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은 가족과 함께

19.12.25(수)

by 어깨아빠

소윤이 외숙모가 우리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침부터 외숙모를 만나다는 사실에 잔뜩 신이 났다. 지난 밤 늦은 귀가로 인한 피곤함은 없는지 안부를 묻는 게 매우 조심스러웠다. 아무 생각 없이 말을 꺼냈다가 곧바로 소윤이에게 질문을 받았다.


"어제 왜여? 어제 누구랑 만났는데여?"

"아, 아니 그냥 어제 숙모가 늦게 들어갔나 하고"


성탄절이라 아이들 예배가 따로 없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숙모와 함께 예배도 드리고 밥도 먹는 게 마냥 좋았나 보다. 내내 신이 나서 들떠 있었다. 그러다가 밥 먹을 때가 되니 시윤이는 힘들어서 못 먹겠다는 씨알도 안 먹힐 단골 핑계를 구사하며 졸린 기색을 드러냈다. 이쯤 소윤이의 최대 관심사는 밥 먹고 숙모와 함께 카페도 갈 것인지 아닌지였고.


"아빠. 밥 먹고 카페 갈 거에여?"

"카페? 글쎄. 시윤이가 너무 졸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시윤이가 차에서 잠들어도 걱정, 잠들지 않아도 걱정이었다. 잠들면 이제 어디 눕히기가 힘든 시윤이를 계속 안고 있거나 그냥 깨워야 할 테고, 잠들지 않으면 엄청난 짜증을 낼 테고. 아내에게 일임했다.


"그럼 잠깐 들렀다 가지 뭐"


시윤이는 잠들지 않았다. 대신 짜증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갑자기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과흥분 상태로 복귀했다. 금방이라도 잠들거나 깨어 있더라도 축 늘어져서 아무것도 못 할 것처럼 하더니 줄 풀린 망아지가 되었다. 덕분에 카페에서도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다.


저녁에는 처가댁 식구들과 형님네 집에서 모여 밥을 먹기로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몇 시간 후에 숙모를 또 만나는 건 물론이고 삼촌과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만나다는 사실에 성탄절에 걸맞은 행복을 느끼는 듯했다. 그 덕에 낮잠 재우는 것도 수월했다.


"소윤아. 이따가 할머니랑 할아버지 만나서 늦게까지 놀려면 지금 푹 자 둬야지. 그치?"

"네"


아이들이 자는 동안 잠시 홀로 빈둥거릴 시간이 생겼다. 긴 하루에 꿀맛 같은 시간이다. 예나 지금이나.


저녁 회동의 주 음식은 회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먹지 못하는 음식이라 가는 길에 자연드림에 들러 냉동 너비아니를 샀다. 어른들은 회와 매운탕, 라면을 먹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밥과 너비아니를 먹었다. 형님(아내 오빠)이 교회에서 받아 온 케이크도 먹고. (언제나 그렇듯 소윤이와 시윤이가 가장 열정적으로)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른들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자기들끼리 놀거나 어른 한 명을 끌어내 자기들 놀이에 참여시켰다. 그 어른이 나와 아내는 아니었다. 주로 삼촌과 숙모였다. 하루 종일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없이 놀았지만 떠날 때는 늘 성에 차지 않나 보다. 특히 시윤이에게는. 소윤이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어도(너무 갑작스럽게 이별의 순간이 닥치지만 않는다면) 아무렇지 않지만, 시윤이는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다. 오늘은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는지, 아니면 삼촌, 숙모랑 노는 게 너무 재밌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서럽게 울면서도 오라고 하면 오고, 안기라고 하면 안긴다. 안아서 잘 달래줬다. 길어봐야 카시트까지다. 카시트에 앉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누나랑 장난치고 그런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재운 아내는 소파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안 자?"

"그냥. 뭔가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가는 게 아쉽네"


무슨 기분일지 알 듯했다. 의미를 따지자면 아내와 내가 신나고 즐겨야 할 날은 아니었지만 '공휴일'에 방점을 찍으면 뭔가 평이하게 지나가는 시간이 왠지 아쉬운 그런 느낌. 작년 이날을 떠올렸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고, 다음날 병원에 가서 독감 판정을 받았던 작년 이날. 그 후로 며칠간 온 가족의 생고생이 시작된 작년 이날.


그에 비하면 '그냥' 지나가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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