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육아

20.07.23(목)

by 어깨아빠

아내는 오늘도 먼 길을 떠났다. 파주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물론 셋을 동반하고. 비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오전부터 간다고 해서 전화도 하고 카톡도 남겼는데 답이 없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신이 없었나 보다.


소윤이는 내가 새벽 기도 가려고 일어나서 준비하는데 덩달아 깼다. 5시도 안 된 시간에. 인사를 나누고 더 자라며 방으로 들여보내기는 했는데 왠지 안 잘 거 같았다. 늘 그렇지만 안 자고 혼자 누워 있으면 아무 상관이 없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자는 편이니까. 문제는 자꾸 아내를 깨운다는 거다. 깨운다는 게 꼭 능동의 의지를 가지고 "엄마, 일어나요"라고 말하는 것만 포함하는 건 아니다. 미필적 고의. 자고 있는 아내 옆에 바짝 달라붙어서 본인의 모든 말과 행동이 아내의 뇌에 각인되도록 하는 거다. 깨우려는 의도는 있었지만 직접 행위는 없는 것처럼 위장한달까.


아내는 오후쯤 연락이 됐다. 빗길을 뚫고 무사히 도착했고, 소윤이와 시윤이도 잘 논다고 했다. 워낙 오랜만에 간 거라 처음에는 입도 벙긋 안 하고 쭈뼛쭈뼛했지만 결국에는 빗장을 풀었다고 했다. 서윤이도 꽤 잘 있었던 거 같다. 아내가 서윤이 때문에 특별히 힘들었다는 얘기를 안 한 걸 보면.


아내는 오늘도 파주(처가)에 들러서 애들 저녁도 먹이고 씻겨서 오겠다고 했다. 시간이 그럴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오늘도 먼저 집에 도착해서 한가로운 시간을 조금 보냈다.


아내와 아이들은 제법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여보. 애들 바로 재우면 되는 거 아니야? 양치도 했지?"

"어. 손발만 씻겨서 재우면 돼"


오늘 하루 종일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반가운 말이었다. 새벽 5시도 안 된 시간에 일어난 소윤이나, 누나가 워낙 일찍 일어나서 그렇지 본인도 못지않게 빠른 기상을 하는 시윤이나 파주에서 집까지 오는 동안 잠들지 않은 게 놀라웠다. 그다지 졸려 보이지도 않고. (물론 누우면 둘 다 거의 바로 잠들긴 하지만)


오늘도 애들을 재우고 아내와 둘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었다. 아내는 그제서야 오늘의 고단함을 편안하게 풀어놨다. 비 오는 와중에 애들 챙겨서 왔다 갔다 하는 건 물론이고, 하루 종일 집을 비우니 집안일(주로 빨래)을 못 할 걸 생각해서 나가기 전에 미리 해 놓는 것, 거센 빗줄기 속에서 애 셋을 태우고 운전하는 것까지. 하루를 끝내고 긴장이 풀리니 한꺼번에 몰려오는지 매우 피곤해 보였다(안 피곤해 보이는 날이 훨씬 드물긴 하지만). 평소에도 일과 시간(?)에는 오롯이 아내의 몫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과 종료 후 내가 퇴근하면 잠깐이나마 여유가 생긴다(고 아내가 말했다). 실제의 여유라기보다는 심리의 여유, 정서의 여유에 가깝다고 했고. 짧지만 그게 엄청 중요하다고 했고. 오늘은 마지막 그 여유를 챙길 시간이 아예 없었으니 어쩌면 더 피곤했나?


서윤이는 어제 한 번도 안 깨고 잤다. 그러니까 밤 8시 조금 넘은 시간에 자기 시작해서 아침이 밝을 때까지. 보통의 어른처럼 잤다는 말이다. 처음은 아니지만 아직은 자주 있는 일도 아니다.


사실 오늘 별로 한 게 없다. 애들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거의 10분 만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이럴 줄 알고 소윤이가 그 새벽에 일어나서 아빠 배웅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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