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2(토)
꼼짝없이 집에만 머물렀다. 온 나라가 코로나 때문에 난리였다. 마치 점점 숨통을 조여 오는 듯, 점점 가까운 곳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멀어지는 대신 가족적(?)으로는 가까워지니 좋은 건가.
소윤이와 시윤이는 하루 종일 이런저런 역할극을 하며 놀았다. 둘이 부부 사이도 됐다가 부모, 자녀 사이도 됐다가. 둘의 역할극에 빠지지 않는 소품이 있었다.
"여보. 마스크 해야지"
"아, 맞다아. 마즈끄"
슬프고 참혹한 코로나 세대의 현실이다.
요즘 나에게 주말이 주는 가장 큰 기쁨이자 즐거움은 서윤이의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을 함께하는 거다. 긴 밤잠을 마치고 일어나자마자. 내 배 위에 올려놓으면 침을 주룩 흘리면서 날 빤히 쳐다보는데 눈만 마주쳐도 배시시 웃음을 짓는다. 거기서 조금 움직임을 줬더니 깔깔대며 웃기까지 했다. 시윤이랑 부지런히 노느라 방과 거실을 들락날락하는 소윤이에게 괜히
"소윤아. 소윤이도 이럴 때가 있었는데. 아빠가 엄청 많이 안아줬는데"
라고 말을 건넸다. '너에게도 이런 따스한 사랑만을 받던 과거'가 있었다는 걸 알려주려고. 혹시라도 '왜 서윤이만 저렇게 좋아하실까'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루 종일 집에 있기는 했는데 마냥 한가로운 건 아니었다. 처치홈스쿨 온라인 모임이 있어서 그걸 준비해야 했다. 아침부터 그거 준비하고 오후에는 거의 세 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모임하고. 그렇다고 아내와 둘이 오붓하고 조용하게 보내는 게 아니라 애 셋과 함께하는 전쟁통 같은 상황에서 지내는 것이니, 기본으로 획득하는 피곤치라는 것도 있고.
그래도 애들한테 고마웠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오히려 미안하기도 했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려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은데 그래도 둘이 제법 잘 놀았다. 아내와 나를 크게 힘들게 하지도 않았고. 서윤이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기억에 엄청 각인될 만큼 힘들거나 어려운 일은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
아내의 보통날이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은 애들 어땠어? 괜찮았어?"
라는 나의 질문이 얼마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가를 깨달았다. 괜찮았다고 하기에는 뭔가 힘들긴 한데 그렇다고 콕 집어서 이런 게 별로였다고 하기에는 또 애매하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또 아니고, 행복하긴 행복하다. 다만 힘들 뿐이다.
하긴. 많은 걸 하긴 했다. 삼시 세끼 챙겨 먹여, 중간에 간식도 챙겨 먹여, 팥빙수도 만들어 먹여, 이것저것 요구 사항 들어줘, 중재자도 됐다가 훈계자도 됐다가.
처치홈스쿨 모임을 마치고 저녁을 사러 나갔다. 잠깐이라도 바깥공기를 느끼기 위해 굳이 바깥 음식을 먹기로 했다. 그마저도 차에서 내리지는 않았다. 아내만 잠깐 내리고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 나는 계속 차에 머물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외출이었다.
"아빠아. 내이은 어디야도 똠 가다여엉"
"그러게. 아빠도 그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
"왜여어? 코오나 때문에?"
"어, 맞아.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아빠아. 코오나가 빠이 끝나뜨면 도케떠여엉"
"아빠도 그래"
세 명을 모두 재우고 나온 아내와 나는 무척 피곤했다. 이상할 만큼.
"아우 여보 왜 이렇게 피곤하지"
"여보도 그래? 나도"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왜 피곤하지"
"하루 종일 쉰 게 아니어서 그래"
"그런가. 엄청 피곤하다"
오랜만에 아내도 나도, 자정이 되기 전에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