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 훈련소

20.07.24(금)

by 어깨아빠

오늘은 모두 일어나 나를 배웅했다. 물론 의도된 건 아니었고 마침 서윤이가 깨서 서유를 했고 소윤이와 시윤이도 깼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출근하기 전에 서윤이도 안아봤다. 내가 나가고 나서 거실에 노는 애들 사진을 아내가 보내줬다. 아침에 애들 보고 출근하니 정말 좋긴 했는데,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안 보고 나온 날에 비해 너무 아른거린다는 것.


아내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아내는


'비도 온다고 하니까 그냥 집에 있어야지'


라고 말했지만 날씨는 화창했다. 이번 주에 거센 비를 뚫고 외출한 게 이틀이나 되니까 오늘은 집에서 좀 쉬어가는 박자가 필요했을 거다. 요즘은 낮에 통화를 그렇게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아내와 아이들의 분위기를 파악하지는 못한다.


퇴근해서 아내에게 듣거나 [집안 분위기 탐지기]를 가동해 알아차려야 한다. 시윤이는 눈이 촉촉했다. 뭔가 방금 막 울음을 그친듯한 표정이기도 했고.


"시윤아. 왜 그래?"


시윤이는 입을 열지 않고 계속 울상이었고 소윤이가 대신 대답했다.


"아. 오늘 점심에 시윤이가 또 밥을 안 먹었거든여. 그래서 저녁 먹을 때까지 간식을 못 먹었는데 좀 전에 오렌지 주스를 못 마셔서 그래여"


요즘 시윤이가 가장 치열하게 훈련하는 지점이다. [불성실한 식사 태도 = 식사 종료 = 다음 끼니 때까지 물 외에는 취식 금지]. 아내와 나는 알고 있다. 매일 반복되지만 이 시기를 거쳐야 비로소 바른 식사 태도가 안착된다는걸. 사랑, 감사 같은 관념이 완성되려면 결국 실천이 있어야 한다. 돈도 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는데도 감사하지 못하면, 돈 내고 먹는 식당에서는 언젠가 갑질을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아내와 나는, 특히 아내는 어찌 보면 피곤하고 귀찮은 씨름을 매일 하고 있다. 너무 극단적으로 써 놓긴 했지만 어쨌든 질서를 가지려면 훈련이 필요하니까. 소윤이를 보며 희망을 얻곤 한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소윤이는 이제 너무 잘 먹는다. 마음속에 진짜 감사한 마음만 심기면, 완벽한 언행일치다.


아내는 내가 퇴근해서 함께 저녁 먹을 때 이런 말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시윤아. 부지런히 먹으라는 말도 지겹다. 지겨워. 얼른 좀 먹어"


오늘도 그랬다. 매 끼니가 마지막인 것처럼, 이렇게 맛있게 먹는 아빠를 보면서도 그게 안 되나. 내가 본 것만 해도 아내는 몇 번이나 꾹꾹 눌러 참으며 시윤이를 바른 식사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애썼다.


"시윤아. 오렌지 주스 못 먹은 게 그렇게 슬펐어?"

"네"

"그랬구나. 그러니까 왜 밥을 열심히 안 먹었어. 저녁 먹고 아빠가 한 잔 줄게. 알았지?"

"네"


아내 말로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했다. 자기도 먹겠다고 떼쓰고 그러지도 않고. 그래, 그렇게 배워가는 거다. 시윤아.


밥 먹고 나서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한 잔씩 줬다.


아내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늘 피곤하지만 오늘은 유독 더 그랬다. 금요일이라 그럴지도 모르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애들 재우고 나왔는데 수유하고 먼저 나간 아내가 소파에서 졸고 있었다.


"여보. 차라리 일찍 자"

"아니야. 그래도 내 시간도 필요해"


언제나처럼 아내가 뭔가 특별한 걸 하지는 않았다. 소파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카톡을 하며 보냈고, 마무리가 덜 된 집안일을 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렸고. 마지막에는 새롭게 볼 드라마를 하나 골라서 그걸 봤다. 나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옆에 한참을 앉아서 유튜브를 탐닉했다.


산뜻한 주말 육아를 위한 디톡스의 시간이라고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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