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3(목)
오늘도 시윤이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별것도 아닌 (본인에게는 '별것'일지도 모르지만) 걸 가지고 드러누워서 떼를 쓰고, 아내의 설득이나 권유, 훈육 등 일체의 소통을 거부하는 모습이었다. 아내는 울산의 친구들과 시윤이의 이런 모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 안아주는 게 좋겠다'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을 따라, 시윤이를 그냥 안아줬다고 했다. 아내가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아내에게 들은 시윤이의 태도 변화는 마치 '눈이 녹는' 모습이었다. 엄마의 품에 들어간 시윤이는 갑자기 보들보들해졌다.
매번 포옹과 수용으로 모든 잘못을 덮어주면 안 되겠지만, 반대로 모든 걸 규율에 적용시켜서 옳고 그름을 따져서도 안 된다. 모든 이론의 아쉬운 점은 말은 쉬운데 현장에 적용하면 만만하지 않다는 거다. 그래도, 사람은 대체로 나의 기준과 규율을 타인에게 적용시키기 좋아하고 그걸 못 지키는 이에게는 매서운 채찍질을 가할 때 다소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순전히 내 생각), 사랑하기 위해 힘쓰는 편이 결과가 더 좋다. 나만 해도 늘 의식하고 머리에 붙잡아 두지 않으면 사랑보다 규칙이 앞서게 된다. 상위 포식자의 규칙은 그 아래에 있는 누군가에게 매우 폭력적일지도 모른다는 걸 늘 기억해야 한다. 특히 부모, 자녀 사이라면 더욱. 천사가 쓰는 아름다운 언어를 쓴다고 해도 사랑이 없으면 시끄럽기만 한 꽹과리 소리와 다를 바 없다는 성경의 표현을 매일 떠올려야 한다. 이것도 늘 마찬가지지만, 나한테 하는 얘기다. 언젠가 자녀를 낳아서 키울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고.
어쨌든 시윤이는 '사랑과 관심, 특히 엄마 품이 고픈' 상황에 처한 처지이니 때로는 사랑을 더 많이, 진하게 해 줘야 한다는 게 아내와 나의 결론이었다. 뭐 그동안 모르는 바는 아니었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고 의지를 세우는 거다. 이렇게 해도 막상 내일이 돼서 개미 오줌보다도 작은 이유를 가지고 울고불고 떼를 쓰는 걸 보면, 또 화르르 타오를지도 모르지만.
소윤이는 어제 낮잠의 효과가 아주 좋았다. 아침에 눈이 떠졌는데 낮잠이 자기 싫어서 더 자기 위해 노력했고,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9시 정도까지 잤다.
"여보. 어제 낮잠 재운 건 여러모로 잘 했다"
아내가 만족스러운 평을 냈다.
낮에는 장모님이 오셨다고 했다. 장인어른도 퇴근길에 들르셨다가 내가 퇴근하기 전에 파주로 돌아가셨다. 아내는 장모님이 고기를 사 주셨다면서 저녁에 그걸 먹자고 했다. 애들은 간단히 먹여서 재우고.
아내가 애들을 재우는 동안 난 고기를 구웠다. 고기를 다 구웠을 때쯤 아내도 방에서 나왔다. 삼겹살 만찬을 즐기기에는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때 시윤이 얘기도 하고, 오늘 하루 얘기도 하고 그랬다.
내일은 드디어 금요일이고, 다음 주 월요일에도 쉬니 힘내자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