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금)
오늘 아침에는 선물을 받았다. 강서윤 선물. 그것도 수유까지 하고 나와서 기분이 최고조인 강서윤. 한 5분밖에 못 봤지만 서윤이는 내내 웃었다. 퇴근하고 와서 기분 안 좋을 때는 1시간을 안고 있어도 웃는 거 한 번을 못 볼 때도 많다.
그 시간 (6시 30분 - 7시)에 서윤이가 기분 좋을 때의 유일한 단점은, 그 이후로도 쭉 안 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다. 오늘처럼. 아내는 서윤이를 다시 눕혔지만 자지 않았고, 덕분에 소윤이와 시윤이도 깼다. 꼭 서윤이가 아니었어도 소윤이와 시윤이가 일어날 시간이긴 했지만.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아내의 늦잠은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괜한 아쉬움이 남았을 거다. 10분, 20분도 소중하니까.
일하는 동안에는 아내로부터 특별한 소식(혹은 복잡한 심경의 토로)이 없었다. 퇴근해 보니 시윤이는 너무 너무 졸린 상태였고, 소윤이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서윤이는 내내 업고 있다가 막 방에 눕혔다고 했다. 서윤이가 없으니 소윤이와 시윤이가 눈에 더 선명하게 들어왔다.
함께 앉아 밥을 먹을 때도 더 집중하게 되고, 더 영혼을 담아 반응도 하게 되고, 먼저 밥을 다 먹고 나서도 (평소에도 항상 내가 제일 먼저 식사를 끝낸다) 서윤이를 안는 게 아니라 소윤이와 시윤이를 보게 되고. 소파에 앉아 말도 하고, 장난도 치고, 밥도 먹어야 하니 바쁜 소윤이와 시윤이를 보고 있노라니 깊은 평안이 깃들었다.
“소윤아. 소윤이는 아빠 퇴근하면 아빠 보면서 무슨 생각해?”
“반갑다고 생각하져”
오늘은 유독, 아이들과 보내는 그 잠깐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소윤이가 말한 ‘반가움’으로는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시윤이가 밥을 먹다 말고 아내에게 속삭였다. 자기 나름대로는 속삭였지만 다 들렸다.
“험마하. 저 소혼 한 빨핬다고 마할해야져허”
표정에는 기대를 한껏 머금고.
“아빠. 오늘 시윤이가요 손을 거의 안 빨았어요”
아내가 시윤이의 기대만큼 호들갑을 담아 나에게 전달했다.
“우와. 진짜? 시윤아. 오늘은 몇 번 빨았어?”
“오느은 거이 한 번 덩도 빨았더여”
“오, 진짜? 대단한데?”
“따악 한 번 덩도 빨았더여”
“이야. 시윤이가 노력한다는 게 중요한 거야. 잘 하고 있어. 아빠랑 하이 파이브”
어제도 잘 때는 엄청 빨았다. 새벽에 깨서 잠깐 화장실에 가면서 봤을 때도 빨고 있었고. 그때는 무의식의 시간이니까 뭐 괜찮다. 의식의 시간에 의지를 발휘한다는 게 중요하다. 시윤이를 향한 칭찬은 단순히 앞으로의 성공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이기만 한 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4살의 의지와 노력을 향한 아빠의 박수랄까.
긴 이별 끝에 만난 아빠의 시선은 이랬고, 시윤이를 씻기러 화장실에 간 아내는 몇 번이나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강시윤. 여기 보세요. 엄마 보세요. 얼른”
빨간선이 보일 정도로 압력추가 올라와서 얼른 불을 꺼야 하는 우리집의 압력 밥솥 같은 모습이었다. 밥 먹기 전에 목욕을 해서 양치만 하면 됐는데도 그 정도였다.
서윤이는 깨서 내게 안겨 있었는데 졸리고 배고픈 탓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잠깐 내려놨더니 목젖이 다 보이도록 울길래 바로 안았다. 소윤이도 옆에 같이 있었다.
“소윤아. 서윤이 엄청 운다”
소윤이는 이제 그런 서윤이를 보며 나와 웃으며 대화할 정도의 단계에 올라섰다. 어떤 면에서는 아내와 나의 마음을 이해해 줄 때도 많고. 시윤이랑 서로 어디 앉겠다고 싸울 때는 영락없는 어린 아이인데, 우리(아내, 나)랑 대화할 때는 가끔 얘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고.
소윤이는, 서윤이를 안고 있는 나에게 자기도 안아 달라고 했다. 정서적인 위로를 얻기 위한 요청은 아니었고 그냥 아빠에게 안기는 재미(?)를 위한 요구였다. 이제 소윤이 혼자 안아도 오래 안지 못하기 때문에 아주 잠깐이었지만 소윤이도 안았다. 한 쪽은 소윤이, 한 쪽은 서윤이.
금요일이라 그런가, 마음이 왜 이렇게 너그러웠지. 다 잘 크고 있는 거 같아서 감사했다.
이렇게 너그럽고 감성적이어도, 잘 때는 칼 같아야 한다. 잘 재우고 잠시라도 육아에서 해방되는 시간이 있어야, 내일의 육아도 행복하다. 거기에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아내와 나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금요일 밤의 클럽 이상의 짜릿함이니까.
(클럽 가 본 적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