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5(토)
다 함께 새벽 기도에 다녀왔다.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토요일이기도 해서. 4시 40분에 일어났다. 모두. 서윤이는 교회에 도착해서 바로 수유를 한 덕분에 예배 시간 내내 잤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쌩쌩했지만, 시윤이는 예배 마지막쯤 아내에게 기대 꾸벅꾸벅 졸았다. 소윤이는 겉으로 보기에 멀쩡했고.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니 7시 30분쯤이었다.
"소윤아, 시윤아. 우리 이제 다 같이 조금 잘 거야. 알았지? 소윤이는 안 잘 거면 거실에서 혼자 놀아도 돼. 방에 들어올 거면 가만히 누워 있고. 계속 들락날락하면서 다른 사람 자는 거 방해하면 안 되고. 알았지?"
소윤이가 다시 잔다고 할 리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굳이 자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나머지 식구가 자는 걸 방해하는 건 금지했다. 시윤이는 누나가 안 자니 본인도 안 자겠다고 했지만 그냥 딱 한마디 해 본 거였다. 그래도 들어가서 자야 한다고 했더니 순순히 방으로 들어갔다. 서윤이는 다시 수유를 했다(원래 세 시간 정도 공백이니까 때가 됐긴 했다).
소윤이만 빼고 나머지 식구는 모두 방에 누웠고 다들 금방 잠들었다. 소윤이에게는 9시에 일어나겠다고 얘기했다. 1시간 30분 정도라고도 말해줬다.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충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 가늠은 한다.
잠깐 눈 감은 거 같았는데 소윤이의 기척에 잠이 깼다. 소윤이가 안방에 들어오지는 않고 쳐다보면서
"아이 참"
하는 소리를 들었다. 시계를 보니 10시였다. 헉. 소윤이는 그 시간 동안 계속 거실에 혼자 있었던 거다. 서둘러 거실에 나가 보니 작은방에 있던 미끄럼틀도 거실에 나와 있고 이런저런 장난감들이 보였다.
"소윤아. 미안해. 너무 오래 잤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괜찮아여"
"소윤이 혼자 뭐 했어?”
“그냥 뭐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미끄럼틀도 타고. 아빠가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해서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일부러 크게 소리 내고 그랬져. 잠 깨라고"
"그랬어? 좀 미안하네. 혼자 너무 심심했겠다"
아내도 깨서 소윤이에게 혼자 뭐 했냐고 물었더니
"그냥 블럭도 하고, 미끄럼틀도 타다가 나중에는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져 뭐"
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귀엽기도 했는데 왠지 미안했다. 물론 약조를 깨고 방에 들어와 잠을 깨웠으면 분노가 일었겠지만, 막상 충실하게 지키려고 노력한 걸 보니 미안했다. 9시에 깼으면 별로 안 미안했을 텐데. 10시는 너무 길었다. 소윤이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지만, 소윤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 넘겼다.
하긴 나도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주일 아침에 KBS 에서 하는 디즈니 만화 보려고 6시 무렵부터 깨서 TV를 켰다. 그 시간에는 백남봉 아저씨가 진행하시던 장수만세, 남북의 창, 알아먹기 힘든 말만 하는 시사프로그램 따위만 해서 TV 보는 게 하나도 재미가 없었지만, 다시 자지는 않았다. 소윤이가 누굴 닮았겠나. 자기 부모 닮았겠지.
11시에 약속이 있었다. 함께 처치홈스쿨 하는 선생님 집에 가서 밥도 먹고 회의도 하고, 꽤 오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그래서 잠을 보충하기도 했다. 늦은(?) 늦잠을 잔 덕분에 시간이 촉박했다. 가서 또 금방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아침은 떡과 빵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그 집도 셋, 우리도 셋. 거기에 첫째, 둘째는 나이도 같다. 어른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들 잘 놀았다. 비슷한 규칙과 질서를 배우는 애들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관건은 서윤이었는데 놀랍게도 한 번도 울지를 않았다. 남의 집 범퍼 가드에 누워서 (물론 본인의 의지로 누운 건 아니고, 눕힘 당했지만) 혼자 모빌을 보며 놀다가 스르륵 잠들었다. 덕분에 어른들은 원활하게 회의도 하고 밥도 먹고 그랬다.
떡은 남의 떡이 커 보이고, 집은 남의 집이 넓어 보이고, 애는 남의 집 애가 순해 보이고. 서윤이는 오늘 순해도 너무 순하다는 평을 받았다. 서윤이가 평소에도 순한 편이긴 하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남다른 날이었다.
정말 거의 하루 내내 시간을 보내다 집에 돌아왔다. 엄청 피곤했다. 아침에 그렇게 자지 않았으면 어땠을지. 소윤이가 새삼 대단했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는 흥이 확 떨어져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소윤아, 졸리지?"
"네"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요즘 새삼 아내와 나는 소윤이를 이렇게 생각한다.
"소윤이는 잠이 없고, 자다 깨면 다시 못 자고 그런 아이인 거야"
소윤아, 이 의지로 꼭 뭔가 해내거라.
점심을 든든히 먹어서 저녁 시간이 됐는데도 배가 안 고팠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굶길 수는 없으니 집에 들어가는 길에 돈까스를 포장했다. 밥, 돈까스, 오이지. 이렇게 간단히 차려줬다. 아내와 나는 먹지 않았다.
"여보. 배 안 고프지?"
"어. 여보도 그렇지?"
"어"
아내와 나는 이 대화를 나눌 때 이미 생각했을 거다. 늘 그래왔으니까.
'지금은 배가 안 고프지만 이따 애들 재우고 나면 슬슬 출출하겠지. 그럼 우린 또 야식을 사 먹겠지'
역시나. 아내와 나는 거의 눕자마자 잠든 애들을 뒤로하고 거실에 나와 야식을 모의했다. 최종 낙점된 건 떡볶이.
"배달료가 얼마지?"
"2,000원이네"
"아, 그래? 얼마 안 하네. 그냥 시켜야겠다"
"그럴까?"
음식을 정하고 아내는 가게에 전화를 했다.
"아, 네. 여기 국물 떡볶이 1/2하고요. 모듬 튀김하고요. 아 네네. 찾으러 갈 거예요. 얼마나 걸리나요?"
?
아내는 강제로 날 보냈다. (물론 고의는 아니었다. 아내는 내가 찾으러 가겠다고 한 줄 알았다고 했다. 2,000원에 남편을 팔 아내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몇 장 없는 서윤이의 사진 (오늘 찍은)을 계속 봤다. 요즘은 무릎 위에 앞을 보도록 앉혀 놓으면 제법 오래 앉아 있는다. 환한 미소도 건네고. 이 자세의 유일한 단점은 내가 서윤이를 못 본다는 거.
집에 와서 애들 밥 먹일 때 소윤이와 시윤이는 식탁에 앉아 있었고, 나는 바닥에 누운 서윤이랑 놀고 있었다.
"아우. 아빠도 서윤이 옆에 누워서 좀 볼까"
하며 서윤이 옆에 누웠더니 소윤이가 곧바로 받아쳤다.
"아빠. 또 자려고 그러져?"
"아니야. 안 자"
안 자긴. 눕자마자 눈이 스르륵 감겼다. 아내는 자기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길 테니 계속 서윤이를 보라고 했다(계속 자라고 해도 될 걸 나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보라고 했겠지?). 정신없이 잤다. 내가 서윤이를 본 게 아니라 서윤이가 날 봤다.
너네랑 지내는 거 진짜 좋고 행복하긴 한데, 이상하게 누우면 잠이 온다. 희한해.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