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2(수)
아내가 애들 동영상을 하나 보냈다. 어제 내가 사 준 과자를 먹으면서 아빠에게 영상 편지를 보냈다. 과자와 옥수수, 우유를 먹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의외의 내용도 있었다. 소윤이가 낮잠을 잤다는 거였다. 오늘 6시 30분쯤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길래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니 얼른 들어가서 좀 더 자라고 다시 들여보냈었다. 소윤이의 눈에 생기가 너무 가득해서 다시 자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역시나 그게 소윤이의 기상이었고 낮에 많이 피곤했나 보다. 낮잠을 다 자고.
아내는 밤 시간의 빠른 진행(?)을 위해 내가 퇴근하기 전에 애들이랑 저녁을 먹었다. 아내의 몸이 물론 조금이나마 나아졌겠지만 그래도 아직 정상인에 비교하면 아직 한참 모자랄 거다. 나아진 게 아니라 상황에 적응을 한 거라고 본다. 적응이 곧 생존이니까.
소윤이 어린이집 잠깐 보냈을 때도 적응이라는 말을 참 많이 썼다.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 적응을 하는 아이도 있었고 소윤이처럼 적응을 못해서 최장기간 엄마의 동행을 야기했던 애도 있었고. 소윤이도 결국에는 적응을 했었다. 슬프게 울고 매달리는 게 사라지니 마음이 편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적응이 좋은 건가 싶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수많은 육아인들이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사회성, 교우 관계를 들먹이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은가 싶었다.
아무튼 아내도 적응을 하고 있다. 아내야말로 적응을 해야 본인이 편하니까. 오늘은 덕분에 나도 좀 편하긴 했다. 나도 부지런히 저녁을 먹었다.
"아빠. 오늘도 잠깐 나갔다 올 수 있어여?"
"그래. 그러자"
"아빠 킥보드도 타도 돼여?"
"그래. 킥보드 타자"
"오잉? 다 된다고 하시네?"
오늘도 아이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줬다. 첫 번째는 킥보드를 타고 한살림에 가서 장을 보는 것. 두 번째는 차를 타고 한살림에 가서 장을 보고 스타필드에 가서 커피 캡슐을 사는 것. 전자가 후자보다 좋은 점은 킥보드를 탈 수 있다는 거였고 후자가 전자보다 좋은 점은 조금 더 멀리, 오래 외출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역시 소윤이는 고민에 빠졌다.
"음,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누나를 보던 시윤이가 제안했다.
"누나아. 우디 그양 한잘림 가까아?"
"그래, 그러자"
"그대. 도아"
소윤이와 시윤이는 킥보드를 선택했다. 약간 찬듯한 바람을 맞는 기분이 꽤 매력적이긴 하다. 20일 가까이 외출 다운 외출을 못하고 갇혀만 있는 아내에게 배달하고 싶을 정도로.
아내는 빵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출산 전처럼 수시로 먹는 건 당연히 아니고 참다 참다 하나씩. 오늘은 동네에 새로 생긴 꽈배기 가게에서 파는 단팥 도넛을 사 달라고 했다. 한살림에서 장을 보고 도넛 가게로 갔지만 단팥 도넛은 다 팔리고 없었다. 주인아주머니는 고구마 도넛과 치즈 도넛은 있다면서 구매를 유도했으나 그냥 돌아섰다.
"소윤아, 시윤아. 그냥 라본느 가자"
"왜여?"
"엄마가 빵 드시고 싶대. 엄마 빵 사다 드리자"
라본느에 생각보다 빵이 꽤 여러 종류가 남아 있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아몬드 크로와상을 사달라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먹을 치즈 치아바타도 하나 샀다. 킥보드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한 번씩 멈춰 서면 빵을 입에 집어넣어 줬다. 시간이 늦어지기는 해도 잠깐의 외출로 얻는 게 참 많다. 아이들과 나 사이를 잇고 있는 줄이 더 여러 겹이 되고 견고해지기를 매일 소망한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겨 놓고 잠깐 차에 갔다 오면서 애들한테 얘기했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차에 갔다 오면 이제 자는 거야"
"네"
차에 갔다 돌아오자 시윤이는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아빠아. 너무 빠이 가따 와떠여엉"
이라고 얘기하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둘이 블럭을 가지고 열심히 뭘 만들었나 보다. 한창 재미가 올랐는데 끊으려니 많이 아쉬웠나 보다. 몇 번을 반복해서 같은 얘기를 했다(시윤이한테는 빨랐을지 모르지만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나 늦은 시간이었다).
자러 들어가기 전에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얘기했다.
"오늘도 아빠는 너희가 잠들기 전에 나올지도 몰라. 알았지?"
"네"
그럴 가능성이 거의 100%였다. 완전히 잠들 때까지 기다리려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릴지도 몰랐다. 그동안 시윤이는 먼저 나간다고 해도 순순히 받아들였는데 소윤이는 어떨지 몰랐다. 역시나 쉽게 잠들지 못했다.
"소윤아. 아빠 이제 나갈게. 얼른 자고 아빠 이따가 다시 와서 누울게"
소윤이는 훌쩍거렸다. 마음 아프게.
"소윤아. 울지 마. 아빠 속상해. 소윤이 잠들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오래 걸려서 그래. 아빠도 나가서 할 일이 있고 그러니까. 그만 울고 얼른 자?"
"네에. 흑흑"
소윤이는 한 10여 분 뒤 코를 푼다는 걸 핑계 삼아 괜히 거실에 한 번 나왔다가 들어갔다. 들어갈 때는 또 눈물을 글썽이면서.
소윤아, 너의 눈물을 보니 아빠 마음이 영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단다. 너의 눈물에 넘어가 더 기다리면 결국 아빠가 울게 될 테니까.
추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울근 - 퇵 - 추우우우우우우우우우울근 - 퇵의 삶을 반복하는 아빠와 19일 전에 출근해서 아직도 퇴근이 없는 엄마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