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생일 파티와 소양증

20.04.26(주일)

by 어깨아빠

내일이 시윤이의 생일이고 오늘 양쪽 부모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빠아. 오느디 더 생일이뎌엉?"

"생일은 내일인데 내일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지 못하니까 오늘 모이는 거지"


시윤이는 드디어 자기 생일이라는 게 (내일이었지만) 기뻤나 보다. 아침부터 계속 들떠 있었다.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잠깐 세차를 하러 다녀오려고 했다. 물론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날씨가 너무 화창한 데다가 아내한테도 잠시 쉬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소윤이의 반응이 뭔가 뜨뜨미지근하길래 다시 한번 물어봤다.


"소윤아. 세차하러 가고 싶어?"

"네"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아니에여. 좋아여"

"소윤아. 안 가고 싶으면 안 가고 싶다고 말해도 되는데"

"안 가고 싶은 건 아닌데 엄청 가고 싶지도 않아여"


계획을 수정했다.


"소윤아. 이리 와 봐"

"왜여?"

"소윤이는 그럼 엄마랑 집에 있을래? 아빠랑 둘이만 갔다 올게"

"싫어여. 같이 갈래여"

"아니 그게 아니라. (귓속말) 집에서 시윤이 생일 축하 풍선 꾸며주라고 엄마랑"

"아아. 그럴게여"


누나 생일 때도 서윤이 태어났을 때도 풍선으로 꾸몄는데 자기 생일에만 안 해주면 뭔가 다 알 거 같았다. 시윤이는 나랑 둘이 세차하러 가는 걸 흔쾌히 받아들였고.


시윤이가 세차장에 가서 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차 안에서 구경하다가 잠깐 밖에 나와서 구경하다가. 그런데 그 조그만 녀석이 옆에 있으니까 덜 심심했다. 이제 제법 말상대도 되고.


"시윤아. 지루하지 않아?"

"네. 재미떠여엉"

"뭐가 재밌어? 그냥 보기만 하는 건데"

"아빠가 짜 딱으는게여엉"


한 시간 남짓 세차를 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소윤이는 열심히 풍선을 붙이고 있었다.


두 녀석을 차례로 샤워를 시켜주고 나도 샤워를 하고 있을 때 (내) 엄마, 아빠가 오셨고 곧이어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오셨다. 아내와 서윤이가 밖에 나가지 못하니 집에서 먹을까 생각도 했는데 미리 시윤이에게 물어봤더니 나가서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와 서윤이를 집에 남겨두고 나왔다.


집 근처(걸어갈만큼 가까운) 중국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다. 시윤이는 중간중간에 자기 생일이라는 걸 스스로 언급했다. 좋았나 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케이크에 초를 꽂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공식 행사를 거행했다. 소윤이는 시윤이에게 편지도 써 주고 직접 만든 종이 접기 작품도 선물했다. 자기가 쓴 편지를 직접 동생에게 읽어주는 소윤이와 멋쩍은 듯 고맙다고 얘기하는 시윤이를 보니 전에 경험하지 못한 또 새로운 흐뭇함이 차올랐다.


밥을 먹고 돌아왔을 때 아내의 목덜미와 가슴 위쪽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내는 극심한 가려움을 호소했고. 급한 대로 얼음팩을 대고 진정을 시켜보기는 했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가려움은 더 심해졌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먼저 가시고 (내) 엄마, 아빠는 좀 더 계셨는데 아내는 가려움증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누워 있었다. 아내는 오늘 낮에 머리를 감고 트리트먼트를 했는데 그게 원인이 아닐까 짐작했다. 먹는 것을 비롯해 평소랑 다른 변수라고 여길 만한 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아내는 무척 괴로워했다.


엄마, 아빠가 가시고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소윤이는 오늘도 내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했다.


"아빠. 이따가 들어와서도 손잡고 자여"

"아빠 맨날 소윤이 손잡고 자는데. 자다 보면 움직이니까 놓치는 거지"

"아, 그래여?"


오늘은 시윤이도 손을 잡아달라고 했다. 이러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통 애들 자는 거 기다리면서 휴대폰을 만지는데 두 손을 다 애들한테 내어주면 할 게 없어진다. 어둠이 자욱하고 아이들의 숨소리만 들리는 방에 가만히 누워 있다 보면 잠드는 건 금방이다. 다행히 오늘은 시윤이가 엄청 금방 잠들었다. 슬며시 왼쪽 손을 빼서 휴대폰을 들고 소윤이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오늘도 소윤이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왔다.


거실에 나오니 아내가 울고 있었다. 주요 가려움 부위는 목뒤였다. 오히려 아까는 목 앞쪽이었던 게 마치 얼음찜질을 피해 옮겨간 것처럼. 아내는 소양증을 얘기했다. 나도 들어본 적은 있다. 보통 임신 중에 겪는 사람이 많은데 그야말로 이유 없는 가려움증이다. 물론 원인이야 있겠지만 파악이 안 되는 거다. 음식일지도 모르고, 단순한 자극일지도 모르고, 체질의 변화일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아내는 지금 정상인의 흐름으로 살고 있지 않다. 낮과 밤의 구분 없는 만성 피로에 시달리다 보니 뭔가 균형이 무너졌을 거고 그러다 보니 면역력도 약해졌을 거고.


서럽게 우는 아내 옆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일단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로션 발라주면 잠시나마 괜찮아진다기에 잠시 씻으러 들어갔을 때 기도했다. 벌겋게 변한 곳에 로션 발라주고. 소파에 앉아서 기도해 주고. 아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긁지도 못하고 그저 참아야 하는 게 얼마나 괴로울지 가늠도 안 된다.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니 소양증을 겪은 사람은 많았다. 각자 효과를 봤다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공통된 건 결국 시간이 지나야 낫는다는 거였다.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좌절스럽기도 했다. 애들 기저귀 발진 났을 때나 유두에 상처 났을 때 바르는 연고를 바르고 나아졌다는 사람이 꽤 있었다. 일단 그거라도 발랐다.


서윤이는 낮에는 내내 안 자고 깨어 있다가 해 질 무렵부터 계속 자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잠이라도 들면 가려움을 잊을 수 있고 어쨌든 잠은 자둘수록 좋으니 아내는 거실에 이불을 펴고 누웠다. 가려워서 잠이 들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금방 잠이 들었다.


1시간 30분 정도 자고 일어난 아내의 몸은 또 바뀌어 있었다. 아까 가장 가려움을 호소했던 목뒤는 멀쩡해졌고 다른 곳이 그렇게 됐다. 온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이다. 긁으면 바로 빨갛게 올라오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생전 겪어보지 않은 증상까지 경험하고.


아내가 너무 안쓰럽다.


누군가 그랬다던 것처럼 임신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이나 견해를 상실하게 만든다. 아내가 너무 가엾고 처연해서 다시는 이 과정을 겪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만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