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1(금)
야근을 각오하며 출근했다. 아내에게도 미리 얘기했다.
"금요일에도 야근할 거 같은데 모르겠네"
오늘도 아이들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역시나 이것도 야근의 복선이가 싶기는 했지만 야근은 야근이고 일단 아침에 잠깐이라도 애들 얼굴 보는 게 어디냐 싶었다. 짧아도 너무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래야 그리움이 깊어지는 법이다. 삼촌이나 고모, 이모가 엄마, 아빠보다 너그럽고 포용력이 큰 건 언제나 '아쉬울 때 이별'을 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가끔 하는 명언이 있다.
"여보. 애들 보고 싶은 게 어떤 느낌이지?"
감사하게도 야근은 없었다. 아내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대신 낮에는 정신없이 바빠서 연락을 주고받기가 어려웠다. 퇴근하기 1-2시간 전쯤 돼서야 연락을 했다.
"여보. 오늘 잘 지냈어? 애들은 괜찮았고?"
"어, 뭐 그냥저냥"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라는 아내의 절제가 느껴졌다.
소윤이가 간장비빔국수를 먹고 싶다고 해서 저녁 메뉴는 그걸로 정했다. 아내는 내가 점심때 짜장면 먹었다는 걸 알고는 밥 종류로 변경하려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시윤이는 콩국수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한살림에 들러 콩국물을 사 갔다. 콩국물에 넣어 먹을 꽈배기까지(회사 사람 몇 명에게 콩국물에 꽈배기를 넣어 먹는 걸 말했더니 '괴식'인 듯한 반응을 보였다. 경주에 가면 팔아요. 심지어 맛있음).
소윤이랑 나는 비빔국수, 아내와 시윤이는 콩국수. 콩국물에 꽈배기는 다 함께. 시윤이는 커다란 그릇을 두 손으로 들고 연신 콩국물을 들이켰다. 행동과 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정말 맛있어서 그렇게 먹는 거였다.
"엄마. 콩국수를 보니까 갑자기 콩국수가 먹고 싶어져여"
소윤이는 콩국수를 고르지 않은 걸 다소 후회하는 눈치였는데 결국 비빔국수도 아주 깨끗하게 먹었다. 꽈배기는 말할 것도 없었고.
오늘도 서윤이는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저녁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나는 그랬고, 나머지 식구는 한창 식사 중이었다) 울길래, 급히 식사를 마치고 안아줬다. 그 상태로 아내와 아이들이 자러 들어갈 때까지 계속. 물론 이 시간에는 서윤이 기분이 좋을 때가 별로 없다. 그래도 괜찮다. 아무리 울고 또 울고 계속 울어도.
아내는 하루 종일 바깥바람 한 번 쐬지 못했다. 애들도 마찬가지였고. 애들을 재우고 나온 아내는 바람도 쐴 겸 나가서 커피를 사 오겠다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날은 차라리 출근이 낫다 싶기도 하다. 어쨌든 난 집 밖 공기를 충분히 마셨으니까.
커피를 사러 나간 아내는 모닝빵도 함께 사 왔다. 거기에 집에 있던 크림치즈를 발라서 먹었다. 모닝빵인데 이브닝에 꽤 헤비 하게 먹었다. 그래, 오늘은 하루의 마무리이기도 하고, 한 주의 마무리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