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목)
서윤이가 이유식을 시작했다. 쌀가루로 끓인 미음을 고작 몇 숟가락 먹은 거지만 어쨌든 잘 먹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기특하고. 서윤이 미음 먹는 모습을 아내가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줬다. 소윤이 때도, 시윤이 때도 그랬다. 모유 말고 뭔가 더 맛있는 걸 먹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그때 보이는 다양한 표정이 궁금해서 그런가.
아직 먹는 법을 몰라서 흘리는 게 많기는 했지만 싫어서 뱉어내는 건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소윤이와 시윤이도 한 숟가락씩 얻어먹었다. 반응은 둘 다 비슷했다.
“으, 맛없다”
소윤이 때는 이유식 만드느라 엄청 고생한 기억이 있고, 시윤이 때는 이유식 때문에 별로 힘들지가 않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소윤이 이유식을 만들 때는 내가 꽤 많이 참여했고 시윤이 이유식 만들 때는 거의 아내가 전담했다는 말이다. 시윤이의 이유식 기간이 소윤이에 비해 훨씬 짧기도 했지만.
아내는 이유식 먹는 모습 말고도 목욕하는 모습, 자는 모습 등 다양한 서윤이 사진을 보냈다. 그걸 보고 아내에게 답장을 했더니 아내는 이렇게 얘기했다.
[진짜 여보를 만나고 나서 이런 리액션은 처음인 듯. 매번 진심이 가득한 리액션]
[에이 그건 아니다. 소윤이랑 시윤이 때도 솔직히 이 때는 다 이랬지. 물론 서윤이가 조금 더 진한 면이 없지 않지만]
[에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모르겠다. 그건 모르겠는데 아무튼 서윤이가 울면 뭔가 그냥 눕혀 놓는 게 잘 안 되고, 아무리 안고 있어도 힘들지가 않고. 그렇기는 하지.
아내는 답답해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바깥공기 한 번을 못 마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퇴근해서 상황을 보고, 밤 산책을 제안할까 싶었다. 저녁 먹으려고 막 식탁에 앉았는데 소윤이가 입을 뗐다.
“아빠. 우리 오늘 잠깐이라도 산책 갔다 올까여?”
“어? 그래? 엄마랑 얘기된 거야?”
“아, 엄마는 아빠랑 얘기해야 된다고 했어여”
소윤이가 낮에 아내한테 물어봤는데, 아내는 아빠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했나 보다. 아내가 싫었으면 (그럴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으면) 진작에 거절했을 거다.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했다는 건 아내도 나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래, 그럼 나가자. 그리고 너네 킥보드 타고 나가. 안 탄지 엄청 오래됐지?”
“아빠. 저는 자전거 타고 나가도 돼여?”
“자전거? 그냥 킥보드 타. 자전거는 너무 번거롭잖아”
“아, 그래도여. 안 탄지 너무 오래돼서 타고 싶어여”
“그래. 그럼 자전거 타”
서윤이는 아내 등에 업혀서 잠들었길래 방에 눕혔는데 깼다. 저녁 식사하는 도중에. 얼른 방에 들어가서 서윤이를 데리고 나왔다. 왼팔로 붙잡고 왼쪽 허벅지 위에 앉혔다.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질을 했고. 서윤이는 숨소리도 안 내고 가만히 있었다. 다소 멍한 눈빛이기도 했고, 나의 젓가락질을 감상하는 듯도 했고.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그렇게 끼고 먹었는데 고요했다.
정말 딱 동네 산책이었다. 소윤이는 자전거, 시윤이는 킥보드, 서윤이는 유모차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스타벅스, 과일 가게, 문구점에도 들렀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자전거, 킥보드를 타는 게 얼마만인지. 사실 동네 산책 정도는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도 코로나 코로나 하니까 뭔가 눌렸다. 밤공기가 참 선선하고 산뜻했다. 마스크 없이 마음껏 들이마시고 싶었다.
집에 돌아올 때는 아내가 아기띠로 서윤이를 안고 있었다. 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기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소윤이를 먼저 씻겼는데 아내가 시윤이도 데리고 들어와서 손, 발을 씻겼다. 서윤이는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내는 들어온 김에 시윤이를 맡아서 씻기려고 했다. 난 소윤이를 씻기고 있었고. 거실에 혼자 남은 서윤이의 울음소리가 거세졌다. 우는 게 아니라 화내는 거였다.
“으에에에에에엥.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에에에에에에엑. 아아아아아악”
마음이 바빠졌다. 서둘러 소윤이 씻기는 걸 마치고 나가서 서윤이를 안았다. 나한테 안기면 그치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그래도 여전히 서러움이 남았는지 한 번씩 헐떡거렸다. 그러다 기저귀 갈고, 옷 갈아입히려고 다시 눕혔더니 또 아까처럼 악을 쓰며 울었다. 다 입히고 다시 안아줬더니 또 잠잠해졌고.
자려고 누운 소윤이와 시윤이하고, 언제나처럼 밤 인사를 나누며 퇴근했다.
“소윤아, 잘 자. 아빠가 사랑해. 엄청 많이”
“아빠. 저도여. 사랑해여. 잘 자여”
“시윤아. 시윤이도 아빠가 엄청 사랑해. 잘 자”
“아빠아. 땅만끔 하늘만끔 배깨 넘게 따랑해여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와 사랑을 족히 나누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