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5(목)
소윤이는 자꾸 새벽에 나를 깨운다.
"아빠. 조금만 내 쪽으로 와여"
그러고는 자기 손으로 내 몸의 어딘가에 꼭 손을 대고 잔다. 소윤이가 아주 어릴 때 아내한테 그랬던 거 같은데. 덕분에 나의 수면의 질은 떨어지지만 잠결에 잡는 소윤이 손의 느낌이 꽤 좋다.
이것이 나의 오늘 육아의 전부였다. (이게 육아인가?)
퇴근해서 집에 가기 전에 치과에 들렀다. 오늘도 아침부터 (눈을 뜨자마자) 시윤이와 아주 진하고 진한 시간을 보낸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진작에 제안을 했다.
[여보. 우리 오늘은 야식 먹을까? 여보 먹고 싶은 걸로?]
평일 낮에 아내를 대신해 아내의 수고를 짊어지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 시간이 지나고 다시 나와 함께하는 시간에 어떻게든 아내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 힘든 건 대신하지 못해도 힘든 걸 빨리 잊게 도와주는 건 가능하니까. 그런 차원에서 야식 이야기를 꺼내봤다. 특별히 정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잠정 합의에 이른 상황이었다.
집에는 아내의 아는 동생이 딸(소윤이랑 동갑)과 함께 오랜만에 놀러와 있었다. 우리 집에 아직 소윤이만 있을 때는 자주 만나던 사이였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소윤이와 그 친구는 서로 쭈뼛쭈뼛 눈치만 보고 말을 못 거는 상태였고. 어제는 친구 언제 오냐고 그렇게 기대를 하더니 막상 만나니 꿀 먹은 벙어리였다. 사실 소윤이는 자기 나름의 노력을 담아서 먼저 다가가기도 했지만.
퇴근하고 얼마 안 되어서 아내의 아는 동생과 그녀의 딸은 집으로 돌아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미 다 씻은 상태에 저녁도 먹은 상태였고. 양치만 하고 바로 취침이었다. 서윤이도 언니, 오빠를 따라 조용히 잠들었고.
이게 오늘 내 육아의 전부다. 일기의 분량을 위해서라도 막 생각했는데 도무지 없다. 당연하다. 애들 깨기 전에 나갔다가 자기 직전에 돌아왔으니. 덕분에 아내와 나름 오붓한 밤을 보내긴 했다. 야식과 함께.
주말에는 각오하라는 하늘의 뜻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