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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4(목)

by 어깨아빠

깨서 거실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방 안에서 서윤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늘 그렇듯 오늘 새벽에도 날카로운 서윤이 소리에 이미 잠을 설쳤다. 애들도 나랑 비슷할 거다. 고막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타격하는, 날카롭고 쨍쨍한 울음이니까.


난 여느 때처럼 출근하기 전까지 작은방에서 시간을 좀 보내려고 했는데, 서윤이가 등장하는 바람에 정리하고 일어섰다. 아내는 어제처럼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고, 서윤이는 아내에게 안겨서도 울고 있었다.


“하아. 서윤이 왜 이렇게 자주 깨냐”

“어제는 몇 번 깼어?”

“12시에 한 번 깼고, 2시에 한 번 깼고, 4시에도 한 번, 그리고 지금”

“진짜 많이 깼네”


12시에는 아내와 나도 안 자고 있었으니까 뺀다고 해도, 2시간에 한 번꼴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 혹한기 훈련할 때나 저렇게 자다 깨다 하지 2시간에 한 번이라니. 나는 4시에 한 번 깼지만, 아내는 서윤이와 함께 두 시간에 한 번씩 깼다.


그 이른, 출근하기 전의 고요한 시간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그저 아주 잠깐이나마 아내가 소파에 기대 눈을 붙이도록 서윤이를 안고 있는 것 말고는. 다행히 서윤이는 앉은 채로 안아도 모른 척해 줬다.


서윤이의 호흡에는 수면 유도 성분이 함유되어 있나, 서윤이랑 가까이 있으면 잠이 솔솔 쏟아진다. 아내 옆에 앉아 서윤이를 안고 나도 금방 눈이 감겼다. 15분도 채 안 되는 자투리 시간이긴 했지만.


다시 아내에게 서윤이를 넘기고 집에서 나왔다. 집에서 나오기 직전에는 시윤이도 깨서 나왔다. 시윤이도 시윤이만의 매력이 선명하다. 아빠로서 시윤이를 볼 때만 느껴지는 고유의 감정이 있다. 특히 요즘 네 살의 마지막으로 접어들면서, 네춘기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애교가 늘었다.


소윤이만 못 보고 나왔다. 나중에 들어 보니 내가 나가자마자 거실로 나왔다고 했다.


아내는 점심시간쯤, 형님(아내 오빠)이 간다는 카페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도 따라가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모르는 곳이었지만 보내준 사진을 보니, 야외 자리가 있는 곳인 듯했다.


“가 봐. 사람 너무 많으면 금방 오고”

“꺄. 갑자기 신난다”


얼마나 답답할까. 다행히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소윤이와 시윤이도 엄청 좋았을 거다. 상대가 누구든 집 밖에서 만난다고 하면 일단 좋아하는 데다가, 그게 삼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아니나 다를까 퇴근하자마자 삼촌과 숙모를 만났다며 자랑(?)을 했다. 서윤이는 내가 막 집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돌변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는 미안했지만, 아기띠로 서윤이를 안았다. 서윤이는 배가 고팠는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저녁 준비가 거의 막바지였다.


“여보. 그럼 먼저 수유할래? 나머지는 내가 할게”

“그럴까?”

“어. 그래야 같이 밥 먹지”


수유하고 나서는 기분이 괜찮았다. 밥 먹을 때 만이라도 울지 않으면 감지덕지다. 그 뒤에는 기복이 좀 있었다. 잘 놀아주면 괜찮기도 하고, 잘 놀아주고 있는데 울기도 하고.


퇴근하고 계속 서윤이만 안고 있던 게 미안해서, 아내가 서윤이를 씻기러 갔을 때 아주아주 짧지만, 소윤이, 시윤이에게 ‘아빠는 너희도 사랑한다’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치근덕댔다. 서윤이를 안았던 것과 똑같은 자세로 소윤이, 시윤이를 안아 주기도 했다. 이거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너무 좋아했다. 어떤 류의 말이나 행동이든, 아기처럼 대하면 재밌어하고 좋아한다.


“아빠. 저는 믿기지가 않아여”

“뭐가?”

“서윤이가 벌써 이렇게 컸다는 게”

“소윤아. 아빠는 니가 이렇게 컸다는 게 더 안 믿기는데? 소윤이가 서윤이 정도였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소윤이가 가끔 ‘자기가 몇 살이 되면 시윤이, 서윤이는 몇 살이겠네’라고 말할 때가 있다.


“서윤이가 6살 되면 저는 11살이에여?”


이런 식으로.


요즘 아내한테 이런 얘기를 종종 한다.


“여보. 어떡하지? 나중에 소윤이 결혼할 때 엄청 울 거 같은데? 펑펑?”

“소윤이만?”

“음, 솔직히 시윤이는 안 울 거 같고. 서윤이는 아직 그런 생각이 안 들어. 소윤이는 아니야. 생각만 해도 슬퍼”


서윤이가 집안을 장악(?)하고 있지만 전통의 강호는 소윤이다. 일간 차트는 서윤이가 1위라면, 월간/연간 차트에서는 압도적으로 소윤이가 1위랄까. (시윤아, 너는 스테디셀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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