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배밀이

20.09.25(금)

by 어깨아빠

고요한 아침, 홀로 방에서 나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작은방에 앉았는데 안방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시윤이가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터벅터벅 걸어 나오더니 얘기했다.


“아빠아. 데가 돈(손) 빠다서 돈 띠드러 가는 거에여어”


그렇게 말하고는 화장실로 갔다. 이런 게 시윤이의 마성이다. 아직 남아있는 네 살의 순수함과 아기스러움. 손을 다 씻고 나서는 당연히 나한테 올 줄 알았는데 안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시윤이를 불렀다.


“시윤아. 이리 와 봐”


그러고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시윤이를 안았다. 이렇게 막 자고 일어났을 때는 어찌나 말랑말랑한지. 조금 안겨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시윤아. 들어가서 조금 더 누워 있어. 알았지?”

“네에”


하루에 한 번은 시윤이 때문에 뚜껑이 열리는 아내가 들으면 얼마나 억울할까. 아무튼 아침부터 시윤이 덕분에 웃으며 시작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낮에 어디를 좀 가야 해서 아직도(퇴근한지 1시간 경과) 집에 없다. 소윤이와 시윤이만 있을 때는 어쩌다 이런 시간이 생기면 그게 그렇게 좋고 달콤했던 거 같은데, 이제 그렇지가 않다. 물론 편하고 여유롭기는 하지만 영 어색하다. 빨리 보고 싶고.


아내랑 아이들은 아예 저녁까지 먹고 왔고 꽤 늦었다. 서윤이를 안고 있다가 잠깐 바닥에 내려놨는데, 서윤이가 앞에 놓인 장난감을 향해 격렬하게 파닥거렸다. 그러다가 아주 조금, 전진을 했다. 아니, 전진이 됐다.


“여보. 여보. 서윤이 긴 거 같은데?”

“진짜?”

“어. 봐봐”


장난감을 조금 더 멀리 떨어뜨렸다. 조금 전처럼 몸을 푸드덕하더니 아까보다 확실하게 전진했다.


“오. 진짜네 기네. 이제 기네”

“대박”


아내, 나, 소윤이, 시윤이가 모두 보는 앞에서 서윤이의 역사적인 첫 이동이 이뤄졌다. 차라리 구르는 게 더 빠를, 아주 느리고 미천한 전진이지만 참 기특하다. 벌써 세 번째 보는 (소윤이, 시윤이에 이어) 거지만, 언제나 신기하고 “오 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만히 있을 때가 편하다는 것도 두 번이나 경험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기는 게 보고 싶지. 이제 퇴근해서 문 열면 엄청 기어 오겠지. 기왕 시작한 거, 얼른 속도를 붙여 봐, 서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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