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을 없애려면

20.06.15(월)

by 어깨아빠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소윤이가 깨서 나왔다. 내가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니 당연히 엄청 이른 시간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소윤이가 너무 피곤할까 봐, 괜히 아내나 서윤이를 깨울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왜 벌써 나왔어. 얼른 들어가"


라고 얘기했을 텐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나도 애들처럼 주말 후유증을 겪는 건가. 소윤이를 보며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소윤이는 내 무릎 위에 와서 안겼다.


"소윤아. 안 추웠어?"

"네"

"잘 잤어?"

"네"

"왜 일어났어?"

"목말라서요. 물 주세여"

"알았어. 물 마시고 다시 들어가서 누워 있어. 알았지?"

"네"


소윤이는 방에 다시 들어갔지만 출근하기 직전에 시윤이, 서윤이, 아내까지 깨서 나왔다.


오늘도 장모님이 오셨다고 했다. 아내는 두통이 엄청 심하다고 했다. 아내의 만성 질환이 몇 가지 있는데 천식, 두통, 비염이 대표적이다. 임신과 출산 즈음해서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타나는데, 점점 그 공백이 짧아지는 느낌이다. 소윤이 때는 한참 증상이 없었는데 시윤이 때는 그보다 좀 짧았고. 서윤이 때는 아예 너무 초반에 나타나고 있다. 두통도, 천식도.


내가 집에 도착할 무렵에 장인어른도 장모님을 데리러 비슷하게 도착하신다고 했다. 난 아예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고 아내와 아이들도 장모님과 함께 나왔다.


"아. 여보. 바깥바람 쐬니까 그래도 좀 나은 거 같다"

"많이 아파?"

"어. 엄청 심했어"


아내가 경험하는 고통이나 자잘한 질환의 범위가 내가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큰 데다가 통증에 반응하는 예민도도 차이가 워낙 크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이 얼마나 괴로운지 완전히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많은데, 두통은 좀 다르다. 한때 나도 주기적인 편두통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얼마나 힘든지 안다. 몰라도 아는 것처럼 공감해 주면 삼송의 '션'이 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아무튼 아내는 두통 때문에 매우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는데 아내는 두통 때문에 입맛도 영 없는 듯했다. 난 우는 서윤이(이것 봐라. 얘는 또, 잘 누워있다가 밥상을 차리니 울기 시작했다)를 안고 있었는데 아내는 엄청 금방 식사를 마치고 서윤이를 데리고 갔다.


"아, 오늘 커피를 한 잔도 못 마셨네"

"그래? 이따 한 잔 사다 줄까?"

"진짜?"


소윤이와 시윤이를 재우려고 함께 누워있는데 아내도 서윤이와 함께 들어왔다. 방에서 수유하고 바로 눕히기 위해서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금방 잠들었다. 아내는 매트리스 위에, 나는 바닥에 있었지만 기도비닉을 위해 아내는 카톡을 보냈다.


[여보. 그럼 나가면서 라본느 빵도 하나 사 줘요]


난 육성으로 대답했다.


"하라써허"


[참고로 9시에 문 닫음]


이때가 8시 37분이었다. 번역기를 돌려보면 이랬다.


[참고로 9시에 문 닫음 -> 그렇게 꾸물거리다가 빵 못 삼. 지금 나가야 함]


아몬드 크로와상 하나를 사고 커피를 사러 카페도 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라떼를 한 잔씩 샀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 있었다.


"서윤이는? 아까 그러고 자?"

"응. 낑낑거리기는 했는데"


아내에게 빵과 커피를 건넸다.


"여보. 너무 고마워"

"뭐가?"

"커피 사다 준 거. 완전 힐링이야"

"그래? 다행이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몇 모금 홀짝였다.


"아, 맞다"

"왜?"

"오늘 그거 하는 날이네"

"뭐?"

"저녁 같이 드실래요"


서윤이의 수면에 규칙과 반복이 생기니 아내가 드라마를 챙길 여유가 생겼다. 바람직한 선순환이다.


아내는 빵과 커피를 챙기고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드라마 시청을 시작했다. 아직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두통은 좀 사라진 거 같다. 과연 뭐가 치료제였을까. 빵? 커피? 드라마? 아니면 그저 육아 퇴근? 아니면 어이없게도 송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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