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먹는 가족

20.01.11(토)

by 어깨아빠

아침부터 처치홈스쿨 일정이 있었다. 여유를 부릴만한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엄청 서둘러야 했다. 사실 어제 자기 전부터 미리 준비했다. 여유 없을 상황을. 밥은 미리 해놓고 오늘 아침 먹을 양만 딱 남겨놨다. 메뉴는 주먹밥이었다. 속 재료는 참치와 김, 옥수수. 비닐장갑을 끼고 한 알씩 만들어서 소윤이와 시윤이의 입에 넣어줬다.


놀라운 건 그 바쁜 아침에 아내는 소윤이의 머리를 감겼다. (어제의 예상과는 다르게 조금 일찍 일어나서.) 소윤이는 머리를 말리고, 시윤이는 옷을 입으면서 내가 넣어주는 주먹밥을 받아먹었다. 아내 몫도 있었다.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늦지 않게 출발했고, 도착했다.


시윤이는 어제부터 오른쪽 눈에 다래끼가 생겼는데 오늘 아침에도 그대로였다. 아침이라 그런지 오히려 더 부은 것처럼 보였다.


"시윤아. 눈 안 아파?"

"아파여엉"

"많이 아파?"

"아니여어. 또곰(조금) 아파여엉"

"그래? 많이는 아니고?"

"네. 또곰"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침 10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교회에 있었다. 다음 학기에 처치홈스쿨에 함께 하기를 원하는 다섯 가정과 이야기 나누고 (한 가정씩 차례대로) 마지막에는 기존 처치홈스쿨 가정들과 모임을 가졌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다른 아이들이 있어서 특별히 힘들게 하거나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잘 있어준 게 감사했다. 시윤이는 중간에, 오후 2시쯤에 자자고 했더니 처음에는 격렬히 반대했지만 결국은 아내와 나 사이에 누워서 곤히 잤다. 2시간을.


애들은 아무 지분이 없었다. 그저 오랜 시간, 아니 하루 종일 앉아서 이야기 나누고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다 가고 교감 선생님네 가정과 우리 가정만 남았을 때, 다들 험한 산을 등반하고 온 듯 맥이 없었다.


"여보. 우리 저녁은 어떻게 하지?"

"그러게. 아무 생각이 없네"


9시가 넘은 시간에 집에 가서 먹기가 그러니 (집에는 먹을 게 없기도 했고) 밖에서 먹어야 했는데 아내와 나 모두 머리가 안 돌아갔다.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저녁을 굶을 수는 없으니 이곳저곳 생각해 봤다. 딱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소윤이와 시윤이한테도 조언을 구했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뭐 먹고 싶어?"

"아빠. 저는 치킨 먹고 싶어여. 맥칸 치킨"

"아빠아. 띠낀이여엉"


치킨이라. 뭔가 적절하지 않았다. 아내의 반응도 시큰둥했고. 소윤이는 그 뒤로도 돈까스 가게, 만두 가게 등의 의견을 냈지만 다 묵살당했다. 또 저번처럼 '그럼 왜 물어봤냐고'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아내와 나는 일단 동네로 갔다. 뭘 먹든 먹고 나서 가까워야 부담이 덜하니까.


횟집에 가기로 했다. 물론 우리는 회를 시키지 않았다. 고등어구이 (애들 음식), 활어 초밥 (아내 음식), 물회(내 음식)를 시켰다. 예전에 한 번 왔을 때도 괜찮았는데 오늘 두 번째 와 보니 더 괜찮았다. 일단 밑반찬에 정성과 맛이 존재했다. 시킨 음식들도 당연히 맛있었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교회에 있는 동안 끊임없이 뭔가(떡, 귤 등)를 먹어서 배가 고플까 싶었는데 엄청 잘 먹었다. 아내와 나도 잘 먹었다. 네 식구가 그 늦은 시간에 식당에 앉아서 와구와구 잘도 먹었다.


"아우 졸리다"

"아빠. 졸려여엉"


배가 좀 차니 졸음이 느껴졌나 보다.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못한 아내는 들어가는 길에 바닐라 라떼를 한 잔 샀다. 아내에게 커피 마시고, 씻을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애들은 내가 씻기고, 책도 읽어줬다. (사실 매일 그렇다. 아내는 애들을 재우는 걸 담당하니까 그전까지의 과정은 내가 하는 게 자연스레 정착된 아내와 나의 업무 분장이다. 아내가 훨씬 손해 보는 장사기도 하고.)


애들이 누운 건 11시가 넘어서였다.


"소윤아, 시윤아. 내일은 아침에 깨면 일어나지 말고 조금 더 자"

"왜여?"

"너희 오늘 일찍 일어났는데 이렇게 늦게 자면 피곤해서 몸이 아플지도 몰라"

"알았어여"


진심이야. 너희 아플까 봐 걱정돼서 그래.


시윤이의 눈도 그대로였다. 월요일에도 그대로면 안과를 가 보기로 했다.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혹시나 그대로 굳으면 눈을 째야 한다고 해서. (찾아보니 한 번 생기면 없어졌다가도 자주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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