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18(금)
오늘 처치홈스쿨에서 [아빠랑 요리하기] 발표가 있다고 했다. 아내가 그걸 어제 말했다. 아내도 깜빡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거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알람을 맞췄다.
"소윤아. 소윤아. 일어나"
소윤이에게도 어제 미리 말해뒀기 때문에 어리둥절하지는 않았지만, 온 가족이 비몽사몽이었다. 시윤이는 굳이 깨우지 않았다.
계란말이를 만들기로 했다. 소윤이가 계란도 깨고, 양파와 햄도 썰고, 계란을 풀기도 했다. 시윤이는 계란을 풀 때쯤 나왔다.
"시윤아. 일어났어? 얼른 나와서 시윤이도 이거 같이 풀어줘"
혹시라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신없을 때 몰아쳤다. 소윤이는 즐거워했다. 같이 요리 만드는 건 잘 안 한다. 여러모로 성가신 일이다. 일단 시윤이는 누나가 하는 걸 보면 꼭 자기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아직 능력이 안 될 때가 많다. 도와준다고 하면 그것도 싫다고 그러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안 된다고 짜증 내고. 물론 안 좋은 전개를 가정한 거지만. 다 하고 나서도 애들 없이 했을 때보다 두 배는 치워야 할 게 생기고. 그런데 아침부터 일어나 모든 걸 자기한테 하라고 하니 얼마나 즐거웠을까.
계란을 팬에 올려서 마는 건 내가 했다. 하다 보니 나가야 할 시간이 금방 다가왔다.
"여보. 우리가 원흥역에 태워줄게"
갑작스럽고 피곤했지만 즐겁게 마쳤다. 애들은 물론이고 나도 재밌었다. 계란말이 맛도 괜찮았다.
"소윤아. 오늘 가서 발표 잘 해"
"시윤이도"
아내는 물론이고 애들까지도 잠옷 바람 그대로 차에 탔다. 운전은 아내가 했다. 계란말이를 주고 5분짜리 기사를 얻었다.
퇴근하는 길에 원흥역에서 아내와 애들을 만났다.
"소윤아, 시윤아. 안녕. 오늘 발표 잘했어?"
"네. 앞에 나가서 시윤이랑 같이 사진 보여주면서 발표했어여"
뭔가 뿌듯했다.
소윤이는 낮잠을 잘 잤다고 했다. 소윤이가 짠 (자기만의) 일정에 따르면 오늘은 엄마가 안 가도 아빠를 따라 철야예배에 가는 날이었다. 소윤이는 못내 아쉬운지 아내에게 계속 얘기했다.
"엄마. 엄마도 같이 가자여"
"그럴까? 같이 가볼까? 일단 집에 가서 저녁 먹고. 그래도 괜찮으면"
"그래여"
곧장 손과 발만 씻기고 저녁을 먹였다. 집에 있는 반찬으로 후다다닥 차려줬다. 소윤이는 뭐 그냥저냥 열심히 먹었는데 시윤이가 자꾸 뺀질거렸다. 아내도 함께 앉아서 밥을 먹었는데 저녁 먹으면서 아내의 남은 육아 에너지를 모두 소모했다. 시윤이와 씨름하느라고.
"소윤아. 아무래도 오늘 엄마는 못 갈 거 같아. 소윤이랑 아빠랑 다녀와"
"알았어여"
교회에 도착해서 일단 오줌 싸게 하고, 물 한 모금 마시게 했다. 혼자 있을 때 해결하기 곤란한 욕구를 미리 해소하는 차원으로다가. 예배당에 내려가 맨 앞자리에 앉혀 놓고 장장 한 시간 반(연습-설교 전 반주)의 여정을 시작했다. 연습과 예배가 끝날 때까지 역시나 혼자서도 잘 앉아 있었다.
반주가 끝나고 소윤이 옆으로 가서 앉았다. 처음에는 생기가 넘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움직임이 줄었다. 거기에 다른 날에 비해 설교도 좀 길었다. 소윤이는 너무 피곤하고 졸리다며 기댔다가, 누웠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했다. 무척 졸려 보였다. 그래도 짜증이나 투정 한 번 없었다.
편의점에 들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너무 늦었으니 그냥 가려고 했다. 교회 문을 나서는데 소윤이가 매우 공손하게(뭐랄까, 내가 거절해도 아무렇지 않게 수긍할 것처럼) 물었다.
"아빠. 오늘은 간식 같은 거 안 사주시는 거에여?"
"간식? 먹을까? 먹고 싶어?"
"네, 그럼여"
"그래. 가자"
소윤이는 편의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고른 게 500원짜리 미니 초코바였다. 소윤이도 아는 거다. 허용 범위가 어느 정도고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아마 자기 마음에 충실했으면 당연히 더 큰 걸 골랐을 테지만, 겨우 500원짜리라니. 그 마음을 막 쓰다듬고 싶었다. 내가 막 웃었더니 소윤이는 의아하다는 듯 왜 웃냐고 물었다.
"그냥. 소윤이가 너무 귀여워서. 소윤아. 그럼 그 옆에 그 동그란 초콜렛 그것도 하나 골라. 그건 내일 시윤이랑 나눠 먹자"
"오, 그러자여"
물론 그것도 500원짜리였다. 그야말로 1,000원의 행복이 따로 없었다.
"아빠. 초콜렛을 먹었더니 잠이 갔어여"
소윤이는 쌩쌩하게 집까지 갔다.
아내는 자고 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집은 엄청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아예 재우러 들어가기 전에 다 치운 듯했다. 일부러 티 내려고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실의 스탠드 불빛까지 더해지니 엄청 아늑하게 느껴졌다.
"소윤아. 집 엄청 깨끗하다. 엄마가 다 치우셨나 봐"
"그러게여. 진짜 깨끗하다여"
소윤이는 양치하고 오줌 싸고 바로 들어갔다.
"소윤아. 엄마 옆에서 자. 엄마 깨우면 안 되고. 알았지?"
"네"
소윤이는 좀 피곤했겠지만 계란말이와 초콜렛 덕분에 따뜻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