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1(주일)
우리가 다니는 교회도 다음 주까지 온라인 예배를 드린다. 아예 교회 출입 자체를 금지했다. 아침 먹고 부지런히 온라인 예배를 준비했다. 소윤이 책상 옮겨서 그 위에 노트북 펴고 소윤이와 시윤이가 앉을 의자 두 개 갖다 놓고 아내와 나는 소파에 앉고. 실시간인 줄 알았는데 이미 영상(유튜브)이 올라와 있었다.
목사님은 마치 앞에 성도들이 있는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열정적으로 예배를 인도하셨다. 목사님이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우리라고 대강대강 할 수 없으니 우리도 평소처럼 했다. 찬양도 열심히 하고 기도도 진지하게 하고, 말씀 시간에는 졸ㄱ...
시윤이는 좀이 쑤시는지 가만히 있지를 못했지만 그래도 자리를 잘 지켰다. 소윤이는 시윤이에 비하면 어른이었다. 위치의 이점을 활용해 꾸벅꾸벅 졸던 아내는, 몸을 배배 꼬다 뒤를 돌아본 시윤이에게 그 모습을 들켰다. 시윤이는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아내를 흘기듯 쳐다봤다. 그 뒤로도 마치 감시하듯 고개를 돌려 아내를 쳐다봤다.
오후에는 근처 카페에서 형님(아내 오빠)네를 만나기로 했다. 장인어른, 장모님에게도 연락이 와서 함께 보기로 했다. 소윤이는 어제부터 비염이 다시 심해진 건지 콧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오늘도 아침부터 콧물을 닦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것 때문이었는지 소윤이는 상태가 영 별로였다. 별로였다는 건 뭔가 짜증스럽고 예민하고 그랬다는 거다. 기분이 좋을 때 두드러지는 '버릇없음'과는 또 다른 결의 무엇이다. 만성 비염 환자로써 콧물이 충만할 때의 고충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소윤이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거기에 요즘에는 워낙 일찍 일어나서 (오늘도 7시 기상) 낮에 부쩍 피곤해 한다. 시윤이도 졸려 가지고 정상이 아니었다. 물론 시윤이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이해가 됐다. 소윤이가 카페에 가서 그림을 그리겠다며 연습장과 색연필을 챙겼는데 아내와 내가 시윤이 것을 안 챙겼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심통은 졸음과 겹치며 강화됐다. 거기에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서 이해해 주고 해석해 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지지까지 더해지며 숙성됐고.
앉아 있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었고 함께 저녁도 먹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졌다. 어디 식당에 가서 먹기는 좀 찝찝하니 포장해서 집에서 먹자는 의견이 나왔고 형님네 집에서 먹기로 했다.
"아빠. 여기서 삼촌 집 멀어여?"
"아니, 한 10분 정도?"
"그래여? 그럼 저 할아버지 차 타고 가도 돼여?"
"음, 아빠가 안 된다고 하면 울 거야?"
"아니여"
"그래. 그럼 할아버지 차 타고 가"
장인어른 차에는 카시트가 없기 때문에 평소에는 정말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보통 5분 내)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은 별로 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소윤이는 이미 조금 전에도 어처구니없는 시점에 눈물을 한 번 흘리기도 했고. 아마 안 된다고 했으면 분명히 울었을 거다. 그걸 보고 싶지 않았다. 귀찮기도 했고. 소윤이가 가면 시윤이도 당연히 간다. 이제 시윤이도 눈치라는 게 많이 발달해서 대충, 우격다짐으로 넘기는 게 어려워졌다. 정확한 명분을 제시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동등한 대우를 제공해야 한다.
다행히 형님네 집에 가서는 둘 다 기분이 괜찮아졌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부모로부터 분리되어서 힐링이 좀 됐나.
저녁은 김밥, 떡볶이, 튀김 등의 분식을 먹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를 위한 주먹밥도 있었다. 지금 와서 잘 먹었나 생각해 보니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신경을 쓰지 않고 내 배를 채우기 바빴나 보다. 주먹밥을 만들어 주고 난 뒤에는 아이들이 어떻게 먹었는지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나나 아내나 잔소리를 거의 안 했던 걸 보면 나름 잘 먹은 거 같다. 아내 말로는 튀김은 시윤이가 거의 다 집어먹었다고 했다.
밥 먹고 나서도 한참 놀았다. 여러 사람의 헌신과 살신성인 덕분이었다. 깔깔대며 재밌게 놀았지만 이런 날의 부작용은 늘 헤어질 때다. 아직까지는 주로 소윤이가 그렇다. 식스센스 뺨치는 반전을 선보이곤 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끼룩끼룩 웃던 녀석이 가자는 말만 나오면 바로 울어버리거나 끝없는 흥정과 거래를 시도한다. 5분만 더, 딱 한 판만, 진짜 마지막 등등. 다행히 오늘은 그런 게 없었다. '진짜 마지막'을 외치고도 숨바꼭질을 두어 판 더 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이별했다. 까알끔하게.
엄청 피곤했다. 마음 같아서는 세수고 뭐고 그냥 재우고 싶었는데 요즘은 차에서 잠드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 그럴 기회(?)가 없다. 깨어 있는데 안 씻기고 재운 적은 없는 거 같다. 그냥 넘기기는커녕 시윤이 머리에 왁스를 바른 덕분에 홀딱 벗기고 머리까지 감겨야 했다. 다 씻기고 책 읽어줄 때도 별로 긴 책도 아니었는데 엄청 졸았다.
아내가 애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거실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그렇게 30-40분 정도 달콤하게 잤다. 그러다 내 코 고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