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을 물리치는 방법

20.09.18(금)

by 어깨아빠

어제 알람을 맞추는 걸 깜빡한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밤새 푹 못 잤다. 일어나서 씻기만 하고 바로 나왔다. 어찌 됐건 평소보다 30-40분 정도 더 잔 건데도 피곤했다. 회사 근처에 도착해 차에서 모자란 잠을 보충하려고 했지만, 그냥 눈만 감고 있었다.


마침 아내에게 영상 통화도 왔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이불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뒹굴고 있었다.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시간이랄까. 낭만의 순간은 짧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부럽다.


오늘은 아내다 덜 힘든 듯했다. 아니, 끝으로 치달은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았다. 잠깐이지만 밖에도 나갔다 왔고. 그때 아내가 보내준 소윤이, 시윤이 사진만 봐도, 얼마나 신났는지가 느껴졌다. 유모차에 앉은 서윤이까지 표정이 아주 좋았다.


“막내아들도 기분 좋네”


잠시 후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금세 안 좋아짐”


유모차에서 엄마 품으로 옮긴 서윤이 사진과 함께.


퇴근할 때 차가 막혀서 꽤 오래 걸렸다. 그것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금요일이라 그랬는지 (이럴 때 보면 벌써 또 금요일인가 싶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오늘은 서윤이도 비협조적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야 뭐 늘 하던 대로 밥 먹고, 씻고, 누우면 그만이다. 거기서 크게 벗어날 일도 없고. 서윤이는 울 때와 울지 않을 때의 차이가 너무 크다. 오늘은 정신없이 울었다. 정말 정신없이.


서서 안아줘도 울면,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다. 그녀의 울음을 잠재울 마지막 수단은, 수유뿐이다. 수유는 전적으로 아내의 권한이고, 수유 시간과 공백을 일정하게 맞추는 편인 아내는, 서윤이가 웬만큼 울어서는 쉽게 가슴을 내어주지 않는다. 오늘은 너무 우니까 일단 아내가 먼저 서윤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직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마음속으로 계속 곱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한테 짜증 내면 안 된다. 이유 없이 재촉하면 안 된다’


특별히 뭐 감정이 안 좋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었지만, 뭔가 피곤하고 지치면 나도 모르게 괜히 애들한테 풀 때도 있었으니까. 해맑게 웃으며 장난도 치고, 수다를 풀어 놓는 소윤이와 시윤이가 무안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정말 애를 많이 썼고, 덕분에 마음을 잘 지켰다.


소윤이, 시윤이가 자러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갔다. 물론 자려고 들어간 건 아니었고 재우러. 소윤이와 시윤이 사이에 누웠다. 사실 눕고 싶었다. 거실에 혼자 눕는 건 왠지 싫었고. 누워서 소윤이와 시윤이가 잠들길 기다리는데, 아기 침대에 누운 서윤이가 울기 시작했다. 안아주면 괜찮았다. 아기 침대에 눕혀도 괜찮았다. 엄마 얼굴이 보이면 괜찮았다. 다만, 자꾸 웃고 파닥거리느라 잘 기미는 안 보였다. 아내가 몸을 숨기고 얼굴을 감추면, 울었다. 하아. 잘 크고 있네, 우리 딸. 아무튼 서윤이는 계속 울었다.


아내를 내보내고 내가 서윤이를 안아줬다. 안아서라도 재울 생각이었는데 이미 슬픔의 한계점을 넘어섰는지, 계속 울었다. 다시 거실로 데리고 나갔다. 서서 안고 있어도 울고, 눕혀도 울고. 엄마 품에만 가면 조금 사그라 들었다. 언니, 오빠도 모두 거쳤던 껌딱지의 시기가 오고 있구나.


결국 아내는 서윤이를 다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시 수유하든지 해야겠다”


서윤이 덕분에 퇴근 시간이 매우 늦어졌다. 체력, 정신력의 소모가 꽤 컸다.


“여보. 나 커피 사러 갔다 올게”

“진짜? 너무 늦지 않았어?”

“그래도. 괜찮아”


아내는 힘을 내서 커피를 사러 갔다. 아내와 나는 일시적으로 몰아친 육체와 정신의 타격을 이겨내고,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봤다. 피곤하면 자고 쉬는 게 당연하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의 피로는 수면으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기도 하니까.

아내도 나도 영화를 보고 나니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잠시나마 엄마, 아빠의 시간에서 탈출한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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