?"
"아니. 힘들지는 않았는데 좀 지치네"
"왜? 애들이 말 안 들었어?"
"아니야. 그런 것도 아니고 잘 놀았어. 그런데 지치네?"
집이 아닌 어딘가에서 애들을 보는 건 항상 힘들지만, 특히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으면 더 고되다. 한 시간 뒤에 올 남편이라든가, 30분 뒤에 올 아내라든가. 기다리는 1시간 보다 기다림 없는 3시간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목장 모임처럼 정확히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곳에 간 남편을 기다리는 일은 더욱 힘들겠지. (사실 다 나의 축구 동선 때문이다)
아침 헌신의 유효기간은 반나절인가 보다. 아내도 분명히 피로가 다 풀렸다고 했는데 잠깐(은 아니지만)의 육아로 인해 금방 원상복구됐다.
목장 모임을 마치고 축구하러 가기 전에 병문안을 위해 병원에 들러야 했다. 시윤이는 낮잠을 자지 않은 상태였고, 그때 재우기에는 너무 늦어서 잠들면 깨우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의외로 전혀 졸린 기색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짧은 병문안을 마치고 아내와 아이들을 집에 내려줬다.
"소윤아, 시윤아. 들어가. 아빠 갈 게. 여보 유사시에 전화해"
"어. 갔다 와"
유사 상황은 없었는지 연락은 없었다. 축구 끝나고 집에 갔더니 애들은 저녁을 막 먹은 뒤 놀고 있었고, 아내는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잠깐 앉아서 소윤이와 시윤이의 흥을 받아주다가 얘기했다.
"자. 이제 우리 씻자. 엄마가 손, 발, 얼굴만 닦으면 된대"
씻고 나서 옷도 갈아입히고 책도 미리 읽어줬다. 아내는 열심히 주방 정리를 했다.
"자, 이제 끝. 자자"
둘 다 금방 잠들 테니 아내도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기척이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좀 지나자 확신이 들었다.
'잠들었구나'
오늘은 깨워야만 했다. 주말의 마지막을 이렇게 애만 보다가 끝나는 건 억울해도 너무 억울하니까.
"여보"
조용히 들어가 아내를 흔들어 깨웠더니 또 무의미한 몸짓과 눈빛을 보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가리키면서.
"얘네 자?"
응. 자. 여보도.
"여보도 잤어"
"아, 나도?"
안방에 있는 공기청정기에서 수면제 성분이 분출되나. 거기만 들어가면 왜 이렇게 졸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