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9(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새벽에 ‘깼던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어렴풋한 시간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했다. 완전히 정신을 차려서 방 안을 둘러봤을 때 소윤이와 시윤이는 없었다. 정신은 차렸지만 졸린 건 여전했다. 더 자야 했다. 눈치없는 방광은 계속 방이 꽉 찼다며 신호를 보냈고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는 한 번 가야 했다.
“어, 아빠 나오셨다”
“쉿”
“왜여?”
“아빠 다시 들어 갈 거야. 화장실 가려고 나온 거야”
“아, 그래여?”
“응. 시윤이랑 너무 시끄럽게 놀지 말고”
용무만 마치고 바로 방에 누웠다.
‘아, 주말인데. 애들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데 미안하네’
애들이 불쌍했다. 마음이 약해져서 거실로 나갔다.
“어? 아빠 왜 다시 나왔어여?”
“그냥. 소윤이랑 시윤이랑 같이 있으려고. 대신 아빠는 소파에 누워 있을게”
“그래여”
눕긴 했어도 다시 잠들지는 못했다. 그냥, 소윤이와 시윤이가 조금 덜 성가시게 했다 정도의 의미만 있었다.
아내는 아침 일찍 산부인과에 가야 했다(아, 넷째는 아니니까 걱정 마시고). 예약이 따로 없어서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기로 했다. ‘이제는 일어나야 되는데’ 정도의 시간이 되었을 때도 깨우지 않았다. 뭐 늦게 일어나면 늦게 가면 되니까. 아내의 기상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그냥 다 같이 가서 나랑 애들은 차에서 기다릴까?’
원래 아내만 잽싸게 갔다 오는 걸로, 어제 아내랑 이야기를 했었다. 어차피 애들도 다 일어난 마당에 그대로 차에 타서 함께 가면 그렇게 번거롭지도 않을 것 같았고 내가 운전해주면 아내도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건 다 핑계고, 아침 일찍부터 소윤이, 시윤이랑 있다 보니 아내 없이 서윤이까지, 혼자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게 꽤 부담스러웠다. 약간 겁이 나기도 했고. (아내에게는 일상인데)
아내가 일어나서 거실에 나오자마자 제안했다.
“여보. 그냥 우리 다 갈까?”
“여보랑 애들은 차에서 기다리고?”
“어. 그래야지”
아내만 얼른 다녀 오기로 했던 가벼운 외출은 다섯 식구가 총출동하는 무거운 외출로 바뀌었다. 외출하려던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아침 식사 준비도 따로 없었다. 급히 주먹밥을 싸서 챙겨 갔다.
아내는 병원으로 올라 가고 애들과 나는 지하 주차장, 차 안에서 기다렸다. 딱 애들 밥 먹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아내도 돌아올 거라고 예상했다.
[여보. 사람이 많네. 한 시간은 걸린다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주먹밥 먹여 주고도 한참 시간이 남았다. 그래도 어디 나가지 않고 그 안에서 놀며 (뭘 하며 놀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보냈다.
“아빠. 쉬 마려워여”
“하아”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인데 한숨이라니. 그러면 안 되기는 했지만 애 셋을 데리고 화장실까지 갔다 오는 건 생각만 해도 갑갑한 일이었다. 서윤이까지 안고 셋을 데리고 건물 1층으로 올라가서 화장실에 갔다. 소윤이, 시윤이 모두 오줌을 쌌다. 다시 차에 돌아와서 아내를 기다렸다. 아내는 정말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는 차 안에서 한 시간을 버텼다. 뭐 썩 지루해 하지도 않고 재미있게. 소윤이와 시윤이는 서로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랬으니까 괜찮았겠지만, 서윤이가 기특했다. 카시트에서 한 번을 울지도 않고. 울기는커녕 오히려 소윤이와 시윤이가 조금만 놀아줘도 큰 웃음을 돌려줬다.
병원에 다녀와서는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고, 오후에는 지인의 집에 갔다. 서윤이는 거기서도 완전 순둥이었다. 눕혀 놓으면 이리저리 뒹굴면서 혼자 웃고, 눈 마주치면 더 활짝 웃고.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울어서 안아주면 금방 잠들고. 눕히면 잠깐 눈을 떴다가 그대로 자고. 저녁까지 먹고 왔으니 꽤 오랜 시간이었는데, 서윤이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원래 오늘은 애들 빨리 재우자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집에 늦게 왔다. 소윤이와 시윤이 머리도 감겨줘야 했는데, 너무 피곤했다.
“여보. 오늘은 그냥 자고 내일 감겨 주자”
“그래”
아내는 애들을 재우다 같이 잠들었고, 중간에 깨서 나왔지만 거의 바로 다시 자러 들어갔다.
“여보. 너무 피곤하다”
“나도. 너무 피곤하다”
주말이라 쓰고 행복이라 읽지만 괄호치고 피곤이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