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누워

19.12.09(월)

by 어깨아빠

지난주에 소윤이가 아파서 한 주 미뤘던 치과 치료를 오늘부터 하기로 했다. 치료하고 나면 두 시간 정도는 음식을 안 먹는 게 좋다고 했다. 오늘도 기상이 늦은 탓에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따로 챙겨 먹기가 애매했다. 병원에 가기 전에 잠깐 카페에 들러 빵으로 간단한 요기만 하기로 했다. 집 근처이자 병원 근처의 어느 카페에 갔다. 아무리 애들이고, 요기라고는 해도 너무 간소한 양의 빵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물론 별다른 대안은 없었다.


소윤이는 치과 치료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속마음은 어땠는지 몰라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예 신경 자체를 안 쓰는 듯했다. '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이런 느낌이었다. 아직 진료의 경험이 없어서 두려움도 없는 건가.


치과에 갔을 때 이미 시윤이의 낮잠 시간을 넘긴 뒤였다.


"여보. 시윤이는 어떻게 하지?"

"그냥 안 재워야지 뭐"


치과에 머무는 동안에는 괜찮을 것 같았다. 오히려 치료를 마치고 집에 갈 때나 집에 가서가 문제지.


소윤이는 왼쪽 위, 아래 어금니에 생긴 충치를 긁어내고 크라운(은니)을 씌우기로 했다. 오늘은 그걸 위해서 위, 아래 신경 치료를 한다고 했다. 애들 신경은 어른들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금방 끝난다고 했다. 마취도 부분 마취였다. 저번에 갔던 병원은 견적도 더 비쌌지만 무엇보다 수면 마취, 웃음 가스(?)를 해야 한다고 그래서 망설였는데, 여기는 그게 아니라 좋았다. 난 소윤이가 그런 거 없이 부분 마취만 해도 발버둥 치거나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윤이는 총 20여 분 정도 치료했다. 치과에 누워 있는 그 자체, 듣기 싫은 기구들의 소음만으로도 치과에 공포를 느끼는 어른도 많은 걸 생각하면 애들한테는 만만찮은 도전이었을 거다. 소윤이는 [지잉, 우에에에엥]하는 굉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잘 받았다. 아내의 손을 꽉 잡은 채, 눈은 질끈 감고. 마지막에 조금 힘들었는지 아니면 아팠는지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소윤이는 무사히 인생 첫 치과 치료를 마쳤다. 소윤이는 스스로 매우 뿌듯했는지 본인의 치과 치료를 계속 곱씹었다. 다음 치료에 대한 거리낌도 전혀 없었다.


"아빠. 아까 내가 조금 무서웠는데 엄마 손잡고 잘 참았잖아여"

"아빠. 아직도 여기서 이상한 맛이 나여"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치과 치료가 두렵지 않으니 단 걸 먹는 것도 멈추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치과 가는 게 무서워서 단 걸 먹으라고 해도 안 먹는 애들도 있다던데.


소윤이에 비하면 훨씬 관리(?)를 덜 받은 시윤이의 이가 무사한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했다. 난 성인이 되서 사랑니 뺀 것말고는 이가 흔들리면 실 묶어서 이마 탁 쳐가지고 전부 집에서 뽑았는데, 요즘도 그러나? 아니면 간단한 발치여도 치과에 가나? 아무튼 난 그 정도로 치과에 안 갔다. 아무리 보험이 많이 적용된다고 해도 치과는 치과다. 시윤아, 고마워.


시윤이는 집에 가는 그 짧은 시간에도 잠이 들 뻔했다.


"시윤아. 같이 마트 갈까?"

"아니여어"


시윤이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물은 건 아니었다. 잠시 마트에 들렀을 때같이 내려서 잠을 깨웠다. 소윤이는 냉동실에 있던 사골 국물에 밥을 넣고 죽을 끓여줬다. 아내는 면을 삶아서 비빔면, 시윤이는 집에 있던 반찬으로 일반식, 내일 처치홈스쿨 반찬으로 가져갈 계란 양파 볶음. 이 모든 걸 저녁 먹기 전에 다 끝냈다. 뭔가 미숙한 모습 없이 과정도 결과도 만족스러워서 뿌듯했다. 집안 일과 요리 능력이 상승하는 게 느껴질 때마다 은근한 쾌감이 있다.


졸린 시윤이에 맞춰 평소보다 매우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시윤이는 바로 잠들었지만 소윤이는 너무 빨랐는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안 자려고 장난치거나 딴짓하고 그런 건 아니었고, 고요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사실 잠든 줄 알고 나가기 위해서 일어섰는데 소윤이가 눈을 떴다.


"아빠. 어디 가여?"

"어, 아빠 이제 나가려고. 소윤이는 이제 혼자 자"

"으아아아앙. 아빠 나가지 마여"

"아빠도 나가서 할 일이 있으니까 계속 기다릴 수는 없어"

"엉엉엉엉"

"울지 말고. 소윤이 잘 수 있잖아. 얼른 누워서 자고. 잘 자"


아주 조금씩 엄마, 아빠 없이도 자는 연습을 은연중에 하고 있다. 애들은 눈치 못 채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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