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29(월)
좀 늦게 일어나서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는데 시윤이가 따라와서는 얘기했다.
"아빠아. 꾸. 꾸. 하자여엉"
"뭐라고?"
"꾸. 꾸"
"꾸꾸가 뭐야"
"아니이이이"
"아빠가 못 알아듣겠어. 짜증 내지 말고"
"꾸. 꾸. 이케"
옆에서 듣던 소윤이가 통역해줬다.
"아빠. 꼭꼭 숨어라 하자는 거에여"
"아. 그런 거야?"
"아, 시윤이. 숨바꼭질하자는 말이었어?"
"네에. 움바꾹질 하자여"
"시윤아. 그런데 아빠 지금 늦어서 시간이 없어. 미안"
"아빠. 따아아아악 한 번"
"딱 한 번도 시간이 없어. 미안. 갔다 와서 하자?"
눈 뜨자마자 숨바꼭질이라니. 재미를 좀 붙였나 보다. 하루 종일 시윤이의 그 간절한 표정이 아른거렸다. 퇴근하면 숨바꼭질부터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갔더니 애들은 안 방에 있었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오셨네"
문을 열고 와다다다 달려와서는 차례대로 안겼다.
"아빠. 꾸. 꾸 하자여"
"아빠. 숨바꼭질 해여"
얘네도 하루 종일 벼르고 있었나 보다.
아침의 다짐과는 다르게 매우 피곤해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기꺼이 몸을 일으켰다. 아내가 밥 다 됐으니 앉으라고 할 때까지 원 없이 숨바꼭질을 했다. 맨날 숨는 데 숨으면서도 그렇게 재밌나 보다. 절대 못 찾을 곳에 숨어서 좀 쉬고 싶은 유혹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잘 이겨내고 있다. 또 정말 필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두고 있다.
아내는 내일 처치홈스쿨 종강 예배 때 준비해야 할 게 많기도 하고, 수요일에 울산으로 떠나는 여름휴가 짐도 챙겨야 하고 그래서 자유시간을 반납했다.
"그럼 오늘은 엄마랑 자는 거지여?"
"아니야. 오늘 엄마는 할 게 많아서 아빠랑 자야 돼"
"엄마랑 자고 싶은데"
"자꾸 이런 걸로 떼쓰면 이제 엄마, 아빠가 그냥 마음대로 정한다고 했지?"
"아빠. 엄마라아앙"
"시윤이도. 떼 그만 쓰고 오늘은 아빠랑 자는 거야. 알았지?"
꽤 이른 시간에 데리고 들어갔다. 나도 너무 피곤했다. 고작 책 두 권 읽는 동안 몇 번을 졸았는지. 소윤이랑 시윤이가 날 깨우기 바빴다.
"자, 이제 얼른 자자. 눈 감고"
이건 마치 나에게 하는 말이었던가. 내가 가장 먼저 잠들었나 보다. 잠들었다기보다는 잠들려는 나의 육신을 억지로 제어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몽롱한 상태가 이어졌다. 소윤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던 차에 눈을 떴다.
"소윤아. 뭐해? 왜 돌아다녀?"
"아니. 아빠가 잠들어서 안 깨니까 나 혼자 자야 되는 게 싫어서여"
"어, 알았어. 얼른 누워. 아빠 안 잘 게"
시윤이는 손가락 빨지 말라고 했더니 거칠게 울며 방 여기저기를 뒹굴고 다녔다.
"시윤아. 아빠 옆에 와서 누워. 아빠가 토닥토닥 해 줄 게"
"엉어엉엉엉어엉엉"
"손가락 빨지 말라고 해서 속상했어?"
"네에에. 으어엉어어엉어엉"
"그래도. 손가락 빨면 안 되잖아. 그치? 빨지 않고 잘 수 있지? 얼른 자자"
시윤이는 한참 걸렸다. 한 시간 정도.
간만에 느껴보는 몽롱함이었다. '그냥 잘까' 하는 유혹을 간신히 이겨내고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아내도 이것저것 준비하고 사야 할 게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오기도 했다.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는데 방 문이 열렸다.
누가 나왔나 싶었는데, 둘 다였다. 시윤이는 나오자마자 아빠를 찾길래 이게 웬일인가 싶어 얼른 가서 안아줬더니 바로 엄마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소윤이, 시윤이 둘 다 자석처럼 엄마한테 딱 달라붙었다. 이때는 내가 살짝 만지기만 해도 질색팔색을 한다.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난 이미 잠이 다 달아나서 소파에 앉아 한량스럽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시윤이가 꽤 오랫동안 잠들지 못하는 듯 계속 소리가 들렸다. 우는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는 아마 또 손가락 때문인 것 같았다.
나도 들어가서 자려는데 아내가 다시 나왔다.
"뭐야? 왜 나왔어?"
"그냥"
"여보 드라마 봤어?"
"아니"
"여태까지 안 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잠들었다가 깼지"
그냥 본능적으로 불빛을 따라 나왔나 보다. 아내는 나와 함께 곧바로 다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