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04(금)
소윤이와 시윤이는 물론이고 아내도 깨우지 않고 출근했다. 아침에 바쁠 만한 일이 없어 보여서 한 8시쯤 깨우려고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잠시 후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모두 잘 자고 일어났다면서.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소윤이와 시윤이의 목소리에도 밝은 기운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렇게 통화하고 나서는 퇴근할 때나 되어서 다시 통화를 했다. 요즘 처치홈스쿨 하는 날은 아내가 나보다 더 늦게 끝나기도 한다. 여느 때처럼 원흥역에서 만났다.
"소윤아, 시윤아. 반가워. 우리 오늘 아침에 못 봤잖아"
"맞아여. 아빠. 보고싶었어여"
"시윤이는? 아빠 안 보고 싶었어?"
"보고 지퍼떠여어어어"
"여보도 고생했어"
"여보도. 오늘 안 힘들었어?"
"어, 괜찮았지"
매일매일 아무것도 아닌 일상의 대화 속에 사랑의 표현을 잘 버무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여보. 우리 칼국수 먹을까?"
"칼국수? 갑자기 왜?"
"아, 저번에 오빠가 맛있게 먹은 곳이 있다고 해서. 여기 근처에"
"그러자 그럼"
원흥역 근처의 어느 가게였다. 해물 칼국수 2인분과 만두 하나를 시켰다. 딸린 메뉴로 보리밥도 함께 나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늘도 잘 먹었다. 낮잠을 자지 않은 소윤이는 졸리다는 말을 계속하면서도 기복 없이 꾸준한 숟가락질을 구사했다. 낮잠을 잘 자고 온 시윤이는 흥이 넘쳐서 들썩들썩하기는 했어도 본분(식사)을 잊지는 않았다.
밥 먹고 났더니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집에 들렀다 바로 나와야 하는 시간이었다. 소윤이는 오늘은 따라가지 않겠다고 이미 어제 말했다.
"소윤아. 내일은 아빠 따라서 갈 거야?"
"아니여"
"왜?"
"이제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갈 거라니까여. 엄마도 같이 갈 때는 가고 엄마가 안 갈 때는 한 번은 아빠랑 가고 그다음은 안 가고 그다음은 다시 가고. 이렇게여"
자기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었다. 아내도 함께 가는 날은 무조건 같이 가고(가기 싫어도 별 수 없겠지만) 아내가 함께 갔던 다음 주는 아내가 안 가도 가고, 아내 없이 갔던 그다음 주는 안 가고. 이런 식이라는 말이다.
급히 아내와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나왔다. 이미 좀 늦은 출발이었지만 꽃집에 들렀다. 내일이 아내의 생일이다. 예배 끝나고 나오면 문을 연 꽃집이 없기 때문에 미리 사 둬야 했다. 물 주머니에 담아 주셔서 조수석에 세워 놓고 조심조심 운전을 했다.
예배 끝나고 나와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세 번 정도 울리고 끊었다. 혹시나 자고 있는데 깰까 봐. 5분 정도 뒤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잠들었어?"
"어. 시윤이가 늦게 자서"
"소윤이는?"
"소윤이는 바로 잤지"
"난 지금 가고 있어. 여보는 바로 다시 잘 거지?"
"아니. 여보 오면 얼굴 보고 잘 게"
"안 돼. 먼저 들어가"
"아. 왜"
"얼른 들어가. 알았지?"
뭐 어느 정도 생각은 하겠지만 그래도 내일 아침에 짠하고 보여주는 게 좋다.
집에 들어갔을 때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방 문을 열고 봤더니 아내가 아직 안 자고 있어서 인사를 나누고 문을 닫았다.
요리를 시작했다. 미역국, 콩비지전, 계란말이를 할 생각이었다. 미역국은 초반에 고기와 미역을 볶아서 물 부어놓고 주구장창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괜찮은데 콩비지 전이 문제였다. 명절에 전 부치는 게 중노동인 이유가 다 있다. 집에 와서 요리를 시작한 게 이미 11시 30분이었는데 콩비지 전을 다 부치고 나니 1시가 넘었다. 계란말이는 포기했다.
그 후에도 할 일이 많았다. 집이 너무 엉망이었다. 100%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생일상 받을 만한 상태로 만들어야 했다. 눈에 보이는 난잡함만 좀 해결했다. 편지도 썼다. 편지는 미리 가안(?)을 써 놔서 그나마 수월했다.
3시가 넘었다. 원래 계획은 엄청 일찍 일어나서 소윤이와 시윤이를 깨워 가지고 대기하고 있다가 아내가 일어나면 격렬한 축하를 선사하는 거였다. 소윤이, 시윤이가 잘 협조할까를 고민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못 일어날 것 같았다. 그것도 포기했다.
여보. 미역국에 나의 모든 혼과 얼이 담겨 있어. 그걸 입으로 느껴. 편지에는 나의 사상과 정신, 그건 눈으로 보고. 꽃에는 나의 사랑, 그건 코로 마시고.
오감 만족 생일 축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