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가족의 잠자리

20.08.15(토)

by 어깨아빠

(내) 아빠의 생신을 기념하는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신림동에서 모이기로 했다. 서윤이가 오랜만에 새벽에 여러 번 깼다. 아내는 당연히 잠을 설쳤고, 나도 푹 자지는 못했다. 피곤함을 안고 주말을 시작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시윤이는 신림동에 가는 내내 푹 자는 것으로 낮잠을 대신했다. 소윤이는 당연히 자지 않았고.


서윤이는 이제 낯가림이 좀 생겼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낯선 곳에 가거나 낯선 사람에게 안기면 금방 울음이 터진다. 아내 말로는 배고프거나 졸릴 때 우는 거 하고는 다르다고 했다. 신림동에 도착해서 바로 할아버지 품에 안겼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넘겨졌지만) 아주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할머니 품에 가도 마찬가지였다. (내) 엄마, 아빠가 서윤이를 본 건 한 달 만이었다. 잠시 내가 안고 달래면서 (나나 아내에게 안기면 바로 울음을 그치는 걸 보면 정말 낯을 가리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신기하다. 얼굴을 확인하고 안기는 것도 아니고, 서윤이의 시선에서는 고작 어깨 정도 보일 텐데. 어떻게 구분을 하지?) 시간을 줬다. 그러고 나서는 곧장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도 잘 안겼다. 웃기도 잘 하고.

서윤이가 적응을 마치고 나서는 특별히 내가 할 일이 없었다. 내 몸이 안방의 침대를 향해 가고 있었고, 어느새 누워 있었다.

"아빠아. 왜 누어떠여엉. 이여나여엉"

"그냥 잠깐 누운 거야. 시윤이도 이리 와"

"시더여엉"

누워서 휴대폰이라도 좀 보려고 했는데 10분도 안 돼서 두 번이나 이마에 떨어뜨렸다. 그렇게 잠들었다.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 되어서 누군가 날 깨울 때까지 아주 달콤하게 낮잠을 잤다.

바닥에 앉아서 먹는 식당이었다. 서윤이를 위해 (혹은 우리를 위해) 누보백을 가지고 갔지만 거의 쓰지 못했다. 눕히자마자 우는 바람에 처음에는 내가 안고 있다가 나중에는 (내) 엄마가 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아내가 아기띠를 했다. 그래도 전쟁통 같은 식사 시간은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서 케이크에 초를 꽂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케이크를 먹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 의식'을 치르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동영상으로는 아름답게 남았다. 소윤이는 할아버지를 위해 편지도 썼지만 요즘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할아버지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 뭐 이 정도의 내용을 쓰고 나면

"엄마. 그런데 할 말이 없어여"

라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시윤이는 무려 세 장이나 썼다. 보기에는 곡선의 무질서한 배열이 난무하는 낙서였지만, 작가 본인(시윤이)은 토끼, 호랑이 등의 제목을 확실하게 붙였다. 할아버지는 손주들의 편지와 그림에 최대한 성의껏 반응해 주기 위해 애를 쓰셨고.

모든 순서를 마치고 모두 케이크에 달려들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언제나처럼 최전방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케이크 두 개가 있었어도 다 먹었을 듯한 기세였다. 밥 먹을 때는 그렇게 조심해서 흘리지 먹으라고 해도 마구잡이로 흘리는 시윤이가, 폭신폭신해서 조금만 균형을 잃어도 떨어뜨리기 쉬운 케이크는 흘리지도 않고 입으로 잘도 가지고 갔다.

밤이 되자 소윤이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한숨도 안 자는 게 자주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피곤하지 않은 건 아니다. 본인은 아무리 아니라고 얘기해도 표정과 몸짓에서 다 드러난다. 차에서 꽤 오래 잔 시윤이도 피곤해 보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나의 엄마, 아빠)는 오랜만에 왔는데 취침 시간을 좀 늦추지 그러냐고 얘기했지만 시윤이와 특히 소윤이의 건강을 위해 양해를 구했다.

"소윤아, 시윤아. 지금 8시 30분인데 30분만 더 놀고 씻고 자자. 알았지?"

난 9시쯤 잠깐 친구를 만나러 집 앞에 나갔다 왔고, 집에 왔을 때는 소윤이와 시윤이, 아내까지 다 자고 있었다. 아내는 잠깐 깨서 거실로 나왔지만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양치만 하고 다시 들어갔다. 나는 조금 더 앉아서 엄마랑 동생네 부부랑 얘기를 나누다 들어갔다.

방에 누울 자리가 없었다. 모두 젓가락처럼 곧게 누워서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자면 딱 다섯 명 정도 누울 수 있었지만 나와 소윤이, 시윤이는 특히 굴러다니며 자는 유형이라 이미 내가 누울 자리가 없었다. 잠자리를 가리는 편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사랑하는 가족들의 발밑에 자리를 잡았다. 이불도 상체까지만 유효하고, 하체는 맨바닥의 감촉이 느껴지는. 다섯 식구가 된 걸 새삼 실감했다. 요즘은 집에서 잘 때도 방이 좁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음에 신림동에 와서 잘 때는 뭔가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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