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의 육아

19.12.28(토)

by 어깨아빠

나도 거실에서 잤는데 어떻게 늦잠을 잤는지 모르겠다. (아내보다 늦게 일어났다는 거지 진짜 늦잠 다운 늦잠은 불가능하다.) 아무튼 아내와 대성씨가 아이들과 함께 일어났고, 아내는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 먹고 나서는 스타필드에 가기로 했다. [쉑쉑버거]를 먹고 싶은 대성씨와 소윤이, 시윤이의 처치홈스쿨 종강 예배 선물을 사야 하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아침 먹자마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다녀 오려고 했지만 당연히 실행되지 못했다. 사실 가려면 갈 수도 있었는데 아침 먹고 커피 마시는 시간의 여유가 너무나 달콤했다. 어른들이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아이들은 어제처럼 사이좋게 놀고 있었다.


"자. 이제 그만 놀고 나갈 준비하자"


라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이따 버스 타고 갔다 오지 뭐. 금방이니까"


로 의견을 모았다. 어차피 아침으로 든든해진 배를 비우려면 시간도 좀 필요했다.


점심때쯤 준비를 해서 나갔다. 날이 춥지 않았으면 애들을 데리고 밖에도 나가고 그랬을 텐데 날이 제법 쌀쌀했다. 생각만큼 춥지는 않았지만 애들을 두세 시간씩 밖에 두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정도였다. 엄마들이 마저 준비를 하는 동안 대성씨와 내가 먼저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 단지 안에 있는 자그마한 공터에서 잠시나마 바깥 놀이를 즐겼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했는데 은율이와 소윤이는 90% 정도 규칙을 이해했지만 시윤이는 9%도 이해를 못 한듯했다. 마냥 신이 나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터뜨리며 마구잡이로 뛰어다녔다.


막상 스타필드에 도착하니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정문은 못 봐서 모르겠는데 후문 쪽 주차장은 줄도 길지 않았다. 괜히 억울하기도 했지만 애들이 버스 타는 걸 좋아했으니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특히 은율이는 매우 즐거워 보였다.


소윤이한테 자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기도 하고 또 그러지도 않을 테고, 시윤이한테만 작업을 걸었다. 유모차에 앉은 김에 옆에 찰싹 달라붙어 설득을 시작했다.


"시윤아. 여기서 낮잠 한숨 잘래?"

"아니여어"

"왜? 아빠 생각에는 지금 한숨 자면 좋겠는데"

"아, 시더여어엉. 안 자고 싶어여엉"

"아니. 울지 말고 아빠 얘기 들어 봐. 시윤이 지금 졸리지?"

"아니여엉"

"무조건 아니라고 하지 말고. 아빠가 보기에는 시윤이가 졸리거든. 그러니까 지금 자는 게 좋을 거 같아. 어차피 지금 안 자도 집에 가면 낮잠 자야 되는데 지금 자면 이따가 안 자도 돼. 그러니까 지금 자는 게 좋겠지?"

"아니여엉"

"시윤아. 그러지 말고 지금 유모차에서 조금만 자. 조금만. 많이 안 자도 되니까 지금 조금 자고 이따 집에 가서는 시윤이는 계속 놀면 되잖아"

"누나늠여?"

"누나는 지금은 안 자. 대신 이따 집에 가면 잘 거야"

"왜여어엉?"

"아, 누나는 지금은 안 자고 이따 집에 가서 자면 되니까. 시윤이는 지금 졸리니까 한숨 자고 이따 놀고. 그렇게 할까?"

"네, 아빠"


소윤이야 나중에 어찌 되든 일단 한 명이라도 제시간에 재워 놓으면 조금이라도 나을까 싶었다. 유모차의 덮개를 내리고 내 점퍼로 시야도 차단했다. 시윤이를 유모차에 눕혀서 재우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엄청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한 15분 정도 걸었더니 스르륵 눈을 감고 잠들었다.


소윤이는 굳이 아기 인형을 데리고 오겠다고 했다. 그것도 아기띠까지 챙겨서. 소윤이가 (유아용) 아기띠를 하고 거기에 인형을 안는 게 우리에게는 익숙한 풍경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퍽 신기한 일인지 지나가는 사람 여럿이 소윤이를 보며 웃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그랬다.


우리의 용무 (소윤이, 시윤이 선물 구입)를 마친 뒤 쉑쉑버거로 향했다. 우리 애들은 햄버거를 아직 좋아하지 않는다. 은율이는 어떤지 몰랐지만 어쨌든 애들과 함께 먹기에 적합한 음식은 아니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주먹밥을 만들어서 싸 왔다. 애들은 그걸 먹이고 어른들은 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모두 잘 먹었다. 최연소자 가을이부터 최연장자 나까지. 다만 다들 피곤해 보였다. 특히 어른들이.


모든 볼 일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유모차를 반납할 때, 그때 시윤이가 깼다. 슬프게도 시윤이는 스타필드의 기억이 없을 거다. 유모차에서 와서 유모차에서 가는 꿈같은 시간이었겠지. 대신 시윤이는 집에 가서 혜택을 입었다. 누나와 형, 동생, 심지어는 어른들도 조금씩 낮잠을 자는 동안 혼자 열외였다.


"아빠. 저늠 안 자도 되늠거디여엉? 아까 자뜨니까?"

"어. 시윤이는 안 자도 돼"


나도 안 잤다. 점심을 못 먹은 시윤이에게 남은 주먹밥을 주고 식탁에 앉혔다. 혼자 먹게 하고 난 옆에서 노트북을 켰다. 시윤이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한 번도 손이 가지 않았다. 다 먹고 내려가서도 기분이 좋았다. 낮잠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정숙을 유지하면서도 나름의 즐거움을 잘 찾아서 놀았다.


저녁에는 처치홈스쿨 종강 예배였다. 은율이네도 함께 가겠다고 했다. 은율이네도 처치홈스쿨을 하는 가정인데다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시간이라 상관없었다. 오후 4시 30분쯤 교회에 갔다가 8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왔다.


아내와 승아(은율이, 가을이 엄마)는 자연드림에 가야 한다고 했다. 교회에 내 가방을 놓고 와서 나간 김에 교회에 들러 그것도 가지고 오고. 아이들은 아직 한창 놀고 있을 때 엄마들이 떠났다. 은율이와 가을이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소윤이는 늦은 낮잠을 자서 아마 오래 걸릴 듯했다. 시윤이는 예측불가였고.


대성씨와 나는 둘 다 그렇게 수다스러운 유형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마디도 안 하고 시계의 초침 소리를 부각시킬 정도로 침묵을 즐기는 것도 아니지만. 둘 사이에 취침 시간이나 방법 등에 관한 어떤 조율이나 의논도 없었지만, 취침을 위한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누군가 이제 자자는 말로 운을 떼면, 저쪽에서는 씻자고 하고. 다 씻은 아이들이 흥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계속 놀려고 하면 누군가 그걸 제지하고, 저쪽에서는 지지를 보태고. 마치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운동선수들이 사전에 약속된 패턴 플레이를 하는 느낌이었다. 우리의 호흡에 아이들이 착착착착 움직이는 모습은 약간의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건 경험이라고 표현하면 맛이 안 난다. 육아'짬'에서 비롯되는 영혼의 콤비 플레이랄까.


아무리 날고 기어도 재우는 게 가장 고난이도일까. 대성씨도 나도 애들을 완전히 재우고 나오는데 실패했다. 일단 내가 먼저 나왔다. 소윤이가 잠들지 않은 상태였다. 잘 설명했지만 당연히 슬픈 울음으로 반응했고, 그래도 나왔다. 대성씨는 여전히 방에 남아 있었고.


아내와 승아는 이미 돌아와 있었다. 대성씨는 한참 있다가, 모두가 '혹시 잠든 건가' 싶었을 때 문을 열고 나왔다. 대성씨가 홀로 남은 소윤이의 동태를 전해줬다. 오래도록 훌쩍였으며 대성씨가 나올 때도 자지 않고 있었다고. 그 눈물에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 그럼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오늘이나 어제나 어른들만의 시간이 시작된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어제보다 더 피곤했다. 어제의 피로가 누적이 되어서 그랬을 거다. 내일을 위해 어제보다는 일찍 (그래 봐야 새벽 2시) 잠자리에 누웠다.


아내가 내일 아침에는 토스트를 먹자고 했다. 준비는 내가 하고.


결혼하고 처음으로 토스트기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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