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셋과 함께하는 첫 외출

20.05.04(월)

by 어깨아빠

명절보다 길고 한가로운 연휴를 맞아 온 가족 외출을 감행했다. 온 가족이니 당연히 서윤이도 포함이었고. 외출이라고 해 봐야 가까운 식당에 가서 밥 한 끼 먹고 오는 게 우리의 계획이었다. 서윤이 위로 둘이나 키웠고 그다지 예민한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제 겨우 한 달 된 애를 데리고 나가려니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일단 어디든 나간다고 기뻐했고, 엄마까지 함께하는 것에 기뻐했고, 서윤이도 같이 간다는 것에 기뻐했다.


애초에 가려던 식당이 점심 영업을 끝내고 휴식 시간이라는 걸 가면서 알았다. 갑자기 목적지를 잃은 아내와 나는 여러 곳을 고민하다가 아내가 이전부터 찾아 놓고 언젠가 가보자고 했던 콩국수 맛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윤이는 차에 타자마자 잤다. 식당에 도착해서도 자는 듯하더니 막 음식이 나왔을 때 깼다. 역시 불변의 진리다. 먹을 때 싸고, 먹을 때 깨고, 먹을 때 울고. 애초에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하는 서정적인 장면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 건 우리에게 아직은 판타지다. 오히려 잔혹극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애들 수저 가지러, 앞 접시 가지러, 물 가지러, 우는 서윤이 안아 주러.


"여보. 괜찮지? 이런 거?"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라 괜찮았다. 서윤이가 아내의 자궁에 착상한 그 순간부터 이게 내 운명이려니 생각했다. 누가 시킨 짓도 아니고.


아내는 수유 가리개를 하고 서윤이에게 젖을 물렸다. 오랜만이지만 생소한 광경은 아니었다. 소윤이, 시윤이를 키우며 수도 없이 많이 봤던 장면이었다. 그렇게 많이 봤는데 오늘은 유독 아내가 불쌍했다. 정작 본인은 '전혀 상관없고 아무렇지 않다'라고 얘기하는데.


하필 음식이 오래 두면 부는 콩국수라 아내는 수유를 하며 먹었다. 먹으면서 먹이기 아니 먹이면서 먹기. 서윤아, 오늘은 콩 맛 모유다.


콩국수 두 개와 만두 하나를 시켰는데 턱도 없이 부족했다. 초반부터 소윤이의 기세가 맹렬했다. 나랑은 당연히 비교가 안 돼도 아내하고는 어느 정도 견줘볼 만한 속도로 먹어치웠다. 정말 맛있게. 시윤이도 맛있게 먹기는 했는데 면발 흡입 기술이 누나만큼은 아니라 좀 느렸다. 어쨌든 아내는 제대로 젓가락질을 시작하기도 전에 거의 한 그릇이 사라졌다.


"사장님. 저희 콩국수 한 그릇 더 주세요"


나야 원래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의지만 가지면 평균 이상으로 먹는 능력자고, 소윤이도 오늘은 남다른 먹성을 발휘하며 콩국수를 한 그릇과 커다란 평양 만두 두 개를 먹었다. 시윤이도 양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양을 먹었고. 서윤이야 뭐 늘 보장된 양이 있고. 아내만 제대로 못 먹었다. 딱 보기에도 별로 못 먹었을뿐더러 설령 먹었다 하더라도 코로 넣는지 입으로 넣는지 정신이 없었을 거 같은데 '잘 먹고, 괜찮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진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렇게 자기 세뇌를 하지 않으면 정말 우울해질 거 같아서 그런 건지. 아무튼 치열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도 우리는 모두 행복했다.


서윤이는 배를 채우더니 또 계속 잤다. 밥 먹고 나서 잠시 카페도 갔다. 서윤이는 계속 유모차에 누워서 잤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서윤이 덕분에 서윤이 없을 때처럼 무사히 시간을 보냈다. 서윤이는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차에서 깼고 엄청 매섭게 울었다.


"여보. 서윤이 엄청 우네. 괜찮나? 저렇게 우는 거 처음 듣는데"

"여보 처음 들어? 새벽에 깨면 저렇게 많이 울어"


아내는 태연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카페에 유모차를 두고 왔다는 걸 아내가 말해줬다. 유모차를 쓰는 게 하도 오랜만이라 챙겨야 한다는 걸 까먹었나 보다.


그래도 성공적인 첫 외출이었다. 아직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르긴 하지만 애 둘일 때보다 오히려 덜 힘든 거 같다. 그때는 '여전히 어린' 소윤이 신경쓰는 것도 벅찼는데 거기에 시윤이까지 끼어드니 정신이 없었다. 애 셋이 되니 애초에 기대(?)도 많이 없고 첫째 소윤이는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하고. 차라리 둘보다 셋이 덜 힘들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조금 아주 조금은 알 거 같다. 육아하다 보면 가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말이 오갈 때가 있다. 하나보다 둘이 덜 힘들다느니 셋 되면 오히려 괜찮다느니. 항상 맞는 말도 아니고 그때 그때 변하는 오묘한 무언가이기 때문에 단언하는 건(내가 이러니 너도 이럴 거다 식의) 위험하다. 그런 논리라면 '그럼 셋보다 넷이 낫고 넷보다 다섯이 낫냐'는 반론이 나올 거다. 당연히 그건 또 아니다. 늘면 늘수록 힘들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고. 모르겠다. 아무튼 경험자는 느낄 거다. 다만 분명히 그런 '현상'은 존재한다. 그만큼 내성이 생긴 걸지도 모르고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믿어야 살 길이 열리는 거 같기도 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을 때도, 서윤이는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식구가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아주면 그치니까 바로 가서 안아줬다. 아내 먼저 순식간에 먹고, 그다음 나 먹고. 아내는 소화시킬 틈도 없이 바로 또 먹이고.


소윤이와 시윤이를 재우고 나와서 (소윤이는 잠들지 않았고, 내가 나가는 걸 보며 서럽게 울었다. 내가 유모차를 가지러 간 사이에 방에서 나와 아내 얼굴을 보며 더 서럽게 울었고) 다시 카페에 갔다. 서윤이는 소윤이와 시윤이를 재우러 들어갈 때도 안 자고 있었다. 안 자고 가만히 있으면 상관없는데 자꾸 울었다. 안아주면 그쳤다가 잠들고 눕히면 깨서 다시 울고. 이걸 반복했다. 카페에서 왔을 때도 아내는 잠든 서윤이를 안고 있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눕혔더니 깨서 울었다. 아내의 얼굴은 '이제 그만 자고 싶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서윤이가 깨서 울면 나도 가서 서윤이를 안아줬다. 안아주면 또 금방 잠들었다. 그걸 두어 번 정도 반복했다. 아내는 오늘도 거실에서 잠들 각오를 하고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내가 안아서 재웠을 때도 조심스럽게 아내 옆에 눕혔더니 눈을 떴다. 아내는 곁에 누워서 토닥였다. 좀 찡찡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잠시 후 조용해졌다.


조용히 나가서 보니 서윤이도 아내도 곤히 자고 있었다. 거실에 불을 모두 끄고 베란다 문도 닫았다. 그렇게 한참을 잤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오늘도 아내와 서윤이를 거실에 그대로 두고 방에 들어갔다. 역시나 잠이 최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