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많이 타라

20.06.10(수)

by 어깨아빠

아내는 주로 새벽 3-4시쯤 수유를 한다. 그때 나도 살짝 잠이 깨는데 대부분 다시 깊게 자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알람이 울리기 5-10분 전에 눈이 떠질 때가 많다. 그럼 일어나면 되는데 그건 또 싫어서 알람이 울릴 때까지 억지로 눈을 감는다. 깊게 잠들지는 않아도 몽롱한 상태라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울리는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바로 알람을 끄고 가장 먼저 서윤이를 살핀다. 혹시라도 깨서 꼬물거리지는 않는지. 곤히 자는 걸 확인하고 나서 조용히 방에서 나온다. 출근할 때쯤 되면 해가 많이 들어와서 대낮처럼 환해진 거실을 보며, 현관에 서서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오늘도 다들 잘 살길. 기쁘고 행복하게'


너무 식상하고 뻔하지만 아내에게는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게 되는 게 육아니까.


아내와 아이들은 8시쯤 일어났다며 전화를 했다. 그날의 첫 통화 때 내가 항상 묻는 게 있다.


"애들은 몇 시에 일어났어?"

"서윤이는 몇 번 깼어? 몇 시에?"


아내의 피로도와 심신의 상태를 가늠하는 척도다. 오늘은 여러모로 괜찮아 보였다. 아내 목소리에도 생기가 있었고.


낮에는 장모님이 오셨다고 했다. 아내의 이모님께서도 함께 오셨다가 문 앞에서 음식과 반찬만 건네주고는 가셨다고 했다. 잠깐 들어오시라고 해도 당신 손주도 코로나 때문에 안 만난다면서 그냥 가셨다. 이모님이 주신 음식에는 삼계탕도 있었다. 그게 우리의 저녁이었다.


장모님은 장인어른을 기다리느라 우리가 저녁 먹을 때도 함께 계셨다. 장모님은 밥 생각이 별로 없으셔서 안 드신다고 했다. 아내와 나, 소윤이, 시윤이가 저녁을 먹는 동안 장모님이 서윤이를 봐 주셨다. 서윤이는 안겨서도 엄청 서럽게 울었다.


"왜 이렇게 울지?"

"글쎄. 아마 걸으라는 거 아닐까"


밤마다 내가 이상 행동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축적된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안고 걷는 게 가장 빨리 울음을 멎게 한다. 장모님은 힘겹게 서윤이를 재우고 눕히셨지만 서윤이는 금방 울며 깼다.


우리가 밥을 다 먹고 나니 장인어른이 오셨다. 장인어른도 우리 집에서 저녁을 드셨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떤 이유로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조금이라도 자기 집에 더 머문다는 걸 기뻐했다.


서윤이는 내가 안고 있었다. 역시나 안고 걸었더니 눈을 꿈뻑거리는 속도가 느려졌다. 아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기고 난 계속 서윤이를 안고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자러 들어갈 때 서윤이도 침대에 눕혀봤다. 자지는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대신 자기 손을 엄청 핥았다.


"촵쫩촵쫩쫩촵촵"


손가락 빠는 소리에 조금씩 눈물이 묻어 나오더니 역시나 터졌다.


"으아아아아아앙"


아내가 들어와서 서윤이를 데리고 나갔다. 시윤이와 소윤이는 아직 잠들지 않아서 나는 계속 누워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금밤 잠들었지만 난 바로 나가지 않았다. 그냥 고요하게 누워서 휴대폰 만지는 그 시간이 너무 달콤했다.


[여보. 애들 안 잠?]


아내는 예상보다 길어지자 카톡을 보냈다. 아니야, 여보. 애들은 진작에 자지. 그냥 내가 너무 달콤해서 그랬어.


서윤이를 데리고 나갔던 아내는 다시 눕혀보겠다고 했다. 2차 시도만에 서윤이는 잠잠히 침대에 누웠다. 그러더니 오늘도 그길로 밤잠.


"여보. 오늘도 자나 봐"


서윤이의 밤잠을 괜히 한 번 더 언급하며 희망을 키웠다. 아내도 나도.


서윤이는 내가 퇴근했을 때 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날 반겼다. 옆에 앉아 놀아주니까 엄청 웃고. 오늘은 분명했다. 날 보고 웃는 거였다.


"여보. 서윤이 진짜 여보 보고 웃나 봐. 계속 여보 보려고 하네"

"그러니까. 신기하네"


요즘에는 양 팔과 다리를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고 파닥거리는데 그러면서 날 보고 웃었다. 서윤아, 이러니 아빠가 니가 아무리 울고불고 난리 쳐도 헤벌쭉거리면서 널 안아주지.


서윤이는 손을 탄 게 분명하다. 안아줘야 자는 것도 맞다.


서윤아, 괜찮아. 아빠는 널 손에서 내리게 할 생각이 없거든. 잘 때도 웬만하면 안아줄게. 손 좀 타면 어떻고, 안아줘야 자면 좀 어떠니.


다시는 없을 시간인데.


그냥 오늘처럼 좀 웃어주면 그걸로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