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아야지

19.12.01(주일)

by 어깨아빠

끝나지 않는 간병인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왔다가 내 속에서 괜한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걸 느끼고 다시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 소윤이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였고, 아내는 많이 좋아졌지만 격렬한 기침은 여전했다. 소윤이는 교회에 가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방에 들어가서 조금 더 자고 다시 나왔다.


"소윤이 교회 간대"

"그래? 괜찮나?"

"가고 싶대. 우리랑 같이 드려야지"


소윤이는 미열이지만 계속 열이 있었고, 기침이 엄청 심했다. 신음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아픈 게 오래되니 지치고, 자기가 어찌하지 못하는 몸과 기침 때문에 짜증도 많이 냈다.


오랜만에 다 함께 예배를 드렸다. 소윤이는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기침, 짜증과 싸움을 벌이며 예배를 드렸고 시윤이는 피곤했는지 중간쯤에 잠들었다. 아내와 소윤이만 식당에 올라가서 점심을 먹었고 난 예배당에 남아 시윤이를 눕혀 놓고 깰 때까지 기다렸다. 아내와 소윤이가 밥을 다 먹고 다시 왔을 때까지도 일어나지 않아서 먼저 깨웠다.


장모님이 반찬을 해서 전해주러 오신다고 하길래 집에서 기다리려고 하다가 우리가 파주에 가기로 했다. 아내가 [오늘]의 커피를 마시고 싶어 했다. 집으로 가는 게 소윤이한테 좀 더 편하긴 하겠지만, 나머지 가족에게도 숨구멍이 필요했다. 어디가 숨구멍인지는 몰라도 집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조금 나을 거라는 건 분명했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서 커피와 빵을 시켰다. 소윤이는 기침이 엄청 심했다. 한번 하면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의 기침을 1분에 두어 번씩은 했다. 옆 테이블에 있던 시윤이와 같은 나이의 남자아이가 막대 사탕 두 개를 들고 우리 자리로 오더니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건넸다.


"소윤이도 먹을래?"

"네"

"그래. 이거 먹으면 기침 안 나오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소윤이는 기침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몸에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소윤이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기쁨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신기하게도 사탕 먹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기침이 그치기도 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금방 오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소윤이와 시윤이가 힘들어했다.


"엄마. 할머니랑 할아버지 언제 오셔여?"

"엄마아. 하부지 왜 안 와여어엉?"


특히 소윤이는 졸린 것까지 겹쳐서 힘이 하나도 없었다. 장인어른, 장모님하고는 아주 잠깐 앉아 있다가 집으로 출발했다. 마음 같아서는 애들도 아내도 뭔가 몸보신할 수 있는 걸 먹이고 싶었는데 소윤이가 아직은 그렇게까지 잘 먹는 건 아니었다. 애들은 장모님이 싸 주신 미역국에 밥을 먹이기로 하고, 아내를 위해 돌아가는 길에 초밥을 포장했다. 아내는 얼마 전부터 맛있는 초밥을 먹고 싶다고 했었다. 원래 볶음 우동도 만들어서 먹으려다가 귀찮아서 포기했다.


"여보. 볶음 우동을 포기한 건 정말 잘 한 일이야"

"그러게. 진짜 귀찮을 뻔했다"


초밥은 만족스러웠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병간호고 뭐고 하는 거다.


"아빠. 오늘은 누구랑 자여?"

"오늘은 아빠랑"

"왜여?"

"엄마도 힘드시니까. 좀 쉬어야지"

"알았어여"


실제로 아내도 겉으로 보기에는 환자 같았다. 괜찮냐고 물어보면 기침이 너무 심해서 그렇지 몸살 기운은 없다고 했다. 아니, 환자긴 환자였다. 너무 센 환자가 있어서 뒤로 밀렸을 뿐이지.


애들이랑 함께 방에 들어갔는데 내가 제일 먼저 잠들었다. 다행히(?)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다시 탈출했다.


오랜만에 둘 다 살아남은 간병의 피로가 가득 찬 밤. 아내와 마주 앉아 티타임을 가졌다. 이름은 티타임이었는데 'tea'는 거들 뿐이고, 각종 주전부리와 과일이 주인공이었다.


"여보. 이번엔 진짜 길다"

"그러니까. 언제 끝나려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