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27(토)
아내는 집들이가 잡혀 있었다. 나는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모임이었는데 애들을 두고는 아내가 한참 고민했다. 데리고 갈지 두고 갈지. 장소가 집이니 좀 부담이 덜 했는지 아내는 둘 다 데리고 간다고 했다. 난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근처 어딘가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제 못 씻겼으니 아침 먹고 둘 다 샤워를 시켰다. 밖에서 좀 많이 움직인 날(땀 많이 흘린 날)은 샤워를 안 시키면 머리에서 시큼시큼한 냄새가 난다. 둘 다 비슷하게.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더니 비는 안 오고 푹푹 찌기만 했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차도 아내에게 넘겼다. 어차피 멀리 안 가고 근처에 있을 건데 마땅히 주차할 데도 없을 것 같았다. 아내 친구 집은 남성역 근처였다. 버스를 타고 숭실대학교로 갔다. 당연히 외부인도 자유롭게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역주민(관악구, 동작구 주민) 정도만 출입이 가능한 듯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라 어디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로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아서 들어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의 자유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한테도 굳이 데리고 가지 말고 나한테 맡겨도 된다고 거듭 얘기했었다. 아무리 집이어도 애들이 있으면 온전한 대화를 하지 못하는 데다가 모이는 친구 중 자녀 보유자(?)는 아내뿐이라 괜히 산통 깨는 위치에 설까 봐.
"여보. 어디야?"
"나 여기 숭실대 입구 스타벅스"
"아. 그럼 여보가 올래, 내가 갈까?"
"여보가 와. 덥다"
"알았어"
"애들은 잘 있었어?"
"응. 뭐"
대화도 잘 나눴냐는 물음에는 언제나처럼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엄청 집중하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괜찮았어"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모들의 관심과 예쁨을 한 몸에 받고 돌아오니(다른 아이들도 없고) 좋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평소에 못 먹는 맛있는 간식도 많이 먹고.
"아빠. 우리 이제 어디 가여?"
"어디 가긴? 집에 가야지"
"집에 가기 싫은데. 놀이터에서 조금만 놀면 안 될까여?"
"놀이터? 너무 더울 텐데"
"소윤아. 오늘은 너무 더울 것 같아. 그러니까 그냥 집으로 가자"
처음에는 그냥 집으로 가자던 아내도 갑자기 마음이 변했는지 내게 다시 얘기했다.
"그냥 스타필드나 갈까? 갑자기 가고 싶네"
"그럴래? 그럼? 갔다가 사람 많으면 하나로 마트 가고?"
"그러자"
다행히 그래 오래 걸리지 않고 주차를 했다.
"딱히 목적이 있어서 오자고 한 건 아니야"
원래 스타필드가 그런 곳이다. 무 목적인 상태에서 와서 지갑을 열고 가는 곳. 그냥 돌아다녔다. 마트 구경도 하고, 시식도 하고, 애들 어묵도 사서 먹이고. 밖은 너무 더우니까(오늘은 더워도 너무 더웠다) 도저히 놀이터는 못 가겠고, 그래도 스타필드는 조금 뛰고 돌아다녀도 괜찮은 곳이라 조금이나마 소윤이와 시윤이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여보. 애들 밥은 어떻게 하지?"
"그러게. 뭐 먹이지"
아내와 나는 굳이 거기서 먹을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애들까지 굶길 수는 없으니 지하 분식코너에서 파는 셀프 주먹밥을 샀다. 3,500원인 것치고는 제법 성의가 있다. 장갑을 끼고 주먹밥을 조그맣게 말아 하나씩 입에 넣어줬다. 소윤이랑 시윤이 모두 맛있게 잘 먹었다. 아무래도 편하게 받아먹기만 할 때 더 잘 먹는 것 같다.
"으아. 여보. 이제 가자"
"그래. 으아"
아내도 나도 장거리 이동, 무더위, 육아로 인한 피로가 복합되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었다. 집에 빨리 가서 마무리했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는데, 이게 참 그렇지가 않다. 그냥 집에 가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러다 질리고 질리면 다시 집이 그리워지고. 뭐 그런 거다.
"소윤아, 시윤이. 이제 가자"
시윤이는 가는 길에 잠들었고 소윤이도 거의 잠들기 직전까지 갔다.
"여보. 오늘은 애들 땀 많이 안 흘렸지?"
"응. 계속 실내에 있었으니까"
"그래. 다행이다"
못 씻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합리화로 포장하는 과정이다.
"여보. 우리는 뭐 먹어?"
"글쎄. 여보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응. 딱히 생각 나는 건 없는데"
정말 그랬다. 하루 종일 덥고 애들 보느라 지치기도 해서 식욕도 없는 데다가, 식사 시간도 많이 지나서 허기도 사라진 듯했다.
"그럼 그냥 오늘은 굶지 뭐"
이렇게 살아왔으면 이 정도 몸뚱아리까지 오지 않았겠지.
"그래도 뭐 먹어야지"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이렇게 된 거다. 슬프군. 아내랑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내는 밥도 먹었다. 찬밥도 말아 먹고, 사또밥도 먹고.
"여보. 여보가 열심히 먹은 음식 사진 찍고 그랬는데"
"아, 몰라"
나랑 여보 닮았나. 우리 애들도 참 잘 먹어.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