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빠른 일상 복귀

19.09.14(토)

by 어깨아빠

장인어른, 장모님, 형님(아내 오빠)네 부부, 우리 가족이 성남에 계시는 아내의 작은 아버님 가족과 할머니를 뵈러 갔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우리만큼이나 커피를 좋아하셔서 출발하면서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샀다. 장모님은 소윤이와 시윤이 마시라고 뽀로로 보리차도 하나씩 사주신다고 편의점에도 가셨는데, 뽀로로 과자도 함께 사 오셨다.


'그냥 물만 사 오셔도 되는데 뭘 과자까지 사 오셨나'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거기에는 칙촉도 함께 있었다. 성남 가는 길에 다 먹었다. 요긴한 간식 봉지였다.


요즘에는 명절이라고 시내는 차 안 막히고 그런 거 없나 보다.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시윤이는 진작에 잠들었고 소윤이는 잘랑말랑하다가 거의 도착했을 때쯤 고개를 떨궜다. 오늘도 당연히 새벽같이 일어났으니 졸리긴 했을 거다. 성남 가는 길, 그러니까 점심시간 무렵에 잠든 게 최고의 전개였다. [소윤이의 피로 해소 + 우리(아내와 나)의 조기 퇴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가능했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둘 다 자고 있어서 차 대놓고 안에서 좀 기다리려고 했는데 소윤이는 얼마 안 지나서 부릅 눈을 떴다.


"소윤아. 더 자도 돼. 뭐 벌써 일어나"

"아빠. 잠이 안 와여"


잠이 안 온다는데 별 수 있나. 소윤이는 30분 남짓 자고 일어났고 시윤이는 한 시간 가까이 잤다. 뭐 일단 당장의 피로는 떨쳐냈으니 오후 시간이 좀 더 평온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소윤이는 아내의 사촌 동생(작은 아버님의 첫째 딸)을 지난 추석에 보고 처음 보는 건데, 며칠 전부터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엄마. 샘이 이모 빨리 보고 싶어여"


처음에는 좀 서먹서먹하더니 금세 친밀하게 다가갔다. 점심도 샘이 이모 옆에서 먹겠다고 할 정도로 내내 옆에 붙어 있었다.


"아빠. 자전거도 꺼내주세여"

"자전거는 짐이 너무 많아서 힘든데. 킥보드만 타면 안 될까?"

"아이, 샘이 이모한테 보여주게여"


밥 먹고 넓은 광장에서 킥보드도 타고 자전거도 타려고 했는데 금방 비가 왔다. 그렇게 꺼내 달라던 자전거는 막상 타보니 힘들고 재미가 없었는지 금방 킥보드로 갈아탔다.


'그러게 자전거는 꺼내지 말자니까'


비 때문에 잠깐 앉아 있다가 금방 작은 아버님 댁으로 들어갔다. (아내의) 할머니가 생신이셔서 케이크에 초를 꼽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드렸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늘도 가장 열성적인 기쁨조가 되어 드렸다. 열정적인 춤과 노래는 케이크로 보상받았다.


성남을 떠나 우리 집 근처에서 처가 식구들과 마지막 회동을 가졌다. 연휴가 끝나가는 걸 몸에서 알아차린 건지 연휴 내내 잊고 지낸 피로가 고개를 들었다. 졸음을 떨쳐내느라 애를 먹었다. 다들 점심 먹은 게 소화가 안 돼서 밥은 따로 먹지 않고 카페에 가서 커피와 빵을 시켰다. 빵이 꽤 많아 보였는데 떠날 때는 빈 접시였다. 당연히 소윤이, 시윤이도 한몫했다.


안타깝게도 시윤이는 성남에서 올 때 잠들었다가 깼다.


"괜찮아. 내가 데리고 들어가서 자면 되지 뭐"


오늘도 아내가 논개를 자처했다. 아내와 애들이 자는 동안 이쪽저쪽에서 싸 주신 명절 반찬과 과일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아내가 특별히 나물류는 한 번 볶아서 넣어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나물을 볶으면서 '나물은 왜 볶아서 넣어야 하는지'를 안 물어본 게 아쉬웠다. 왜 볶는지도 모르고 볶으려니 나물 볶는 기계가 된 느낌이었다. 각종 반찬을 정리해서 넣으려고 보니 냉장고에 자리가 없었다. 버려도 될만한 것들이 담긴 반찬통을 몇 개 꺼내서 내용물은 버리고 설거지를 했다. 이 모든 걸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나마 가기 전에 열심히 집을 치워 놓고 가서 이 정도였다. 달력의 날짜 표기는 내일까지 빨간색이지만 집안일과 마주하는 순간 더이상 빨간 날은 없었다. 장점도 있다. 월요일의 충격이 그만큼 덜하니까.


부지런히 끝내고 얼른 내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언제나처럼 부지런히 하면 할수록 새로운 할 일이 보이고 차마 그걸 등질 수는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꾸역꾸역 하고 나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있는 악순환처럼 보이지만 깨끗해진 집, 말끔해진 싱크대 같은 선한 결과를 낳기도 하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너무 길어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어디가 처음이고 중간이고 끝인지 모르겠는 이 문장 같은 집안일의 굴레. 던져버리고 싶다.

(이렇게 써 놓으면 혹시나 내가 집안일을 엄청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꼭 그런 건 아니다. 공부 못하는 사람이라도 공부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아내가 롬이를 가진 이후로는 평소보다 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맞지만.)


소윤이, 시윤이와 함께 들어갔다가 잠들었던 아내는 다시 나왔다.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 같길래 뭐 하냐고 물었더니 드라마를 본다고 했다. 한동안 중단됐던 드라마 시청을 다시 시작한 모양이다. 드라마 한 편을 다 보고 나더니 피곤하다며 다시 방에 들어갔다.


드라마 생각이 나는 걸 보니 롬이가 조금씩 잠잠해지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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