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11(월)
아침 먹기 전까지 멀쩡하던 소윤이가 아침을 먹다 말고 울상을 지으며 힘들다고 얘기했다. 밥 먹다가 꾀부리는 것쯤으로 여겼는데 소윤이는 밥을 다 먹고 나서도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까지는 아니었고, 평소에 비하면 훨씬 기운이 없는 정도였다. 좀 버거워 했을 뿐 일상은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같이 시간표도 짜고, 예배도 드리고. 들쑥날쑥했지만 좋을 때가 더 많았고 나쁠 때도 좋을 때에 비해 나빴을 뿐이었다. 다만 표정과 말투, 행동에서 왠지 모를 차분함이 느껴졌다. 평소와는 다른.
저녁에는 친구 부부와 식사 약속이 있었다. 그전에 장모님한테 들러서 내일 처치홈스쿨 반찬을 받아야 했고. 막 집에서 나갈 때쯤 소윤이의 상태가 좀 더 안 좋아졌다. 외출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어서 일단 집에서 나갔는데 차 안에서 급격히 악화되었다.
"엄마. 너무 힘들어여어어어. 엉엉엉엉엉"
소윤이가 정말 아플 때 하는 말과 짓는 표정, 풍기는 느낌이었다.
"소윤아. 밖에서 밥 먹을 수 있겠어?"
"네, 그 정도는 아니에여"
"알았어. 그럼 할머니 집에 갈 때까지 고민해 봐"
소윤이는 5분 정도 있다가 얘기했다.
"엄마. 그냥 집에 가고 싶어여. 엉엉엉"
친구 부부와의 식사 약속은 취소했다. 처가댁에 가서도 주차장에서 반찬만 받아서 바로 왔다. 소윤이는 점점 더 힘들어했다. 소윤이가 아플 때는 주로 그랬던 것처럼 시윤이는 유난히 더 쌩쌩했다.
"누나아. 많이 아파아?"
"시윤아. 지금은 말 시키지 말아 줘"
"왜에?"
"....."
"아빠아. 누나 왜 아파여어어?"
"글쎄. 누나가 많이 힘들대"
집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막 아파트에 들어서려는데 소윤이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울었다.
"아빠아아아아아. 으어어어어엉"
짧은 순간이었지만 본능으로 알아챘다.
'앗, 토다'
"소윤아. 토 할 거 ㄱ....."
말을 하려는데 소윤이는 이미 토하기 시작했다. 적잖이 토했다. 약간 짠했던 건 토하는 와중에 옷매무새도 잘 부여잡고, 자기 머리도 놓지 않았다. 토가 묻지 않도록. 덕분에 아내와 나의 사후 처리는 매우 수월해졌다. 내 손에 짐이 많아서 급한 대로 아내가 바닥의 토사물을 치우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입덧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아내는 원래 일반인(임산부가 아닌)이어도 이런 일을 잘 못한다.
"여보. 그냥 내가 할까?"
"그래줄래? 난 안 될 거 같아"
물티슈를 넘겨받아 소윤이의 흔적을 치웠다. 확실히 아내보다는 비위가 좋나 보다. 그 와중에 뭘 토했는지 살펴봤다. 아침에 먹은 밥과 딸기가 많이 보였다. 완전히 소화가 안 된 건 아니었고 어느 정도 진행이 된 듯 보였다.
'혹시 체한 건가'
열이 안 났고, 저번에 폐렴은 끝났다는 진단을 받아서 혹시 체했나 싶었다.
"소윤아. 토했더니 좀 나아?"
"네"
기운이 없어서 소파에 누워있는 누나 앞에서 시윤이는 한껏 남자아이 같은 소리를 내며 뛰어다녔다. 소윤이는 토하고 났더니 정말 많이 좋아졌는지 시윤이랑 웃고 떠들며 장난을 칠 정도가 됐다. 저녁은 조금만 먹이고 바나나를 조금 줬다.
애들 재우러 들어갔다가 역시나 잠든 아내가 뒤늦게 깨서 나왔다.
"여보. 오늘 빼빼로 데이였대"
"그러게"
"갑자기 빼빼로 먹고 싶다"
시국도 시국이지만, 빼빼로 데이는 애 둘 부부에게 챙길만한 날이 아니다.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하니까. 아니지, 롬이가 먹고 싶다고 하니까 집 앞 편의점에 갔다. 빼빼로가 없었다. 좀 더 걸어야 하는 마트에 가서 빼빼로 세 개를 샀다. 아내랑 나랑 하나씩 나눠 먹었고, 나머지 하나는 남겨놨다. 내일 애들 주려고.
"내일 소윤이 괜찮아질까?"
"그러게. 걱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