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그으으으으으으으음

19.09.27(금)

by 어깨아빠

오늘도 소윤이의 부스럭거림이 느껴졌다. 시간은 6시 20분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계속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물론 자지는 못했지만.


"소윤아. 잘 잤어?"

"네. 아빠두여?"

"응. 소윤아. 오늘 저녁에 아빠랑 교회 갈 거야?"

"음, 이따 고민 좀 하고 결정할게여"

"알았어. 만약에 교회 갈 거면 오늘 낮잠 꼭 자. 알았지?"

"네"


시윤이는 자고 있어서 소윤이하고만 인사를 하고 출근했다. 처치홈스쿨 가는 날이라 역시나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연락이 됐다.


"여보"

"어. 나 200번 탔어"

"그럼 우리 잠깐 자연드림 가는데 이따 원흥에서 만날까?"

"그래"


"아빠"

"어. 소윤아"

"저 오늘 낮잠 잤어여"

"아, 그랬어? 아빠랑 교회 갈 거야?"

"아직 시간 좀 더 있으니까 고민하고 얘기해줄게여"

"그래, 알았어"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윤아, 시윤아. 안녕"


소윤이는 기침이 매우 심했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가득 찬 콧물 때문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걱정은 됐다. 며칠, 아니 일주일도 넘은 것 같다. 심한 비염 증세가 계속됐다. 거기에 낮잠을 잤다더니 꼭 안 잔 것처럼 피곤해 보였다. 이유 없는 짜증도 내고.


"소윤이 잔 거 맞아?"

"어. 그런데 한 30분도 안 잤어"

"아, 늦게 잠든 거야? 아님 빨리 일어난 거야?"

"늦게 자고 빨리 일어났지"

"아, 그렇구나"


오늘은 아무래도 교회에 데리고 가는 게 힘들어 보였다.


"소윤아. 오늘은 아무래도 교회에 가기 힘들겠다"

"왜여?"

"소윤이가 너무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기침도 많이 하니까. 일찍 자야 할 거 같아"

"아, 시러여어어어. 낮잠 잤으니까 교회 갈래여어어어"

"아니야, 소윤아. 오늘은 아빠 말 들어. 그러다 소윤이 더 아파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소윤이는 또르르 눈물을 흘렸다.


아내는 아내대로 상태가 안 좋았다. 아침부터 머리가 좀 아프다고 하더니 더 심해졌다. 입덧만 아니었으면 몸살 환자였다. 내가 없을 때야 정신력으로 버텼겠지만 날 만나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어지고, 그럼 오히려 증세가 도드라진다. 아내는 집에 가자마자 침대에 누웠다.(쓰러졌다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아빠. 그런데 아빠랑 교회에 너무 가고 싶어여"

"어, 오늘은 아니야. 아빠 말 들어. 알았지?"

"네에. 그런데 교회에 간다고 생각하다가 못 가서 너무 속상해여"

"그래, 속상할 수 있지. 그래도 오늘은 너무 힘들 거 같아. 그러니까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자?"

"네에"


감자볶음, 계란 프라이를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서 애들 저녁으로 줬다. 아내가 먹을 건 남은 김치찌개를 넣고 약간 매콤하게 볶았다. 아내는 눕자마자 잠들었고, 난 최대한 많은 걸 해놓고 교회에 가기 위해 서둘렀다. 애들이 밥 먹는 동안 부지런히 설거지를 했다. 이놈의 설거지는 정말. 결혼하기 전에 엄마의 설거지를 더 열심히 돕지 못한 걸 많이 후회하고 있다. (엄마가 그렇게도 "자기가 먹은 건 좀 그때그때 치워"라고 얘기한 이유를 이제야 깨닫고 있다.)


밥 잘 먹던 소윤이가 갑자기 펑펑 울며 얘기했다.


"아빠아아아아. 그런데에에에 낮잠 자서어어어 교회에에에 갈 수 있다고오오오 생각하다가아아아 못 가게 되니까아아아 너무 슬퍼여어어어어어. 엉엉엉엉엉"


어찌나 짠하던지.


"소윤아. 그렇게 슬펐어?"

"네에"

"진짜 괜찮겠어?"

"네에"

"안 졸려?"

"네에"

"아빠는 소윤이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아빠야 소윤이 같이 가면 좋지"

"저는 괜찮아여"

"그래, 그럼. 같이 가자"


"아빠. 나늠여? 나는 엄마랑 집에 있구우?"

"응, 시윤이는 엄마랑 집에 있고"


소윤이나 시윤이나 샤워를 한 지 너무 오래됐다.(머리를 안 감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소윤이가 교회에 안 갔으면 내일 샤워를 시키려고 했는데 교회에 가는 걸로 됐으니 씻겨야 했다. 밥 다 먹자마자 한 명씩 데리고 가서 샤워를 시켰다.


"소윤아, 아빠가 다 개운하다"

"왜여?"

"소윤이가 너무 오랫동안 머리를 안 감았잖아. 소윤이는 안 시원해?"

"저는 잘 모르겠어여"


글로 적어 놓으니 분주함이 전달되지 않지만, 정말 부지런히 움직였다. 퇴근하고 잠시도 앉지 못하고 계속 일했다. 소처럼.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다. 누워서 자기만 하면 되는 상태까지 만들어 놨으니. 소윤이는 외출복을 입히고 시윤이는 내복을 입혔다. 아내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시윤아. 누나랑 아빠는 교회 갔다 올 게"

"네, 아빠. 잘 가따와여어"

"응, 시윤이는 거실에 있지 말고 안방에 들어가서 엄마 옆에 있어. 알았지? 잠 안 오면 엄마 옆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자. 엄마 깨우지는 말고"

"왜여어?"

"엄마 지금 아프시대. 시윤이가 깨우면 엄마가 빨리 안 낫잖아. 그러니까 엄마 옆에 누워서 자. 알았지?"

"네"


고맙게도 거실 불을 끄고 들어가라고 했더니 군말 없이 안방으로 쪼르르 걸어 들어가더니 아내 옆에 누웠다. 기특한 녀석.


"소윤아, 우린 가자"


나가려고 신발까지 신었다가 다시 들어갔다. 베란다 바깥 창을 닫고 잠그기까지 했다. 혹시나 시윤이가 혼자 돌아다니다가 베란다로 나갈지도 모르고, 가끔 뉴스에서 들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 결과였다. 혹시 위험한 게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고 집에서 나왔다.


"소윤아. 괜찮아?"

"네, 괜찮져"


1시간 30분 동안 아빠 없이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나야 혼자 가는 거보다 소윤이가 있는 게 훨씬 좋지만.


"소윤아. 오늘은 가면 찬양도 좀 하고 기도도 하고 그래봐"

"네"

"어른들 찬양이라 쉽지 않기는 해도 어쨌든 예배드리러 가는 거니까. 알았지?"

"네"


대답은 했지만 양상은 지난주와 비슷했다. 엄마, 아빠도 없이 자기 혼자 있는데 어른 예배에 적극적으로 함께하라는 게 사실 어렵긴 할 거다. 아무 일 없이 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역시나 지난주보다는 훨씬 피곤해 보였다. 예배가 끝날 무렵에는 자기도 어떻게 안 되는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신음소리를 냈다. 어른도 힘들 시간이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소윤이랑 같이 기도도 했다.


"소윤아. 오늘도 편의점 들렀다 갈까?"

"왜여?"

"그냥. 싫으면 말고"

"아, 좋아여 좋아여"

"너무 졸리면 그냥 가도 돼"

"아, 괜찮아여. 안 졸려여"

"뭐 먹을 건데?"

"사 달라고 하면 다 사 줄 거에여?"

"아니이. 일단 얘기해 보라는 거지"

"가서 고를게여"


소윤이는 초콜렛이나 초코 우유 같은 걸 골랐지만 난 에너지바를 제안했다. 어차피 그것도 초콜렛이 입혀져 있긴 하지만 왠지 덜 해로워 보였다. 하나 사서 반씩 나눠 먹었다.


"소윤아. 그것도 맛있지?"

"네"


소윤이는 먹을 걸 다 먹고, 차에 타고나니 억누르고 있던 피로가 폭발했다. 거기에 비염 증세와 기침까지 더해졌다.


"아빠아아아. 너무 졸리고 숨이 답답해서 힘들어여"

"그래, 얼른 가자"

"아빠아아아아아아"

"소윤아, 짜증 내고 징징댄다고 나아지지는 않잖아. 오히려 더 힘들어져. 그러니까 졸리면 가는 길에 자고 짜증 내지 마"


아마 한 10분 더 돌았으면 잤을지도 모른다. 소윤이가 엄마를 너무 애타게 찾아서 그러지는 않았다. 아내는 깨 있었다.


"여보 언제 깼어?"

"한 9시 넘어서?"

"시윤이는? 언제 잤어?"

"몰라"

"그래? 그럼 시윤이 계속 여보 옆에서 뒹굴거리다가 잠든 거야?"

"그런가 봐. 좀 미안하다"

"기특하네"

"그치?"


주인 곁을 서성이다 잠든 강아지처럼 아내 곁을 맴돌다가 잠들었나 보다. 아내를 깨우지도 않고.


"아빠. 엄마랑 자도 돼여?"

"응, 그렇게 해"


"여보는 졸려? 하도 많이 자서"

"안 졸리지. 그래도 들어가야지"


아내는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머리는 여전히 아프고 속도 울렁거리고. 약간의 미열도 있었다. 설마 감기는 아니겠지.


"여보도 오늘 진짜 힘들었지. 쉬지도 못하고"

"괜찮아"


아내와 소윤이도 들어가고 거실에 홀로 남으니 나에게도 피로가 몰려왔다. 월화수목그으으으으으으으음이 내 얘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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