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금)
소윤이의 열은 하루만에 다 떨어졌다.
"소윤아. 괜찮아? 안 힘들어?
"네. 안 힘들어여. 하나도 안 힘들어여"
다행이었다. 아내에게도 수시로 소윤이의 상태를 물었는데
"전혀 아픈 거 같지 않다"
면서 오히려 너무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마침 휴가 기간이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낮에 집에 오셨다. 모두에게 선물이었다. 아내에게도, 소윤이이게도, 시윤이에게도, 서윤이에게도. 평소에는 혼자 오시던 장모님도 장인어른이 함께 계셨으니 훨씬 덜 힘드셨을 거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후 6시쯤 장인어른과 함께 세차장에 다녀왔다. 아내의 말로는 집에 돌아오는 소윤이와 시윤이의 얼굴이 무척 밝았다고 했다. 세차장에서 엄청 재밌었던 것 같다며. 장인어른은 죄인이 되어 돌아오셨다고 했다. 장인어른이 바깥에서 세차를 하는 동안 소윤이와 시윤이는 차 안에 있었는데 모기가 한 마리 동승했는지, 소윤이와 시윤이를 사정없이 뜯어 먹었다. 얼굴에 물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지만 팔과 다리에 무수히 많은 모기의 흔적이 남았다.
"아이고. 할아버지가 죄인이다. 괜히 데리고 가서"
라고 진심으로 자책하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굳이 따지자면 얼굴에 한 방 보다는 팔, 다리에 대여섯 방이 차라리 낫다고 여겨서 괜찮았는데(아내는 아닌가?).
퇴근했을 때는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가시고 안 계셨다. 아내는 분주하게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시간쯤이면 자주 보이는, 마지막 바퀴만 남은 장거리 육상 주자 같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지쳐 보였고, 마지막 힘을 쥐어 짜고 있었다.
"소윤아, 시윤아. 부지런히 먹어"
"왜여?"
"아빠는 이제 교회 가셔야 한단 말이야. 그전에 너희들도 빨리 씻고 그래야지"
이 무렵에는 서윤이가 배고픔과 졸림으로 인해 울 때가 많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겨야 하는 아내는 어쩔 수 없이 서윤이를 방치해야 하고. 서윤이의 울음은 격렬할수록 듣는 이의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약간 공황인 듯 혼란스러움을 유발하고. 내가 교회에 가기 전에 최대한 진도를 빼는 게 아내가 그 상황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더이상 지체하기 어려울만큼의 시간 동안 서윤이를 안고 있다가 내려 놓고 나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한창 씻고 있었다.
"여보. 갈게. 이따 봐"
"어, 여보. 잘 갔다 와요"
교회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와 예배를 마치고 돌아올 때의 시간상 공백은 한 3시간 정도다. 나갈 때는 그렇게도 정신이 없던 집이 돌아올 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평안함으로 가득 차 있다. 아내는 평안을 주관하는 시공간의 주인처럼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쥐고 카톡을 하고 있었고.
사실 아내도 그제서야 엉덩이 좀 붙이고 한숨 돌리는 거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집 엄청 깨끗하네'라는 느낌을 받는데, 그건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애들 재우고 나온 아내가 설거지도 하고, 잡동사니 정리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 밖의 '말끔한 느낌'을 결정하는 집안의 여러 '디테일'을 신경썼기 때문에 이룩한 영광의 결과다. 그러고 나서 겨우 소파에 앉은 거다.
(아, 물론 아닌 날도 꽤 많 아니 가끔 있다. 가끔. 아주 가끔.)
그마저도 얼마 가지 않아 꾸벅꾸벅 졸 때도 많다. 아내랑 영화라도 한 편 볼까 했는데 어영부영 시간이 너무 늦어졌다. 남들은 오늘만 사는 듯 불태우는 금요일이지만, 아내와 나에게는 한 주의 긴장이 탁 풀리고 나른해지는 금요일이다.
내일은 영화 한 편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