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16(월)
소윤이가 아침 먹고 나서 혼자 방에 들어가서 누워 있고 그랬다.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었다.
"소윤아. 뭐해?"
"그냥 누워 있어여"
"왜?"
"그냥여"
"피곤해?"
"네"
아주 잠깐 누워 있다가 나오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나도 방금 자고 일어났어도 돌아서면 눕고 싶을 때가 많은 것처럼 소윤이도 그런가 보다 싶었다. 평소보다 피곤해 보이긴 했다.
밥을 늦게 먹어서 성경 읽고, 예배드리고 그러다 보니 금방 낮잠 잘 시간이 됐다.
"시윤아. 이제 낮잠 자자"
"시더여어. 으아아아아앙"
너무 갑자기 말해서 예상하지 못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안고 잘 달래주면서 설명하면 금방 수긍한다. 시윤이 스스로도 낮잠은 아직 건너뛸 수 없는 일과라고 생각하니까. 소윤이에게는 선택권을 줬다. 피곤해 보여서 자는 게 좋을 거 같지만 정 싫으면 안 자도 좋으니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했다. 대신 자기로 했으면 자려는 '의지'를 가지고 잠들기 위해 노력하라고 했다. 소윤이는 피곤하니 좀 자겠다고 했다.
아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한 30분이 지났을까. 아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왔다.
"아, 열받아. 진짜"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잠을 안 자고 있었다.
"강소윤, 강시윤. 또 이래? 응? 너네 이제 당분간 엄마랑 자는 건 금지야. 자러 들어갔으면 눈 딱 감고 자야지. 왜 그래. 왜. 소윤이는 너가 자겠다고 했잖아. 그럼 자야지. 왜 안 자. 왜. 이제 엄마랑 자도 되냐고 물어보지도 마. 당분간 엄마랑은 안 잘 거야. 아빠랑 자든지 너희끼리 자든지 그렇게 할 거야. 알았어?"
소윤이와 시윤이는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지 꿀 먹은 벙어리였다. 소윤이 치과 치료가 있어서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소윤이 이마에 열이 느껴지길래 아내가 재 봤더니 37도 정도라고 했다. 낮잠을 자러 들어가기 전보다 기운도 없어 보였다.
"그러게. 엄마, 아빠가 좀 자라고 하면 자야지. 엄마, 아빠가 다 필요해 보이니까 자라고 하는 건데. 그러니까 아프잖아"
치과에 갔을 때도 소윤이는 아내의 어깨에 기대거나 무릎에 누워 있었다. 저번에 치료했던 이도 계속 아프다고 했고.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랬는지 지난번에 비해 치료받는 걸 힘들어했다. 이가 아팠던 건 저번에 보충제(?)를 껴놨던 곳에 그게 빠지고 음식물이 껴서 그런 거라고 하셨다.
딱 치료만 받고 바로 집으로 왔다. 소윤이 몸이 좀 안 좋기도 했고 지난 부모 교육의 여운으로 웬만하면 집 밥 차려 먹기를 실천 중이기도 했고. 한살림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왔다.
"여보는 오늘 나갔다 와"
"나? 그럴까?"
"애들은 6시에 재워버려야지"
애들은 간장 떡볶이, 아내와 나는 고추장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소윤이는 마치 지난 주말의 나처럼 아픔과 정상의 경계 위에 선 듯했지만, 오히려 멀쩡해 보였다. 바깥에서 파는 간식 안 사먹기의 일환으로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딸기와 우유, 꿀을 넣고 갈아서 틀에 넣은 게 전부지만 소윤이와 시윤이는 매우 행복해 했다.
"아빠. 이거 진짜 맛있다여"
"그래. 그거 사실 그냥 딸기나 마찬가지야. 바깥에서 파는 건 몸에 안 좋지만 그건 몸에 좋은 거야"
아이스크림도 서걱서걱 잘 베어 먹고, 행복해 하는 걸 보면 소윤이가 많이 아픈 것 같지는 않았다.
엄마는 나갈 거고 본인들은 아빠랑 잔다는 사실에도 큰 동요가 없었다. 지난 낮의 일이 여전히 기억나기 때문이었을 테고, 아빠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엄마와 온갖 복잡한 이별 의식을 마치고 자리에 누웠다. 시윤이는 금방 잠들었는데 소윤이는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다. 한 30분 정도 누워서 기다렸다. 안 자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잠이 안 온 듯했다.
"소윤아. 아빠 이제 나갈게"
"아빠아아아아"
"어, 괜찮아. 소윤이 혼자 잘 수 있잖아. 아빠가 계속 기다릴 수는 없어. 알았지?"
"아빠아아아"
"어"
"사랑해여어. 잘 자여. 좋은 꿈 꿔여어어. 엉엉엉"
"소윤아. 그만 울고. 잘 때마다 이렇게 울면 어떻게 해. 얼른 자. 알았지?"
"네에에. 엉엉엉"
오늘도 신파극 한 편 찍으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