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가, 강릉 여행 1일차

18.11.02(금)

by 어깨아빠

* 주의사항
1. 육아일기 없음
2. 글 쓸데없이 김
3. 쏠쏠한 여행 정보 없음

드디어 두 번째 나 홀로 여행이 시작되는 날. 화정터미널에서 9시 버스를 예매했다. 아내는 내가 없는 2박 3일 동안 파주(처갓댁)에 가 있기로 했다. 아침에 날 터미널까지 데려다주고 바로 파주에 가기로 했다.

시윤이가 태어나기 전, 첫 홀로 여행이었던 군산 여행하고는 사뭇 다른 마음이다. 더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군산 여행 때는 굳이 갈 생각 없었는데 아내가 이제 언제 또 이런 시간 올지 모르니 갔다 오라고 떠밀어서 갔다 왔는데 너무 좋았다. 결혼하고 나서는 물론이고 살면서 처음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온 거였는데 홀로 여행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어쩌면 열심히 소윤이 키우다 다녀온 거라 탈출의 짜릿함이 더 컸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더더욱 기다려졌다. 비록 급히 결정되긴 했지만 언제나 마음속에는 품고 있었다. 나 홀로 여행에 대한 갈망을.

"소윤아, 시윤아 아빠 갔다 올 게. 보고 싶으면 전화 해?"
"네. 아빠 갔다 와여.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 하자여"

"여보. 고마워. 잘 갔다 올 게"
"그래. 연락해"

그렇게 아내와 아이들은 떠나갔다. 아니, 내가 떠나온 건가.

image_4516976801541316457607.jpg?type=w580 잘 가. 여보. 얘들아


화정터미널은 여기 진짜 터미널이 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코딱지만 했다.

IMG_1794.jpg?type=w580 다음에는 광주로 가볼까


예상 소요시간은 3시간이었다. 운전석 뒷자리를 예매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아서 아주 편히 있을 수 있었다. 한 숨 자고 일어났을 때 여전히 광주(경기도)였다. 서울을 빠져나올 때쯤 차가 많이 막히고 있다는 걸 잠결에 느꼈다. 2시간쯤 달리고 나서 횡성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보통 15분 정도 쉬고, 버스 화면에도 15분 휴식이라고 안내가 나오고 있었는데 기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 10분 쉬고 50분에 출발합니다."

일단 화장실부터 다녀오고 핫도그를 하나 샀다. 오늘 나의 첫끼. 아내가 터미널에 데려다주면서 바나나 먹을 거냐고 물어봤지만 거절했다.

"아니. 그런 걸로 내 위장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IMG_1796.jpg?type=w580 마음이 좋으니 소스도 예쁘게 뿌려지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쫓겨 우걱우걱 입에 쑤셔 넣었다. 목이 말라서 급히 생수를 하나 사서 다시 차에 올라탔다. 버스 안 TV에서 'SBS 좋은 아침'이 나오고 있었다. 순간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내가 여기서 저걸 보고 있다니'

주제가 김치였는데 어떤 요리 연구가 같은 분이 나와서 김치 요거트를 만들었다며 시식하고 있었다. 맛있는 김치를 왜 저렇게 못 살게 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바깥 풍경과 점점 강릉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표지판들을 보며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강릉에 도착했다.

IMG_1797.jpg?type=w580 카카오맵에게 자리를 내어준 관광 안내도


강릉을 선택한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지도 보면서 고민하다가 여수나 순천은 너무 멀 것 같고 청주나 충주 이런 데는 바다가 없어서 아쉬웠고. 그렇다고 서해 바다는 또 싫고. 너무 멀지 않고 바다도 있는 곳의 절충안이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예매했는데 따로 이름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혼자 잘 거니까 가격, 위치만 고려했다. 물론 너무 더럽고 허름해 보이는 곳은 피하려 했지만 그런 곳은 거의 없었다. 혹시 조금 일찍 체크인해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전날 손님이 없어서 가능하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서 캐리어부터 던져놨다. 숙소는 일반 빌라 같은 곳의 2층 집이었다. 그중에 방 하나를 내가 쓰는 거고.

IMG_1798.jpg?type=w580 아내랑 와도 좋겠다
IMG_1799.jpg?type=w580 떠날 때까지 이용할 일 없을 듯한 식탁
IMG_1800.jpg?type=w580 마찬가지로 사진에만 남을 듯한 거실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사장 아저씨가 들어오셨다. 원래 아주머니가 오셔야 하는데 몸이 조금 안 좋아서 본인한테 가보라고 하셨다면서. 이것저것 안내사항을 말씀해주시고는 끝에 한마디 덧붙이셨다.

"저기 옆 방에는 혼자 여행 오신 여자분이 계시는데요. 아하하하. 뭐. 여자. 혼자. 아하하하. 그런 거는 알아서 조심해주시고. 아하하하하"

아저씨, 저도 애가 둘인 아빠예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아저씨에게 요즘 언어를 하나 알려 드리고 싶었다. TMI.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했다. 걸치고 온 가디건은 가방에 넣고 숙소를 나섰는데 현관 앞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가디건 속에 없었던 셔츠가 좀 커서 영 구렸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아무튼. 물론 옷걸이가 문제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덜 추레해 보이도록 다른 셔츠로 갈아입고 나왔다.

숙소 바로 앞에 [봉봉방앗간] 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옛날에 방앗간으로 쓰던 공간을 카페로 개조한 곳이었는데, 오기 전에 강릉에 대해 찾아보니 유명한 카페인 듯했다. 커피를 한 잔 사서 움직이려고 들어갔다. 오. 괜찮았다. 분위기도 맛도. 직접 로스팅을 하는데 로스팅 공간도 굉장히 컸다. 커피는 핸드드립만 판매했다. 마감시간은 저녁 6시 30분이라고 쓰여 있었다. 따로 쪽지를 붙여 놓으신 걸 보니 매번 바뀌는 듯하다.

IMG_1810.jpg?type=w580 인스타매니아들이 좋아할 것 같은 비주얼
IMG_1807.jpg?type=w580 죽었다 깨어나도 내게는 없을 감각
IMG_1804.jpg?type=w580 노트북 펴고 뭔가 하던 내 또래 남자. 육아일기 쓰시나
IMG_1803.jpg?type=w580 소윤이 시윤이랑은 절대 못 올 곳
IMG_1809.jpg?type=w580 인스타 구도로 찍은 커피


첫 목적지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주문진으로 정했다. 바다가 보고 싶었고 항구가 보고 싶었다. 열심히 카카오맵을 들여다보며 버스 정류장과 노선을 찾았다. 버스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왔다. 50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코에 감기는 바다 내음이 굉장히 기분 좋았다. 굉장히 생기가 넘치는 항구였다. 배는 계속 드나들고 비닐 앞치마를 두른 어부들은 계속 일하고. 일단 한 바퀴 쭉 돌아보는데 건어물 가게가 참 많았다. 호객행위도 참 많았다.

"삼촌. 건어물 안 필요해? 싸게 줄 게"
"삼촌. 들어와서 보고 가"
"삼촌. 오징어 만 원. 만 원"

삼촌으로 정립된 나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하긴 나오기 전에 확인한 나의 행색으로는 아저씨라고 불려도 모자람이 없었지. 배 위에서, 배 아래에서 바삐 일하시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단함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어두웠다. 여행객인 나에게는 서늘한 바다 바람도, 짠 바다 내음도, 비릿한 생선 냄새도 다 낭만이지만 그분들에게는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현실일지도 모르니까. 여행객의 설렘이 지나치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관찰하고 사진을 찍었다.

IMG_1814.jpg?type=w580 저 물고기 조형물이 생각보다 멋있었다
IMG_1813.jpg?type=w580 큰 배, 작은 배 종류가 다양했다
IMG_1822.jpg?type=w580 다들 힘들어 보이셨다
image_9639174571541221467298.jpg?type=w580 난 게를 좋아하지 않아 감흥은 없었다
IMG_1819.jpg?type=w580 수산시장 안 쪽
IMG_1833.jpg?type=w580 나는 피둥피둥 찌는데 너네는 말라가는구나


한 바퀴 휙 둘러보고 나서 들어갈만한 식당을 찾았다. 먹을만한 메뉴는 어차피 정해져 있었다. 물회나 곰치국, 황태해장국처럼 1인분 주문이 가능한 것들. 파는 메뉴나 가격이 다 비슷해서 오히려 더 결정하지 못했다.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한 곳을 택했다. 길 모퉁이에 있는 가게였는데 아무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만 고민하고 아무 데나 들어가자'는 마음의 소리가 마침 들려서. 그리고 일체의 호객 행위가 없었다.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콧수염, 턱수염도 하얗게 기르신 남자 사장님과 아내 분으로 추정되는 여자 사장님 두 분이 운영하고 계셨다. 가게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내가 들어가자 여자 사장님은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말하셨다.

"삼촌 물회 드셔야겠네"

그러자 남자 사장님이 여자 사장님에게 뭐라고 하셨다.

"아, 일단 메뉴판을 갖다 드려야지"

남자 사장님의 말투에는 경상도 억양이 묻어 있었다. 어차피 물회를 먹을 생각이었으니까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시킬까 하다가 가져다주시니 들춰보기는 했다. 물회도 종류가 세 가지였다. 가자미, 쥐치, 오징어.

"가자미 물회 하나 주세요"

여자 사장님께서 조금 전처럼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쥐치도 맛있는데, 쥐치 드셔. 쥐치"

마찬가지로 남자 사장님이 또 나무라셨다.

"아니, 가자미 드려. 가자미"

어차피 세 가지 생선의 맛의 차이를 구분할 만큼 물회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았기 때문에 사장님의 손에 맡겨 드렸다.

"그냥 아무거나 주세요"

음식을 기다리며 가게 안을 둘러보는데 산에서 찍은 사진이 벽면에 여러 개 붙어 있었다. 산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내가 봐도 우리나라 산이 아닌 해외의 험준한 산 같아 보였다. 남자 사장님의 젊은 시절 같았다.

물회가 등장했다.

IMG_1821.jpg?type=w580 밑반찬도 다 맛있었다


양이 엄청 푸짐했다. 생각해보니 물회를 먹어본 적이 생각보다 없었다. 싱싱하고 맛있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이 물회를 여기서 혼자 먹고 있다니'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게 가당키나 한가 하는 생각을 할 때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에게 심경을 전했다. 아내는 돈 생각하지 말고 마음껏 먹고, 놀다 오라고 했다. 얼른 아내의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봐야겠다.

조용한 가게에서 혼자 먹다 보니 좀 심심했다. 구경할 사람도 없고. 남자 사장님은 TV를 보고 계셨다. 채널은 TV조선이었다.

"사장님. 젊었을 때 산에 많이 다니셨나 봐요"
"아. 그럼요. 많이 다녔죠"
"사진 보니까 우리나라가 아닌 것 같은데"
"예. 맞아요. 다 뭐 칠천 미터, 팔천 미터 되는 곳들이에요"
"아. 정말요? 그럼 아마추어 수준은 아니시네요?"
"그럼요. 일반인 하고는 달랐지"

사장님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슨무슨 산악협회 회장, 무슨무슨 구조대 대장, 어느 어느 단체의 전문 산악인 교육 담당 강사를 하셨다고 했다.

"뭐. 홍길이. 영호. 이런 애들 다 나한테 배우고 그랬지요"
"아. 진짜요? 잘 아시겠네요?"
"잘 아는 정도가 아니지. 새까만 후배들이니까"

허풍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붙어 있는 사진의 산들이 정말 멋있었으니까. 산 이야기가 끝나자 자연스레 TV에 나오는 이야기로 주제가 옮겨 갔다. 시사프로그램이었는데 마침 어린이집 비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당신의 처제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데 정직하게 운영해도 충분히 이익이 나고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데 욕심을 내서 그런 거라며 분개하셨다. 어떻게 사과 하나로 20-30명을 먹이고, 애들을 때릴 수가 있냐면서. 당신도 장사하시지만 도매로 떼어 오면 충분히 남는다고 하시면서. 먹고 있는 물회가 유난히 더 싱싱해 보이고, 정직해 보였다.

어린이집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주로 사장님이 말씀하셨지만)는 서서히 방향을 바꿔 정치 쪽으로 흘렀다. 대북 문제, 경제 정책, 4대강 정책 등 광범위한 주제를 넘나 드셨다. 연세를 여쭸을 때 71세라고 하셨는데 그 연배의 분들이 그런 주제로 이야기하실 때, 보통 상상하게 되는 그런 모습보다는 훨씬 매너도 있으시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나에 대해 조심하는 모습도 보이셨다. 세월에서 묻어 나오는 통찰도 있으시고. 점점 흥분하시며 경상도 억양이 더 또렷해질 무렵, 물회가 바닥이 났다.

"사장님. 잘 먹었습니다"
"그래요. 조심히 가요"

들어갈 때는 몰랐는데 나오면서 사진 찍으려고 보니 가게 이름을 참 기가 막히게 지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IMG_1827.jpg?type=w580 마초 산악인의 바다 횟집


밥 먹고 나와서 또 한참을 항구에 앉아 풍경을 감상했다. 마땅히 앉을 곳이 없어서 바닥이나 다름없는 낮은 턱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기도 하고.

IMG_1828.jpg?type=w580 정드니 이별이구나


다음 목적지는 안목해변이었다. 정확히는 안목 카페거리. 강릉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강릉 하면 커피가 따라붙었다. 그 대표적인 곳으로 안목 카페거리가 검색됐고. 버스를 타고 안목으로 이동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였다. 난 카페거리라고 해서 정말 거리 자체가 특색 있거나 아니면 카페 다운 카페가 좀 많을 줄 알았는데. 그냥 해변이었다. 울산에서 봤던 일산해변, 부산에서 봤던 해운대 해변. 카페도 2, 3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카페들이 대부분이었다. 차라리 낮에 잠시 거닐었던 숙소 주변에서 봤던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더 나아 보였다. 밤바다를 거닐었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카페 한 곳에 들어갔다. 노트북을 펴서 일기도 쓰고 사진도 정리하고 그랬다. 커피 맛은 그냥 커피 맛이었다.

IMG_1837.jpg?type=w580 그래도 바다는 바다다
IMG_1839.jpg?type=w580 보사노바 풍 음악도 별로 안 좋아한다


점심으로 먹은 물회가 꽤 든든해서 막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포장을 위주로 하는 가성비 좋은 횟집이 있다는 걸 어느 강릉 현지인의 포스팅에서 봤다. 숙소로 가는 길에 들러서 광어(小)를 포장했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오늘은 회 파티네. 출발할 때만 해도 배가 안 고팠는데 숙소에 도착할 때쯤 때니 또 배가 고파졌다. 이 놈의 위장은 도무지 쉬지를 않는구나. 횟집에서 나오면서 바로 옆 마트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저씨가 말해준 다른 여자분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먼저 들어가 있는 편이 낫다. 회는 싱싱하고 질이 좋았다. 맛있었다. 나중에 언젠가 강릉에 여러 사람과 함께 오게 된다면 어쭙잖은 횟집에 가서 비싼 돈 들여 먹느니 이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TV는 없어서 노트북으로 라디오스타를 보며 회를 먹었다.

IMG_1840.jpg?type=w580 13,000원의 행복


다 먹고 나서 밤바람이나 좀 쐬려고 바깥에 나갔을 때, 아내에게 전화가 와서 한 30분을 통화했다. 주말 같은 경우는 아내랑 카톡 한 통도 주고받지 않을 때도 많은데 (계속 붙어 있으니까) 카톡도 끊이지 않고, 통화도 오래 하고. 연애시절이 기분 좋게 떠올랐다. 아내랑 통화를 마치고 방에 들어갔다. 다른 방 여자는 내가 회 먹을 때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렸다.

'괜히 조심하게 되고, 불편하구만'

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그저 불편이지만, 불편에 불안까지 떠안고 있을 그 여자가 더 피곤하고 두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는 놈하고 같은 공간 안에, 발로 뻥 한번 차면 부서질 것 같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려면 무섭기도 할 거다. 똑똑 두드려서 나 선량한 사람이에요 설명해줄 수도 없고.

아내가 구글 포토에 공유한 애들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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