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도전

19.11.08(금)

by 어깨아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내와 아이들의 아침에 동참했다. 아내는 밥에 어묵과 두부, 그리고 무언가를 넣어서 개ㅂ...아니, 비빔밥을 만들었다.


"여보. 오늘은 그냥 내가 먹여야겠다"

"그래야겠다"


아내는 부지런히 스스로를 챙겼고 난 소윤이와 시윤이 밥을 먹였다. 바닥에서, 그것도 한 그릇에 담아서, 번갈아가며 먹여주는 일은 매우 흔치 않은 일이다. 아빠가 함께하는 아침이기에 가능한 일탈이랄까. 그래도 덕분에 준비 시간을 많이 줄였다. 아내가 목표한 시간에 1분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나갔다. 나도 아내의 짐을 들고 차까지 가서 실어주고 왔다.


"소윤아, 시윤아. 처치홈스쿨 잘 갔다 와. 여보도 화이팅"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고 다시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 오늘도 설거지할 게 좀 있긴 했는데 양이 얼마 안 돼서 그냥 뒀다. 아내가 아침은 꼭 챙겨 먹으라고 했다. 어제 장모님이 싸 주신 무김치(무슨 무인지는 모르겠다) 커다란 것 하나랑 김을 꺼냈다. 찬 밥에 물을 말아서 함께 먹었다. 앉지도 않고 식탁에 대충 차려놓고 서서. 어렸을 때 집에서 혼자 밥 먹으면 물 말아서 많이 먹었다. 진짜 오랜만에, 뭐 역시 물에 만 밥과 김치는 라면과 김치에 버금가는 조합이다.


아침 먹고 나서는 헬스장에 다녀왔다. 그러고 나서 잠깐 쉬고, 짐 챙기고, 나갈 준비를 했더니 금방 오후가 됐다. 근처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좀 보냈더니 금방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한 것도 없었는데 시간이 참 잘도 갔다.


"여보. 어디야?"

"나? 도서관이야"

"그럼 내가 데리러 갈 게"

"알았어"

"난 오늘 오랜만에 철야 예배 같이 가 보려고"

"아, 진짜? 애들 둘 다 낮잠 잤어?"

"어, 잤지"

"그래, 알았어"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

"어"

"나 오빠네 짐 갖다 주러 잠깐 들렀는데 애들이 너무 놀고 싶다고 해서 아빠 데리러 갔다 오는 동안만 있으라고 했어"

"그래, 알았어"


형님네 집에서 도서관은 차로 3분 거리였다. 너무 빠른 아빠의 등장으로 애들이 좀 슬퍼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시윤이가 그네를 한 번 더 타겠다고 좀 울긴 했지만 그냥 한 번 시도해 보는 정도의 떼였다.


집으로 가고 있는데 아내가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아, 네. 거기 혹시 포장되나요? 아, 그럼 2인분만 포장해 주세요. 한 10분 뒤에 도착해요"


"뭐야?"

"아,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어서 시켰어"


집에 도착해서 겉옷만 벗어놓고 바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별 건 없었고 어제 장모님이 주신 생물 삼치를 구웠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교회에 일찍 가야 해서 더욱 서둘렀다. 생선이 다 익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밥이랑 반찬(가지볶음)을 먼저 줬다.


"아, 여보.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네"

"괜찮겠어?"

"그러게. 내가 너무 컨디션이 좋을 때 얘기했나 봐"

"너무 힘들면 그냥 집에서 좀 쉬어"

"아니야. 그래도 가 봐야지"


배가 부르고 시간이 더 늦어지니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모양이었다. 아마 내가 더 말했으면 집에서 쉬었을지도 모른다. 아내는 이미 많이 피곤한 상황에서, 바로 잠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시간에 집에서 나왔다.


예배 초반부터 아내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드럼을 치면서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일단 시윤이가 아내 무릎 위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얌전히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아내는 요즘 배도 많이 부르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시윤이를 안는 게 매우 힘들다. 서서 번쩍 안는 건 당연하고 바로 옆자리로 앉아서 옮기는 것도. 아내의 표정에서 약간의 후회를 읽었다. 그나마 소윤이는 멀리서 보기에 아내를 크게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자 아내 옆에 찰싹 달라붙긴 했지만.


드럼 반주를 마치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가서 소윤이와 시윤이를 아내에게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이쪽에 앉아. 아빠가 엄마 옆에 앉을게"

"왜여?"

"아빠. 나는 엄마 옆에 계속 못 앉았는데여"


소윤이가 약간 울먹거리며 말했다. 아내도 소윤이는 그냥 옆에 앉혀도 된다고 하길래 그대로 뒀다. 아내-소윤-나-시윤. 이런 배치로 앉았다. 시윤이가 자기도 엄마 옆으로 가겠다며 시동을 걸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급히 시윤이를 안고 예배당 밖으로 나갔다. 차분하게 설명했더니 이해하고 납득했다.


"시윤아. 들어가면 아빠 옆에 앉는 거다?"

"네에"

"들어가서 또 엄마 옆으로 가고 싶다고 울고 떼쓰면 안 돼. 그럼 또 나와야 돼?"

"네에"


다행히 그 뒤로는 소윤이, 시윤이 모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시윤이는 낮잠을 엄청 개운하게 잤는지, 내가 함께한 뒤로 거의 한 시간을 의자 위에서만 보냈으면서도 계속 기분이 좋았다.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지만 힘들게 하지도 않았다. 소윤이는 시간이 많이 지나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중간에 살짝 잠들기도 했는데 너무 밝고 소란스러웠는지 다시 깼다.


아내가 가장 피곤해 보이고, 졸려 보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가는 길에 잠들지 않았는데 아내는 잠들었다. 아내는 내가 안고 갈 수 없으니 깨울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웠다. 아내가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나도 너무 귀찮아서 애들을 씻기지 않고 그냥 재울까 했다.


"소윤아, 시윤아. 오늘은 그냥 씻지 말고 자"

"왜여?"

"그냥 엄마도 너무 피곤하시고 그러니까"


"아빠아. 찌꼬(씻고) 자고 지퍼여어"

"아빠. 아무리 그래도 씻는 건 꼭 해야 되는 거잖아여?"


교육이 잘 돼 있네. 두 녀석을 후다닥 씻겨서 방으로 들여보냈다. 아내는 이미 방에 들어가 누워 있었다. 시윤이는 자기 직전까지도 흥이 넘쳤지만 걱정하지는 않았다. 시윤이와 상관없이 어차피 아내는 가장 먼저 잠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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