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3(주일)
오늘도 어제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다른 게 있었다면 주일이라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는 정도. 이제 소윤이랑 시윤이도 지금 대한민국이 '어디 나가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걸 안다.
"하아. 아빠. 어디라도 나가고 싶어여"
"그치? 그러게. 아빠도 그러네"
"코로나는 언제 없어져여?"
"글쎄"
"아빠아. 우디 어디라도 나가자여어. 네에?"
"안 돼"
"왜여엉? 코오나 때문에?"
"응"
답답해서 나가고 싶은 마음도 안쓰럽고, 먼저 설명하지 않아도 왜 나가지 못하는지 알고 있는 건 더 안쓰럽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제처럼 다채로운 역할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역시나 마스크는 빠지지 않았고. 크기가 맞지 않아 할 수 없는 옛 마스크는 무릎에 차더니 무릎 보호대라고 했다.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 싶은 마음의 표현인가. 아내가 따져보더니, 애들은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집과 차를 제외한 다른 공간에는 거의 간 적이 없는 거라고 했다.
어제 일찍 자고 오늘 꽤 늦게 일어났는데도 피곤했다. 애들은 늦은 아침을 먹었고 아내와 나는 예배드리고 먹은 점심이 첫 끼였다. 점심 먹고 나서 서윤이랑 논다고 잠시 거실 바닥에 누웠는데 그때부터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말 잘 생각이 없었는데 왜 서윤이랑 붙어 있으면 그렇게 졸린 건지. 아니면 누워서 그런가. 아무튼 그럴 거면 차라리 방에 들어가서 편하게 30분 자고 나오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거실 한가운데 뻗어서 헤롱헤롱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쉬지 않고 뭔가를 하거나 시끄럽게 놀았다. 잠결에도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닌가 싶다가도 '그래, 저렇게라도 안 하면 어쩌겠나' 싶은 마음에 그냥 뒀다.
"아빠. 왜 또 자여"
정신 차리려고 소파에 앉았는데, 그래도 조는 나를 보며 소윤이가 말했다. 그러게, 아빠도 왜 그렇게 졸린지 모르겠네. 내 옆에서 서윤이를 안고 있던 아내도 졸았다.
마음 같아서는 애들 다 데리고 나가고 아내한테 좀 쉬라고 하고 싶었는데, 갈 데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아내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소윤이와 시윤이한테 얘기했다.
"소윤아, 시윤아. 오늘도 차에서만 있더라도 잠깐 나갔다 올까?"
"네"
"그래, 그러자 그럼"
"아빠. 어디 사람 없는데 가서 잠깐이라도 내리면 안 돼여?"
"어. 오늘은 좀 힘들 거 같아"
"왜여?"
"사람 없을만한 데가 어딘지 모르겠어.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위험해"
일부러 먼 곳으로 드라이브 삼아 커피를 사러 다녀왔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외출, 일상 탈출의 느낌을 주기 위해 나름의 수를 썼다. 항상 맨 뒷자리에 앉던 소윤이와 시윤이의 자리를 가운데로 바꿔줬다. 대신 서윤이를 맨 뒤에 앉혔다. 서윤이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언니랑 오빠도 살아야 하니까.
작은 변화에도 즐거움을 느껴주는 소윤이와 시윤이가 고마웠다. 정말 차에서 한 발자국도 내리지 못했지만, 창문 열고 바깥바람 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맨 뒷자리에 앉은 서윤이는, 잠깐 멈췄을 때마다 소윤이가 잘 있는지 확인해 줬다. 그래도 꽤 오랜 시간이었는데, 서윤이의 울음소리가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을 때쯤, 서윤이가 폭발했다. 졸려 보이길래 낮에 그랬던 것처럼, 평소에 아내가 자주 하는 것처럼 슬쩍 침대에 눕혀 놓고 나왔는데 어림없었다. '여태껏 혼자 두더니 또 혼자 두는 거냐'라고 항의하는 것처럼 악을 쓰며 울었다. 바로 다시 안았고, 그대로 저녁을 먹었다. 서윤이는 가만히 안겨서 엄지손가락을 쪽쪽 빨았다. 꼭 자는 것처럼 가만히 있길래, 확인해 보면 눈은 똘망똘망했다.
"아빠. 갑자기 자전거 타고 싶어여"
"아빠아. 더는 끽뽀도"
보통은 재우러 들어가면 누워서 기도를 하는데 오늘은 왠지 안고 기도를 해주고 싶었다(아내한테 애들을 재워달라고 부탁해서 방에 함께 들어가지 않기도 했고). 어제, 오늘 애들한테 '이렇게 못 나가고 집에만 있는데도 아빠가 출근하지 않는 게 좋냐'라고 여러 번 물어봤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 나도 모르게 그런 질문을 많이 했다. 진짜 궁금하기도 했고.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그럼여"
"왜?"
"그냥. 아빠랑 같이 있으면 좋져"
"시윤이는?"
"도아여"
"얼마나?"
"배깨 넘게"
이 대답이 듣고 싶어서 그랬나.
아내한테 애들 재워 달라고 부탁한 이유가 있었다. 영화나 한 편 보고 싶었다. 원래 어제도 그럴까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졸렸다. 오늘은 내일이 월요일이니 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재우러 들어간 아내가 한참 동안 나오지도 않고, 카톡에도 답이 없는 게 변수였다. 아마 잠든 것 같았다. 깨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요즘에는 그렇게 아침까지 자는 적도 별로 없기도 했고.
역시나 아내는 스스로 일어나서 나왔고, 우리는 영화를 봤다.
코로나 시대에 변하지 않은 건 월요일에는 어김없이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뿐이네. 이것도 감사해야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일상이다. 고작 출근도, 기껏해야 드라이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