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셋의 점유율

20.06.26(금)

by 어깨아빠

아내는 오늘 친구 집에 놀러 간다고 했다. 아내를 포함해 세 명이 만나는 건데 다들 아이가 있었다. 물론 아내처럼 많지는 않았다. 각각 한 명씩. 아내는 세 명. 애들 포함해서 총 8명이었는데 그중 4명이 아내랑 애들이라니. 점유율이 높구나.


"소윤이랑 시윤이는 맡기고 가"

"누구한테?"

"오빠나 장모님한테"

"에이 어떻게 그래"


친구 만나러 가는데 애를 셋이나 데리고 있는 정신없는 정신 다 빼고 가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 집에서 출발한지 얼마 안 된 듯한, 아내가 보내준 사진 속의 아내,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 아, 서윤이는 아직 표정 표현이 없구나. 아무튼 다들 표정은 밝았다. 아내도. 밝은 얼굴에서도 왠지 모를 고단함은 느껴졌다. 아니지, 왠지 모를이 아니라 왠지 알 고단함이지.


낮에 잠깐 연락했을 때 아내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핵심 질문을 두어 개 던졌다.


"애들은 괜찮았어? 말 잘 듣고?"


다행히 아내의 대답이 괜찮았다. "그냥저냥/그냥 그래"는 나쁜 상황을 좋게 포장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인데 오늘은 나오지 않았다. "어, 괜찮아"라는 아내의 대답에 어떤 체념이나 포기의 분위기는 없었다. 정말 괜찮은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서윤이가 세 시간째 잔다고 했다. 일단 서윤이가 울지만 않아도 엄청난 일 하나가 줄어드는 거다.


퇴근하는 길에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내와 아내의 친구들은 계속 올라와서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뭔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기 싫었다. 아니, 완전히 편안하고 싶었다.


"여보. 그럼 여보랑 애들은 먹고 와. 난 차에서 기다릴게"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리며 차에 늘어져서 휴대폰 게임을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아내와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게 오늘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난 바로 교회에 가야 해서 만나자마자 작별 인사를 나눴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갈게. 엄마 말씀 잘 듣고"


"서윤아. 아빠 간다. 빠이빠이 잘 자"


아내는 집에 와서 정성스럽게 애들 샤워까지 시켜줬다고 했다. 덕분에 자러 들어간 시간은 늦어졌지만.


교회에서 집에 돌아와 만난 아내는 밝았다. 아주 밝았다. 물론 육체의 피로야 날마다 쌓이겠지만 정신의 타격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제법 말을 잘 들었나 보다. 거기에 3시간이나 잤다는 서윤이는 밤이 되어 눕히니 역시나 바로 자고.


오늘은 애들 본 시간을 다 합쳐 봐야 10분도 안 되네. 아, 소윤이는 아침에 출근할 때 살짝 깼다.


"소윤아. 아빠 갈게. 소윤이는 좀 더 자"

"네, 아빠. 잘 갔다 와여"


아무튼 애들이랑 보낸 시간이 너무 짧았지만 아쉽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주말이니까. 애들이랑 원 없이 같이 지낼 생각을 하니 왜 이렇게 손이 떨 아니 신나고 도망치고 아니 설레는지.


서윤이는 빼고 소윤이, 시윤이. 주말이다. 자, 여기. 아빠를 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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