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수)
아내는 애 셋을 키우면서도 참 많은 걸 한다. 오늘은 거의 버리기 직전까지 갔던 유모차를 분해해서 세탁했다. 소윤이 태어났을 때부터 사용한 거라 사용감도 많고 지저분했지만, 유모차의 기능을 수행하는 건 문제가 없으니 사용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뒷바퀴를 고정하는 장치가 고장 났고, ‘이제 버려야겠다. 쓸 만큼 썼지 뭐’라는 심정으로, 휴대용 중고 유모차도 샀다.
아내는 버리기 직전의 유모차를 분해해서 묵은 때를 말끔히 벗겨냈고,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줬다. 사용감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거의 새것이 되었다. 뒷바퀴 고정 장치도 유상 수리를 맡기기로 했다. 그냥 뭐 설렁설렁 닦으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프레임과 시트를 분리해서, 프레임은 일일이 닦고 시트는 따로 빨고. 시트와 프레임을 분리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아마 난 못 했을 거다. 아내니까 했지. 심지어 아내는 서윤이가 울 때마다 중단과 재개를 거듭했다.
소윤이는 아내 옆에 붙어서 어떻게 분리하고, 조립하는 건지 너무너무 궁금해하며 지켜봤고, 시윤이는 그런 누나에게 ‘그거 그만 보고 나랑 놀자’며 아내가 하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런 면에서는 소윤이는 아내고, 시윤이는 나다.
아무튼 덕분에 그 유모차는 집에 두고 쓰기로 했다.
아내는 많은 양의 빨래도 갰다. 이때는 소윤이와 시윤이의 도움이 컸다. 서윤이를 안고 있어서 몸이 자유롭지 않은 아내는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적절한 지시로, 빨래 개는 일에 동참시켰다. 소윤이는 평소에도 그런 걸 좋아하고, 심지어 나보다 각을 잘 잡아 개는 경우도 많다. 오늘은 시윤이까지 아주 잘 협조했다. ‘엄마의 일을 도왔다’라는 상징의 의미는 물론이고 실제로 큰 도움이 되었고, 결과물의 질도 좋았다. 이런 일이 허다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여전히 육아의 대상이지만, 점점 아내에게 소소하지만 큰 도움을 주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오후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파주에 갔다. 내가 저녁에 일이 있었다. 어차피 나 없이 저녁 시간을 보내야 하니 겸사겸사 친정에 간 거다. 그래 봐야 평소에도, 퇴근하면 애들 자기 전까지 1시간 남짓 함께하는 거지만, 그게 아내의 숨통이 트이는 거다. 다행히 아내는 나의 존재만으로도 정신의 안정이 찾아온다고 한다.
거기에 오늘의 친정 방문은 ‘효도 방문’이었다고 했다(아내가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추석 여행 이후로 손주 앓이를 하고 계실 (아내의) 엄마, 아빠를 위한 후속 조치랄까. 아무리 친정이어도 혼자 애 셋 데리고, 챙겨서 가려면 힘들기도 하고, 또 갔다 오면 엄청 늦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혼자 집에서 지지고 볶을 걸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아무튼 오늘은 손주를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써서 간 면이 더 크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엄청 늦게 왔고, 난 그보다 더 늦게 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파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에 가면 아빠 있어여?”
“아빠 언제 오는 거에여?”
라고 물으며 날 보고 싶어 했다고 했다. 보고 싶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습관(?)이 무섭다고 매일 조금이어도 보던 걸 못 보니, 그리움이 샘솟았다. 아내가 소윤이는 안 자는 거 같기도 하다고 해서, 살짝 들어가 볼까 하다고 꾹 참았다. 그러다 서윤이라도 깨면 큰일 나니까.