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디짧은 육아

19.10.25(금)

by 어깨아빠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퇴근해서 집에 가고 있는데 아내와 연락이 됐다. 아내는 나보다 더 빨리 끝나서 이미 집에 도착했다고 했다. 소윤이 낮잠 여부부터 확인했다.


"안 잤어. 한 5분 자고 깼나?"

"5분?"

"어"

"5분을 자긴 잔 거야?"

"어. 완전히 잠들었었는데 갑자기 깼어. 그러고는 안 자겠다고 날 또 열받게 했지"


삼송역에 내려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어디야?"

"나? 버스 정류장. 이제 버스 타려고"

"그래? 우리 여보 데리러 가려고 나왔는데"

"진짜? 알았어. 삼송역으로 와"


직감했다. 아내가 외식을 제안할 거라는걸.


"얘들아, 여보. 안녕"

"여보. 수고했어. 안 힘들었어?"

"어, 괜찮았어"

"여보. 우리 밖에서 밥 먹을까?"


역시. 내 감이 좋은 걸까. 아내가 일정한 걸까.


"그러자. 어디서?"

"두 군데 후보가 있어"

"어딘데?"

"소윤이네(동네 근처 분식집)랑 여기(삼송역 근처) 손칼국수"

"여보 먹고 싶은 곳으로 가"

"아, 여보가 골라줘"

"그럼 여기 가자"


삼송역 바로 앞에 있는 손칼국수 가게로 갔다.


"소윤아. 낮잠 안 잤다며. 아빠랑 교회 못 가겠네"

"오늘은 원래 안 가는 날이잖아여"

"왜?"

"지난주에 아빠랑 갔으니까여"

"그래도. 또 갈 수도 있지 뭐. 아빠가 같이 가고 싶다고 하면"

"그래도. 그건 규칙이니까 지켜야지여"


엄마가 가면 전 주의 일정이 어떠했든 함께 가고(아내가 가면 소윤이의 선택권은 없기도 하지만), 아빠랑 둘이 갔으면 그다음 주는 쉬고. 이 순환표를 나름 철저히 지키나 보다.


아주 허름하고 작은 가게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뭐 그럭저럭 잘 먹은 것 같다. 사실 나 열심히 먹느라고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딱히 애들 신경 쓸 일이 없었다는 거니까 잘 먹은 게 맞을 거다.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집에 도착하니 바로 교회에 갈 시간이었다. 아주 잠깐 앉았다가 일어섰다.


"흑흑. 여보가 이렇게 떠나야 하다니"

"여보. 힘내"


아내는 정말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기 위한 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까. 씻겨서 옷 갈아입히고 재우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그거 빼면 애 키우면서 할 일이 없다. 그만큼 별거 아니지만 별 거인 오묘한 일들이다. 아이들의 협조도에 따라 노동 강도도 크게 차이가 나고.


'소윤이랑 함께 갔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갔는데 엄청 졸다가 왔다. 드럼 칠 때야 그러지 않았지만 앉아서 설교를 듣는데 정신을 못 차렸다. 아마 소윤이가 옆에 있었으면 몇 번이나 나를 깨우며 얘기했을 거다.


"아빠. 졸지 마여. 눈 떠여"


예배를 마치고 돌아와서 문을 열었는데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내도 여지없이 곯아떨어졌을 거다. 처치홈스쿨 있는 날은 평소에 비해 몇 배의 힘을 쏟고 오니까. 살짝 열려 있는 안방 문을 조용히 닫고 거실에 앉았다.


어찌 됐든 내일은 토요일이고, 아내는 오늘 좀 일찍 잤으니까 나의 아침은 좀 보장해주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