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현실 사이

20.04.12(주일)

by 어깨아빠

"여보. 밤에 좀 잤어?"

"어. 그래도 서윤이가 좀 잘 잤어"


여기서 좀 잤다는 건 2시간에서 3시간을 잤다는 거다. 12시에서 9시까지, 9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한 서너 번은 깼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잘 잤다니. 아내는 이렇게 얘기했다.


"여보. 난 서윤이가 먹고 바로 자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먹고도 안 자고 울면 그게 괴롭지"


서윤이는 오늘도 잠순이처럼 행동했다. 먹이면 자고, 먹이면 자고. 그것도 꽤 오래. 눕혔는데 울길래 잠깐 안아주면 다시 자고. 아직 이르긴 하다. 잠이 많은 애인지 아닌지 판단하기에는. 시윤이도 조리원에 있을 때는 계속 잠만 잤다. 오며 가며 볼 때도 잤고 방에 데리고 왔을 때도 잤고. 그러던 녀석이 집에 오니 고난의 100일을 선사했다. 서윤이도 어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을 누리면 된다. 어쨌든 지금은 순하게 잘 자주니까.


아내는 기운이 없다. 가끔 내가 실없는 개그를 구사하거나 서윤이를 안고 모유를 먹일 때만 옅은 웃음을 짓는다. 살도 쭉쭉 빠지고 있다고 했다. 바깥바람 한 번 쐬지 못하고 울면 물려야 하는 아내의 심정이 어떨지.


아내는 식탁에 놓인 일일 달력 사이에서 메모리 카드를 발견했다면서 울었다. 소윤이 생각이 나서 보고 싶다고.(소윤이랑 시윤이가 메모리 카드로 보물 찾기 놀이하다가 숨긴 걸 까먹은 게 거기 있었을 거다.) 나도 소윤이랑 시윤이가 보고 싶긴 했다. 강해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이지만 반대로 마음은 연두처럼 연해지는 시기다. 꾹 참았던 묘연한 감정이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여보. 그럼 애들 일찍 데리고 올까?"

"아니. 그건 아니고. 보고 싶은 건 보고 싶은 거고"


나의 농담에 아내도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아내는 육아 고수다. 감상에 젖어 판단을 흐리지 않는다. 저녁에는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잘 지내고 있었다. 롬이를 향해, 아내와 나를 향해 밝게 인사를 건넸다.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이다. 나 대신 도우미 이모님이 오실 거고. 아내랑 지내면서 가끔 농담처럼 물어봤다.


"여보. 그래도 나랑 있으면 좋지? 귀찮거나 성가시지는 않지?"

"어, 당연하지"


도우미 이모님이 좋은 분이어야 할 텐데. 나처럼 개그를 구사하지는 않으셔도 반찬도 잘 하시고 애도 잘 보시고 아내의 마음도 잘 헤아려 주셔야 할 텐데.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일주일의 삶이 끝나고 다시 출퇴근과 함께해야 하는 삶이 시작된다. 부디 나도 지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