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아빠의 특권

20.08.16(주일)

by 어깨아빠

원래 10시 30분 예배를 드릴 생각이었는데 그다음 시간 예배인 12시 10분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아내와 내가 너무 늦게 일어났다. 신림동에 가면 항상 비슷하듯 소윤이와 시윤이는 진작에 아침까지 먹고 난 뒤였다.


소윤이가 엄청 깼다. 인기척이 느껴져서 자다 말고 눈을 떠서 보면 아내가 벽에 기대 서윤이를 안고 있는 게 보였다. 여러 번. 그중에 한두 번은 젖을 물리고 있기도 했고.


"아, 서윤이 엄청 깼어. 피곤하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이제 한번 수면 시간이 바뀔 때가 된 건가. 나도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직접 나서서 재우지는 않았으니, 서윤이의 때아닌 기상으로 인한 피곤은 온전히 아내의 몫이었다. 어느 정도 해가 밝고 나서는 세 녀석 모두 거실로 나가긴 했다.

소윤이랑 시윤이도 꽤 일찍 일어났다고 하더니 시윤이는 교회 가는 차 안에서 잠들었다. 아내도 설친 잠을 보충하려고 마음을 먹었는지 차에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아니면 감겼든가).

오늘은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예배를 드렸다. 소윤이는 새싹꿈나무 예배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코로나가 다시 너무 심해져서 엄마, 아빠랑 드리는 게 좋겠다고 잘 설명했다. 슬픈 일이다. 코로나 때문에 안 된다고 설명하는 것도, 그 설명을 듣고 납득하는 것도. 소윤이는 예배 중간에 막 졸았다. 소윤이가 낮에 예배를 드리다 존 건 처음이었다. 엄청 피곤했나 보다.

"소윤아. 그냥 아빠한테 기대거나 누워서 편히 좀 자"

"아니에여. 괜찮아여"

그 와중에도 자는 건 싫다고 하면서 계속 꾸벅꾸벅 졸았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기도 했고 오후에는 약속이 있어서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도 않았다. 점심은 간단히 먹기로 하고 빵을 샀는데, 차라리 밥을 먹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탐욕스러운 양이었다. 놀라운 건 그걸 거의 다 먹었다.

집에서 잠시 쉬다가 함께 처치홈스쿨 하는 교감 선생님 집에 갔다. 애들은 놀고 어른들은 회의하고. 아예 저녁까지 먹고 왔다. 그러다 보니 꽤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왔는데, 습관처럼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이 아쉬워지다가 깨닫곤 했다.

'아, 맞다. 내일 회사 안 가지'

세상에 이렇게 부담 없는 주일 저녁이라니. 아내랑 영화라도 한 편 볼까 했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금방 자정이 넘어버렸다.

아까 신림동에서 아침 먹을 때 소윤이와 시윤이가 명란젓을 잘 먹었다면서 엄마가 명란젓을 싸 줬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명란 계란밥을 미리 주문했다. 점심에는 비빔국수를 예약했고.

"아빠. 내일 아침은 명란 계란밥 해 주고, 점심에는 비빔국수 먹자여"

"그래. 아빠가 해 줄게"

애 셋이랑 함께 보내는 휴일은 결코 휴(休)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아니다. 대신 아빠가 만든 투박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딸과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을 수 있는 특권은 누릴 수 있다.

(아침잠을 내줘야 하는 게 제일 뼈아프다. 뼈를 내주고 살을 얻는 기분은 착각이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