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식과 외식의 딜레마

19.11.26(화)

by 어깨아빠

아내와 아이들을 처치홈스쿨, 난 그림 수업으로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만났다. 소윤이는 낮잠을 자지 않았다고 했다.


"아빠. 우리 이제 어디 가여?"

"어디 가긴. 집에 가야지"

"아빠. 집 말고 어디 다른 데 가고 싶어여"

"어디?"

"그냥 어디 다른 데"


오늘은 '다른 데' 가지 않고 곧장 집으로 갔다. 대신 아내는 저녁에 부침개를 먹자며 한살림에 들러 필요한 재료를 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침개 반죽을 만들었다. 공식 명칭은 [해물부추부침개]였다. 해물이라고는 오징어와 새우가 전부였지만.


신중하게 양을 조절하고 기름을 퍼부어서 부친 결과 맛도 식감도 꽤 그럴싸한 부침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양도 엄청 많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그게 저녁 반찬이었다.


"소윤아, 시윤아. 맛있어?"

"네. 엄청 맛있어여"

"아빠. 딘따 마디떠여어"


사 먹었으면 한 장 가격이었을 돈으로 네 식구가 배터지게 먹었으니 만족스러웠다. 밖에서 먹고 들어온 것보다 더 늦어지고 설거지도 많아진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사실 단점이라면 단점이 아니라, 그게 중대한 결함이라 그렇게도 외식을 하는 거다) 배까지 부르니 만사가 귀찮았다.


"자, 이제 씻고 와"


그러면 알아서 착착 씻고


"옷 여기 있어"


이러면 알아서 착착 갈아입고


"이제 들어가서 자"


하면 슥 들어가서 자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전까지 소윤이, 시윤이랑 즐겁게 놀았다. 아내는 시윤이를 도끼눈으로 보며 억울함을 표출했다. 처치홈스쿨 하는 동안 말을 너무 너무 안 들었다고 했다. 예배 시간에 혼자 바닥에 드러눕고 말씀 암송 안하겠다고 떼쓰고. 그러던 녀석이 집에 와서는 헤벌쭉 거리며 웃음을 흘리고 다녔다.


"강시윤. 얄미운 녀석"


잘 준비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난 오랜만에 운동하러 가려고 짐을 챙겼다. 그걸 보더니 소윤이가 갑자기 가지 말라면서 붙잡았다.


"소윤아. 어차피 아빠랑 자지도 않는다면서"

"그래도여"

"아빠 운동갔다 올게. 엄마랑 잘 자고 있어"

"아빠 그러면 운동 갔다 와서 내 옆에 누워서 자지는 말고 누워서 손 한 번 잡아주고 뽀뽀 한 번 해주고 가여. 알았져?"

"알았어"


"시윤이도 아빠 뽀뽀"

"아빠. 자가따여어(잘 갔다와여)"


운동하고 왔는데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카톡을 보내도 답이 없었다. 슬쩍 방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시윤이가 자지 않고 있었다. 아내도 잠들어 있었고. 오늘도 할 게 있으니 꼭 깨워 달라고 했다.


"여보. 그냥 시윤이 혼자 자라고 하고 나와"


아내는 시윤이를 두고 나왔다.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이제 잘게요, 나가지 말아 주세요 등등. 위기에 처하면 발음과 문장력이 급상승하는 듯 온갖 얘기로 아내를 붙잡으려고 하는 시윤이지만 막상 아내가 나오고 나면 또 잠잠해진다.


내년쯤에는 둘이 자라고 해볼까 생각하다가 잊고 있던 롬이가 떠올랐다. 4월이면 다 초기화되는데, 아무 의미가 없구나. 다시 한 번 육아의 격언을 떠올렸다. [지금이 좋을 때]


소윤아, 시윤아. 좋겠다 너네는. 죽으나 사나 엄마, 아빠랑 같이 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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