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24(수)
아내와 아이들이 출근길에 함께했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잘 때 입던 옷 그대로 나왔다. 아침도 안 먹고. 파주(처가댁)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되니까.
비가 와서 그런지 차가 좀 막혔는데 소윤이가 뒤에서 얘기했다.
"아빠. 옆으로 끼어들어요"
"아니야. 우리 이쪽으로 가야 해서 여기 있으면 돼"
점점 소윤이가 나의 운전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모범 운전수로 거듭나야지.
일하고 있는데 소윤이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
"응. 소윤아"
"뭐해여?"
"일하고 있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여 택배 포장하고 있어여?"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 소윤이는 아침 먹었어?"
"네"
"뭐 먹었어?"
"기억이 안나여.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아빠"
"응"
"뭐해여?"
"일하고 있다니까"
"아빠"
"응"
"어디에여?"
저 멀리서 아내의 음성이 들렸다.
"강소윤. 엄마가 다른 건 만지지 말라고 했지"
전화한다는 핑계로 휴대폰을 가지고 와서 다른 걸 만지작거렸나 보다. 대답은 안 하고 있다가 의미 없이 물어봤던 거 반복해서 물어보는 게 이유가 있었다. 아내가 몇 번 주의를 줬더니
"아빠. 이제 끊을까여?"
이러고는 미련 없이 끊었다. 이 녀석이. 시윤이도 좀 바꿔주고 그러지.
퇴근시간에 맞춰 아내가 사무실로 왔다. 애들은 없이.
"애들은?"
"지금 홈플러스에 있어. 들러서 데리고 가면 돼"
"애들 괜찮았어?"
"응. 괜찮았어"
"여보도 좀 쉬었어?"
"어. 계속 집에 있다가 한 세시 반쯤에 홈플러스 가고 난 잠깐 혼자 카페 갔어. 한 시간 정도 있었나. 그러고 여보 데리러 온 거야"
애들은 홈플러스에 있는 키즈카페에 있었다. 장모님과 장모님 친구분과 함께. 아내랑 내가 막 도착했을 때 소윤이가 매우 서럽게 울면서 나왔다. 어디 미끄럼틀에 부딪혔다고 했다. 꽤 아팠는지 한참을 아내에게 안겨서 서럽게 울었다. 잠시 후 시윤이도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왔다.
"시윤아. 재밌어?"
"네에"
"뭐 했는데?"
"떰프. 떰프(점프). 이케(이렇게)"
"그랬구나. 이제 가자"
"아빠도 와여엉"
"아니야. 이제 가야지"
소윤이랑 시윤이 다 순순히 나왔다. 사실 둘 다 이런 데서 막 떼쓰고 그러지는 않는다. 그런 건 참 편하다. 나와서 바로 장모님과 친구분에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시윤이를 카시트에 태우는데 진한 구린내가 났다. 분명히 장모님이 닦아주셨다고 했는데 바지에 뱄나 보다.
소윤이가 카시트에 앉자마자 아내에게 말했다.
"엄마. 놀이터에서 조금만 놀다 가도 되여?"
"오늘은 안 될 거 같아"
"왜여?"
"얼른 가서 씻고 밥 먹고 자야지"
"엄마 그럼 딱 5분은여? 약속 잘 지킬 수 있는데"
"오늘은 그냥 가자"
"엄마아. 딱 5분 만여. 약속 진짜 잘 지킬 수 있어여"
"일단 엄마가 생각 좀 해 볼게"
"엄마. 생각해 보고 이따 얘기해 줘여. 까먹으면 안 된다여"
고민하는 아내에게 슬쩍 물어봤다.
"여보. 밥은 있어?"
"아니. 해야지"
"여보. 얼른 가서 내가 애들 샤워시키는 게 좋아? 아니면 샤워는 여보가 시켜도 밖에서 밥 해결하는 게 좋아?"
"글쎄. 둘 다 상관없는데"
"아예 주먹밥이나 김밥 같은 거 사서 놀이터에서 놀면서 먹이거나. 대신 그러면 들어가서 여보가 애들을 씻겨야 되는 거고. 여보가 더 편한 대로 해"
"그럼 놀이터에서 먹이고 들어가자"
"소윤아. 우리 김밥 사서 놀이터에서 먹고 들어가자"
"와. 좋아여. 신난다. 신난다"
"진난다. 진난다(신난다)"
꼬마 김밥 두 줄과 어른 김밥 두 줄을 사서 놀이터로 갔다. 놀이터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밖에 있을만한 날씨가 아니었다. 사우나였다.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났다. 시윤이는 김밥을 하나도 안 먹었다. 소윤이는 의무방어 정도는 했다.
시윤이는 처음으로 암벽등반(누나 키보다 조금 더 높은 정도)을 도움없이 혼자 성공했다.
"우와. 시윤이 혼자 올라갔어?"
"네에"
뿌듯하면서도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길게 놀지는 않았다. 그래도 애초에 얘기했던 5분보다는 훨씬 많이 놀았으니까, 소윤이도 충분히 만족했다.
"나도 애들하고 같이 씻어야겠다"
"그래"
"소윤아, 시윤아. 아빠는 이제 간다"
"아빠 잘 갔다 와여"
"아빠. 빠빠이"
축구하고 왔더니 아내는 소파에 앉아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여보. 나 5분 남았으니까 잠깐 말 시키지 말아 줘. 집중하게"
하겐다즈 사 온 것도 모르고 새초롬하긴. 하겐다즈를 꺼내며 바로 응수했다.
"집중해야 되니까 이것도 필요 없지? 내가 먹는다?"
"헐. 여보. 냉동실에 넣어줘"
시윤이는 오늘도 잘 때 짜증을 많이 냈다고 했다. 낮에도 낮잠 잘 때 폭풍 짜증이었다고 했는데. 손을 못 빨게 해서 욕구불만인 건지, 본격적인 훈육에서 오는 스트레스인지, 그냥 그럴 때인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날마다 비슷한 양상이다. 소윤이는 이맘때 어땠나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그때도 소윤이보다는 시윤이 때문에 고생이었다. 수유까지 해도 안 자는 시윤이 때문에 절망했다는 아내 이야기가 많이 보였다. 뭐야, 강시윤. 순둥이인 줄 알았더니 원래 까탈스러웠구만.
또 많이 보인 건 피곤에 쩔은 아내와 내가 소소하게 다퉜다는 이야기. 아내랑 살면서 그때가 가장 다툼이 잦았다. 지금은 다툼이 흔치도 않을뿐더러 '육아로 인한 피로'가 직접 원인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뭐지. 분명히 힘들고 피곤한데.
인이 박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