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화)
오늘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하고 놀라운 일. 어제 8시도 안 돼서 잠든 서윤이가 무려 아침 6시까지 잤다. 당연히 신기록이다. 이러다 하루에 12시간씩 자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막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아내에게 영상 통화가 왔다. 소윤이는 출근하기 전에 잠에서 깨서 이미 인사를 나누고 나왔고, 시윤이는 언제나처럼 무의미한 질문을 던졌다.
"아빠아. 뭐해여엉"
"아빠아. 어디에여엉"
"아빠아. 어디 근쩌에여엉"
"아빠아. 머하구 이떠여엉"
통화는 계속하고 싶은데 매끄럽게 통화를 이어가는 기술을 익히지 못한 시윤이가 선택한, 나름의 소통 방법이었다. 얼굴에는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웃음이, 말투에는 애교가 한가득이었다. 최대한 성의껏 무의미한 질문에 유의미한 답변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분 좋게 통화를 마쳤는데 아내에게 곧바로 카톡이 왔다.
[시윤이 징징거림. 자기 할 말 있었는데 못했다고]
다시 전화해 준다고 해도 무조건 영상 통화를 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린다고 했다. 내가 먼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시윤이는 울며 떼만 썼다. 아내의 평안한 아침을 위해 시윤이의 요구대로 영상 통화를 할까도 싶었다. 사실 그게 뭐 대수라고. 그냥 통화 한 번 하는 건데.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는 대수일지도 모른다.
[울고 떼쓰면서 요구하는 건 = 관철되지 못한다]
는 게 우리 가족의 큰 규칙이다. 네 살이 된 시윤이는 자아와 함께 고집이 만개하는 시기고. 아내와 나는 이걸 적절하게 관리하며 꺾을 때는 꺾고, 둘 때는 두는 걸 연습하고 있다. 사소한 경험과 반복이 쌓여 바른 인성을 만든다는 게 아내와 나의 믿음이다. 이 연습과 인내의 과정을 대부분 아내가 혼자 겪어야 한다는 게 좀 그렇긴 하다. 오늘도 아내는 아침부터 쉽지 않았다.
아내는 오늘 애들을 데리고 병원에 간다고 했다. 서윤이가 예방 접종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혼자서 셋을 데리고. 오후에는 장모님이 오셨다. 퇴근했을 무렵 소윤이와 시윤이는 장모님과 함께 놀이터에 있었다. 난 먼저 집에 돌아왔고 덕분에 아주 잠깐이라도 눈치 안 보고 서윤이에게 집중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실제로는 어떤 마음인지 모르지만 서윤이에게만 마냥 웃어주고 무섭지도 않은 아빠를 보며 혹시라도 서운해할까 봐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
"밤에도 애들이랑 좀 여유를 갖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그치?"
"그러게"
애들 재우고 나서 아내가 얘기했다. 어제도 썼지만 모순의 육아다. 1분 1초가 급한 것처럼 재우고 나서는,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쉽다니. 육아가 그런 거지 뭐.
"내일은 밤에 애들이랑 시간 좀 보낼까?"
"좋아"
어떻게, 무엇을 할지는 안 정했다. 애들은 자는 걸 미루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할 거다. 아내와 나는 야근 예약이고. 내일 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괜히 함부로 약속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