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26(금)
처치홈스쿨은 한 달간 방학이다. 처치홈스쿨에 갈 때야 낮잠을 자지만 집에 있으면 거의 그런 일이 없는 소윤이기 때문에 과연 오늘은 어떨지 궁금했다. 금요철야예배에 데리고 가려면 낮잠을 자고 밤에는 좀 쌩쌩한 상태로 있는 게 더 나았다. 어제 자기 전에 소윤이에게 얘기했다.
"소윤아. 내일 아빠랑 같이 교회 가려면 낮에 잠 자야 돼. 그러니까 낮잠 꼭 자. 알았지?"
"네"
아내는 혹시 모르니 차를 두고 가라고 했다.
"어디 가려고?"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마음의 든든함?"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데 모두 자고 있었다. 살짝 걱정이 됐다.
'소윤이도 늦게 일어날 텐데, 과연 낮잠을 잘까'
아내와 아이들은 내 생각만큼 늦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소윤이는 염려대로 낮잠도 자지 않았고. 심지어 시윤이까지.
"헐. 여보 어떻게 해?"
"뭐 그냥 재우면 되지 뭐. 교회 갈 때"
아내는 마음 비우기 전략을 택했다. 어차피 바뀌지 않는 상황을 두고 전전긍긍 하느니, 될 대로 대라는 자세를 취한 거다.
아내가 원흥역으로 퇴근하는 나를 데리러 왔다.
"소윤이, 시윤이 안녕"
시윤이는 얼마 안 돼 잠들었다.
"아빠. 오늘 소윤이는 교회에 가서 회개할 일이 있어요"
아내가 얘기했다.
"뭔데?"
"어. 아빠. 내가 하람이네 집에 놀러 갔는데 계속 아이씨라는 말을 했어여. 그런데 나중에는 하람이도 그걸 따라했어여"
아내에게 자세히 들어보니 하람이네 놀러 갔을 때(애들은 하람이네 있고 아내는 잠시 집에 왔을 때) 소윤이가 몇 번이나 '아이씨'라는 말을 했다는 거다. 나중에는 하람이도 그 말을 몇 번 따라 했고, 소윤이는 505호 사모님에게 강력한 주의를 들었다. (505호 사모님은 함께 처치홈스쿨을 하기 때문에 소윤이를 훈육하는 것이 소윤이에게 어색한 일은 아니다.)
요즘에는 소윤이 앞에서뿐만 아니라 소윤이 없을 때도 '아이씨'라는 말을 거의 안 쓴다. 소윤이도 거의 쓰는 일이 없는데 이렇게 한 번식 엄마, 아빠 눈 밖으로 벗어나면 몰래 일탈을 자행하는 건가.
교회에 가서 진심으로 회개 기도하고, 앞으로 '아이씨'라는 말이 소윤이 입에서 나오면 어떤 경우라도 엉덩이를 맞기로 규칙을 정했다.
"소윤아. 정말 안 좋은 말이야. 소윤이가 조심하지 않으니까 소윤이도 모르게 습관처럼 나오게 되잖아. 그렇지? 앞으로는 조심해"
잠든 시윤이를 눕히기 위해 바닥이 자리가 있는 식당을 찾았는데 마땅치 않았다.
"여보. 그냥 의자에다 눕히든지 하자"
어차피 바닥 자리 없는 거 아내가 좋아하는 거라도 먹자 싶어서 등촌칼국수에 들어갔다. 소윤이랑 먼저 들어갔는데 밖에서는 안 보이는 바닥 자리가 있었다.
"소윤아. 대박. 여기 눕히면 되겠다"
"아빠. 시윤이 계속 잘 수 있겠다여"
"그러게"
시윤이를 한 쪽에 눕혀놓고 평온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
"아빠. 너무 맛있다여.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여"
소윤이는 요즘 음식을 먹고 감탄하는 표현을 자주 한다. 이런 건 아내랑 닮았나. 아내는 미리 메뉴가 정해지면 먹으러 가기 전부터 끊임없이 찾아보며 기대감을 높이고, 먹으면서는 쉬지 않고 맛있다는 말을 하면서 만족감을 끌어올린다. 난 그냥 일단 입에 넣는다.
불쌍한 시윤이는 누나가 맛있게 만두와 볶음밥을 먹는 동안 곤히 자다가 다시 차에 태우니까 깼다.
"여보. 시윤이는 어떻게 하지?"
"그러게"
"빵이라도 사 줘야 하나"
"그래야겠다. 우유랑"
차에 탄 소윤이가 외마디 탄식을 내뱉었다.
"아. 졸리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절대 '졸리다', '자고 싶다' 이런 말 안 했는데 요즘은 이런 말도 서슴없이 한다.
아내와 아이들은 교회 로비에 두고 나는 연습하러 먼저 내려갔다. 예배 시작 조금 전에 아내와 아이들이 내려왔다. 시윤이의 표정이 매우 밝고 활기찬 걸로 보아 잠도 완전히 깨고 어느 정도 배도 채운 듯했다. 소윤이도 밝은 표정이긴 했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윤이는 예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내 무릎을 베고 누웠는지 얼굴이 사라졌다.
반주를 마치고 아내와 아이들 있는 곳으로 갔더니 소윤이는 긴 의자에 곱게 누워 자고 있었다. 시윤이는 방금 막 건전지를 갈아 끼운 장난감처럼 멈춤이 없었다.
"시윤이 빵은 잘 먹었어?"
"어. 엄청 허겁지겁"
"배가 고프긴 했겠다"
소윤이는 예배 끝날 때까지는 물론이고 집에 가서 눕힐 때까지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막 방에 눕혔더니 그제야 살짝 잠에서 깨고 징징거렸다. 시윤이는 그때까지도 펄떡거렸다.
고무적인 건 이제 시윤이도 아빠가 기도해준다고 하면 순순히 품에 안겨서 한참 동안 가만히 있는다.
"시윤아. 아빠가 기도해 줄게. 움직이지 말고 같이 기도하자?"
"네에"
시윤이는 집에 가서도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다.
"아빠. 놀자여"
"지금? 안 돼. 이제 자야지"
"왜여어엉? 왜 자야 대여어엉?"
"늦었으니까"
"아빠. 따아아아악. 놀자여어엉?"
"오늘은 얼른 자고 내일 아빠랑 많이 놀자. 알았지?"
"시더여엉. 안 자아아아"
시윤이는 슬슬 자기 싫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쌩쌩해도 (밤에) 자러 들어가자고 하면 일단 들어가긴 했는데, 요즘은 아무리 졸려도 안 잔다며 괜한 투정을 부리곤 한다.
시윤아, 니 누나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충분한 수면은 니네 건강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의 육체와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란다.
그러니 좀 적당히 해라.
아내는 모든 걸 포기하고 논개의 심정으로 시윤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