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는 토요일

19.10.19(토)

by 어깨아빠

부모교육을 받으러 가는 날이었는데, 오늘은 그보다도 이른 시간에 일정이 하나 더 있었다. 가족 모두의 일정은 아니었고 아내의 일이었지만 아내를 데려다줘야 했다.


아내를 약속 장소에 데려다주고 빵집에 갔다. 좀 괜찮은 빵집이 있길 바랐지만 프랜차이즈 가게뿐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먹고 싶은 빵을 한 개씩 고르라고 했더니 소윤이는 소보로빵, 시윤이는 녹색팥앙금빵을 골랐다. 두 개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고로케도 하나 더 집었다.


애들은 각자 고른 빵만 잘 먹었다. 서로의 빵은 한 입 먹어보더니 별로라며 거절했다. 난 커피를 한 잔 사서 마셨다. 아내의 일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건 아니었지만 끝나는 걸 기다리면 부모교육에 늦을 수도 있어서 먼저 출발할까 하다가 기다리기로 했다. 아내에게 금방 끝날 것 같다고 카톡이 왔다.


대충 아내가 끝날 시간에 맞춰 빵집에서 나왔는데, 아내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늦게 나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침부터 잔뜩 신이 나가지고 뛰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난 도무지 그 장단에 맞춰주기 힘들었다.


"아빠. 안아서 돌려주세여"

"아, 싫어. 힘들어. 아빠 오늘은 못 해"


아이들은 전혀 아니었지만 난 기다림에 지쳐갔다. 그때 아내가 등장했다. 다시 차를 타고 부모교육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 멀지는 않았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서 그런가 평소보다 좀 더 피곤했다.


시윤이는 중간에 재웠다. 아내가 낮잠 자야 한다고 얘기했더니 울길래 내가 데리고 가서 다시 물었다.


"시윤아. 아빠가 안아서 재워줄까? 바닥에 누워서 잘까?"

"음, 누어더"


참 신기하게도 그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곳에서 두 시간이나 잤다. 오늘만 그런 게 아니고 항상 그랬다. 엄청 잘 잤다.


부모교육을 마치고 소윤이가 엊그제 갔던 집 근처 조그마한 공원에 가기로 했다. 소윤이가 아침부터 아빠랑도 한 번 가고 싶다며 거기를 가자고 했다. 소윤이가 막 말을 시작했을 때 갔던 곳이었다.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동네 하천 옆을 따라 넓은 잔디밭이 있는 곳인데 요즘처럼 날 좋을 때 놀러 나오기에 아주 좋았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자전거와 킥보드도 타고, 어린이용 운동기구도 있어서 그것도 하고. 재밌게 잘 놀다가 마지막에 소윤이가 헛발질을 했다. 아내는 돗자리에 앉아 있고 나랑 애들만 어린이용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 가서 놀다가 다시 우리 자리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소윤아. 아빠는 한 발로만 저기까지 갈 게. 소윤이랑 시윤이는 자전거랑 킥보드 타고 와. 알았지?"


그렇게 얘기하고 한 발로 열심히 뛰어가는데 뒤에서 소윤이가 소리쳤다.


"아빠. 잠깐만여. 같이 가여"

"소윤아. 얼른 와"

"아빠아아아. 같이 가자구우우우우"


반말, 고성, 무례함. 소윤이가 위반한 조항들이었다. 결국 소윤이는 돗자리에 앉아 훈육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순간이 좀 어그러졌을 뿐 그게 내내 이어지지는 않았다. 자기 스스로도 인정하는 잘못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렇다.


저녁은 중국음식점에서 먹었다. 도삭면을 파는 곳이었는데 소윤이가 엄청 잘 먹었다. 애들은 짜장면과 밥을 줬는데 소윤이는 먹방 장인들의 면치기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면 흡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시윤이는 잘 먹지 않고 장난만 치다가 밥을 비벼주니까 오히려 그건 또 잘 먹었다.


애들은 아내가 재웠다. 아내는 잠깐 잠들었지만 오늘은 탈출에 성공했다.


층간 소음 방지용 매트가 배송되어 있었다. 아래층과의 일로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보여주기용으로라도)을 다하는 차원이었다. 시공 매트를 깔면 깔끔하고 보기에는 좋겠지만 비용이 워낙 많이 들고, 그렇게까지 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매트라고 깔아 놓기는 했는데 정말 보기 싫었다. 요즘 들어 1층으로, 가능만 하다면 주택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졌다.


아내는 다시금 두통을 호소했다. 이제 오히려 두통이 없는 시간이 더 짧을 정도다. 원래 잦은 두통에 시달리는 편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정말 롬이 때문인가?


그나저나 롬이가 딸인 걸 확인했다고 얘기하면 자꾸 주변에서 아직 주수가 빨라 나중에 바뀔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다.


롬이야. 너 딸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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