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화)
어제 자러 들어갔을 때 시윤이가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니 깨서 자기 자리로 가려고 했다.
“시윤아. 그냥 여기서 자도 돼”
그랬더니 다시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시윤이 얼굴과 손을 짚으며 잤다. 미세하게나마 열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의외로 푹 잤다. 서윤이가 몇 번 깼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방해도 덜 받았다. 일어나자마자 시윤이 이마를 짚어 봤는데 열이 떨어진 게 확실히 느껴졌다. 곤히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도 봤는데, 상태가 어떤지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그냥 피곤해 보였고, 안쓰러웠다. 혹시나 싶어 아내의 이마도 짚어 봤는데 다행히 열은 없었다.
아내와 서윤이는 조금 있다가 만났다. 서윤이가 깼고 아내가 데리고 나왔다. 배가 고픈 탓에 웃는 얼굴은 못 봤지만, 우는 얼굴이라도 보고 출근하는 것도 감지덕지였다. 아내의 두통은 어제처럼 극심하지는 않았지만 말끔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아내한테
“두통은?”
이라고 수십 번도 더 물어봤다(실제로 수십 번은 아니고 연락할 때마다 물어봤다는 말이다). 시윤이는 열이 떨어졌으니 더이상 걱정이 안 됐지만 아내의 두통은 진행형이었다. 돌아오는 아내의 대답도 비슷했다. 엄청 아프지는 않은데 개운치도 않다고 했다.
밤에는 처치홈스쿨 온라인 예배가 있어서 소윤이와 시윤이 낮잠을 재워야 했다. 소윤이랑 시윤이도 알고는 있었다. 소윤이는 요즘 “저는 낮잠 자고 일어나면 상쾌해서 좋아여” 라고 말하는 낮잠 예찬론자가 되었다. 물론 오늘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낮잠을 자는 일이 거의 없지만. 오늘도 오히려 시윤이는 낮잠을 자기 싫다고 궁시렁대며 들어갔고, 소윤이는 흔쾌히 들어갔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시윤이는 엄청 금방 잠들었고 소윤이는 꽤 걸렸다. 그렇다고 소윤이가 낮잠을 자지 않겠다는 태도였던 건 아니다. 소윤이는 타고나기를, 잠이 없는 아이로 태어난 거다.
아내가 애들이랑 방에 들어간 지 거의 한 시간만에 사진을 하나 보냈다. 셋 모두 잠든 사진. 우리 집 앞에서 공룡 화석을 발견하는 것만큼 희귀한 순간이었다.
“빨리 자유를 누려. 몸이 말이 아니라 힘들겠지만”
“서윤이가 언제 깰지 모른다는 거”
이 카톡을 나누고 딱 5분만에 다시 카톡이 왔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서윤이는 그렇게 아내의 흔치 않은 자유를 박탈했고, 그러고 나서도 계속 아내 껌딱지가 되어 아내 품을 떠나지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주 푹 자고 일어났고. 아내는 두통이 다시 심해지는 걸 걱정해서 (약간 그럴 기미가 느껴져서)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그래도 애들을 데리고 잠깐 장을 보러 다녀 오기도 했으니, 어제에 비하면 훨씬 호전된 거다.
퇴근하자마자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애들 저녁 챙기고, 먹이고. 서윤이는 업고 있었는데, 업혀 있어도 울었다. 졸렸나 보다. 어느샌가 잠들었다. 하긴, 평소 같았으면 1차 밤잠에 돌입할 시간이기는 했다.
온라인 예배는 9시 30분쯤 끝났다. 서윤이는 중간에 한 번 깼는데 아내가 바로 수유를 해서 다시 재웠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예배가 끝나고 나서야 잘 준비를 시작했다. 씻고, 옷 갈아입고. 오늘은 애들이랑 같이 방에 들어가서 잠깐 누워 있다가 나왔다. 소윤이랑 시윤이만 들여 보내는 게 왠지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잠들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둘 다 낮잠을 잤기 때문에 엄청 늦어질 거 같았고. 대신 10분만 누워 있다가 나오기로 했다. 소윤이에게도 약속을 받았다. 중간에 아빠가 나가도 슬프게 울지 않기로.
아무리 굳게 약속을 했어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면 그게 마음이 아니니. 한 20분을 누워 있었지만 역시나 쉽게 잠들지 않았다.
“소윤아. 아빠 나갈게. 잘 자고. 사랑해. 엄청 많이”
“아빠. 저도여. 엄청 사랑해여”
“시윤아. 아빠 나갈게. 사랑해. 엄청 많이”
“아빠아. 더도 땅만큼 배깨 넘게 따양해여어”
소윤이는 울지 않았다. 시윤이는 원래 이런 일로는 울지 않고. 대신 시윤이는 한참 있다가 오줌이 마렵다며 나왔다. 오줌은 거들뿐이었다. 개미오줌만큼 지려 놓고 다시 들어갔다. 한 번 나와 보고 싶었나 보다. 기특한 녀석. 열이 났는데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아내도 어제보다는 나아 보이는 건 물론이고 점점 정상인(?)이 되어 가고 있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우리 집의 아픈 기운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