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8(화)
한낮에 바깥에서 찍은 애들 사진이 도착했다. 아내는 애들을 데리고 잠시 밖에 나왔다고 했다. 비록 한살림과 꽈배기 가게만 들리는 아주 짧은 외출이었지만 아내에게는 첫 외출이었다. 다른 목적 없이 오로지 외출만을 위한 외출은. 소윤이와 시윤이도 좋았을 거다. 엄마 손잡고 바람 쐬는 건 오랜만이었으니까. 소윤이와 시윤이는 활짝 웃고 있었다. 마스크가 옥에 티였다.
퇴근했을 때 소윤이는 성경을 읽고 있었고 시윤이는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시윤이의 눈에서 졸림이 뿜어져 나왔다. 졸린 것치고는 웃기도 잘 웃고 말도 잘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내에게 들어보니 이미 몇 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였다고 했다.
"여보. 가려운 건?"
"거의 없어"
지난밤에 목 쪽이 아주 살짝 간지러워서 약을 발랐다길래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시 엄청 심해지고 있지는 않다.
난 당연히 아내도 애들도 저녁을 먹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이미 먹고 치운 거라고 했다. 이것 또한 아내의 배려였으리라. 생각해 보니 낮에 굳이 애들 데리고 나갔다 온 것도 그 연장선일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어제 자기 전에 나한테 얘기했다.
"여보. 내일은 퇴근해서 애들 데리고 나갔다 오지 마"
"왜?"
"너무 힘들잖아. 애들 맨날 낮에 '오늘은 아빠가 퇴근하시면 나갈 수 있을까 없을까' 맨날 이러거든. 내일은 내가 아예 미리 말해놔야지"
피곤하긴 해도 이 좋은 날씨에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려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잠깐이라도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 거다. 물론 아무리 잠깐이어도 나갔다 오면 모든 게 늦어진다. 아내는 모든 걸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주고자 기꺼이 그 고생을 한 거다. 한 달도 채 안 된 젖먹이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젖을 물리면서 두 녀석의 밥까지 챙기는 거. 이거 보통 일 아니다. 그나마 지금은 도우미 이모님이 계시기에 망정이지.
애들이랑 보낸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고 그 중에 소윤이와 시윤이가 '아빠랑 함께 놀았다'라고 느낄만한 시간은 한 10분 되려나. 나머지는 다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가 차려 놓은 육아에 티스푼 정도 살짝 얹었네.
시윤이는 잘 때쯤 되니 피곤이 극한에 치달았는지 자기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지경이 이른 듯했다. 시윤이는 방에 들어가서 머리를 대자마자, 거짓말을 하나도 안 보태고 정말 머리를 대자마자 눈을 감더니 바로 잠들었다. 소윤이는 오늘도 내 손을 잡은 채 잠들었고. 손을 슬쩍 뺐을 때 다시 꽉 잡으면 덜 잠든 거고, 스르르 힘이 빠지면 잠든 거다. 소윤이도 금방 손에 힘이 빠졌다.
아내는 서윤이를 안고 있었다. 요 녀석이 이제 안아달라고 우는 울음이 조금 더 확연해졌다. 안아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스르르 잠들기까지 하고. 아내의 얼굴에 피곤이 짙길래 물어봤다.
"여보. 오늘 낮에도 한숨도 못 잤어?"
"아, 그러네. 왜 이렇게 피곤한가 했더니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보다"
"그러게. 여보도 얼른 좀 자. 서윤이 잘 때"
"그럴까. 아까 낮에 나갔을 때 그래도 꽤 힘들더라. 그냥 걷기만 한 건데"
아내가 아직 정상의 몸이 아니라는 증거다. 아내는 서윤이에게 젖을 먹이고 서윤이와 함께 거실에 누웠다. 방에 있는 서윤이 아기 침대에 눕히고 아내도 방에 들어가서 편히 자는 방법이 정석이다. 서윤이가 수유하고 바로 잠들었으면 그것도 가능한데 그게 아니었다. 눕혔더니 또 안아달라고 찡찡댔다. 안았더니 잠잠하고. 눈에 힘이 풀릴 때쯤 바닥에 눕혔다. 아내도 그 옆에 눕고.
이대로 오늘의 수유가 끝이면 아내도 푹 쉬겠지만 당연히 그건 아니다. 아내는 마치 5분 대기조처럼 서윤이의 곁에서 쪽잠 아닌 쪽잠으로 피로를 밀어내고 있다. 얼마나 밀릴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에는 소윤이와 시윤이. 거실에는 아내와 서윤이가 짝을 지어 자고 있다. 곧 방에서는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 거실에는 아내와 나. 이런 날도 곧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